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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라이프] 당신의 인생 속도는 안녕하십니까? 빨리빨리~조급증 극복 지침서 3가지

2011년 07월 건강다이제스트 솔바람호 64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인제대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김원 교수】

고개를 끄덕이긴 하지만 왠지 씁쓸한 말이 있다. 한국에 온 외국인이 가장 빨리 배우는 말이 ‘빨리빨리’라는 우스갯소리다. ‘빨리빨리’하는 걸로 치자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대한민국. 바쁜 일도 없는데 머뭇거리는 앞차에 신경질적으로 ‘빵빵’대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부터 닫힘 버튼을 잽싸게 눌러댄다. 우리에게 빨리 일어나서, 빨리 밥을 먹고, 빨리 일을 끝내며, 빨리 씻고 자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빨리하면 상을 받지만 천천히 하면 게으르다는 비난만 되돌아온다.

뭐든지 남보다 빨리, 남보다 먼저 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많은 사람들. 그러나 과연 그 속에서 우린 정말 행복할까?

조급증, 넌 어디에서 왔니?

무엇이든 빨리빨리 하는 우리의 습관이 전쟁 이후 놀라운 경제 발전을 이끈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없는 살림에 먹고 살기 위해서 열심히, 특히 빨리 일을 해왔다. 정해진 시간에 높은 성과를 내야 했고 이를 위해서는 낮에도 밤에도 빨리 일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우리 사회 깊숙이 뿌리내린 빨리빨리 문화는 디지털 시대를 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눈부신 과학 기술의 발달은 인생의 속도를 높이는 더없이 좋은 도구다. 초고속 인터넷, 총알 배송, 최첨단 내비게이션 등의 인기는 1분 1초도 느리게 살고는 견딜 수 없는 우리의 현재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빨리 사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에게 언젠가 정식 의학용어가 아닌 조급증이라는 병명이 등장했다. ‘빨리빨리병’이라고 말하는 조급증에 관심을 갖고, 빨리 사는 삶에 제동을 거는 사람도 생겼다. 이렇게 조급증이라는 말이 등장한 이유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늘 조급한 마음과 행동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는 증거다.

빨리하려는 마음도 스트레스!

인제대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김원 교수는 “흔히 조급증이라고 하는 항상 뭐든지 빨리빨리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은 불안증이나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왜 빨리빨리 사는 것이 문제가 되는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길어야 100년 남짓 사는 인생, 뭐든지 빨리해서 더 많은 것을 가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빨리 하는 대상이 ‘누구든지’와 ‘뭐든지’라는 것이다.

빨리하는 것이 성격에 맞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다. 마찬가지로 빨리해야 할 일이 있고, 빨리 안 해도 되는 일이 있으며, 천천히 해야 좋은 일도 있다. 누구나 빨리해야 하고, 뭐든지 빨리해야 한다는 생각은 빨리 못하는 사람을 자꾸 다그치고 재촉한다.

자신도 뒤떨어지는 것 같아서 불안하고,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빨리 못할까봐 긴장하고, 초조한 상황이 계속되면 자꾸 불안하고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굳이 병으로 발전하지 않아도 조급한 마음은 일종의 스트레스다. 이 반복적인 스트레스가 몸에 좋을 리는 없다. 호흡이 얕아지거나, 식은땀이 나고, 안절부절못하는 증세가 생길 수 있다. 또한 이미 질병이 있는 경우에도 조급한 마음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원 교수는 “최근에는 급성질환보다 만성질환인 생활습관병이 더 큰 문제를 낳고 있다.”며 “생활습관 때문에 생기는 병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치료를 해야 하는데 이럴 때 조급한 마음은 치료에도 방해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당뇨병에 걸린 사람이 준비시간이 오래 걸리는 현미밥 식사 대신 패스트푸드를 선택한다면 치료 결과는 뻔하다.

행복한 인생 속도 구하는 공식은?

모든 것이 너무 빨라서 문제라면 느리게 사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김원 교수는 “현재 우리 사회는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은 곧 실패를 의미하기 때문에 무조건 느리게 살아야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행복한 인생으로 가는 적정 속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빨리 해야 하는 것과 여유를 가져도 되는 것을 구분하라

어렸을 때부터 경쟁사회에 길들여지다 보니 모든 일을 빨리하는 습관이 몸에 밴 사람이 많다. 이런 경우 곰곰이 생각해보면 빨리 안 해도 되는 일에도 속도를 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김원 교수는 “일과 일이 아닌 일상생활의 속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자신의 일이 납품이나 프로젝트 기간이 정해졌는데 늦었다면 빨리하는 것이 맞다. 속도를 내는 것이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꼭 필요하고 즐겁다면 상관없다.

하지만 취미로 배우는 기타나 춤을 빨리 배우지 못해 조급해 할 필요는 없다. 취미는 즐기자는 것이지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급한 약속이 없다면 차가 막히고, 버스가 늦게 오는 상황이 짜증 낼 일은 아니다. 조금 천천히 가도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다. 김원 교수는 “인생 속도도 자전거를 타는 속도와 마찬가지”라며 “자전거를 타고 너무 빨리 달리면 사고가 나고, 너무 늦게 달리면 넘어지는 것처럼 상황에 맞는 속도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시간 압박이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해 상황에 맞는 인생 속도를 유지하며 살자.

의미를 찾으며 살아라

‘결과주의’와 ‘성과주의’는 현대인을 조급하게 만드는 일등공신이다. 결과와 성과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면 의미를 찾으며 사는 태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 집에서 쉬는 시간 등은 그 시간 자체에 의미를 두면 된다. 웃고 떠드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피곤이 천천히 풀려도 변함없이 의미 있는 시간이다.

김원 교수는 “자신의 인생을 둘러싼 하나하나에 결과가 아닌 의미를 부여한다면 빨라진 인생속도에 제동을 거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조급증에 도움이 되는 운동을 하라

운동은 마음을 다스리고 스트레스를 푸는 데 도움을 준다. 그중에서도 특히 조급증에 좋은 운동은 움직이는 속도가 느리고 몸을 이완시키는 스트레칭, 요가 등이다. 고요히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하는 명상도 조급증에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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