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김수진 기자】
【도움말 | 한양대학교병원 피부과 고주연 교수】
자외선과의 한판 승부가 시작됐다. 강렬하게 내리쬐는 태양 앞에 우리의 피부는 외친다. “나, 보호받고 싶어요!” 색소침착과 피부 노화 현상의 주범인 자외선 앞에서 소중한 피부를 똑똑하게 지킬 수 있는 해법은 없을까? 과연 자외선의 정체는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까? 당신의 얼굴과 몸에 찬란했던 바캉스의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다면 지금부터 주목할 것. 자외선에 대처하는 우리의 현명한 자세에 대하여~
태양광선은 파장에 따라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으로 나뉘는데, 이 중 자외선은 파장이 200~400nm로 인간의 피부에 광생물학적 반응을 유발하는 중요한 광선이다. 태양광선은 광합성 작용으로 우리에게 영양분을 공급하고 피부에 비타민 D의 합성을 유도하며, 건선이나 백반증의 광선치료에 이용되기도 하는 등 유익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표피세포를 자극해 단백질 합성 및 핵분열을 조장하면서 표피를 두껍게 하거나 각질화 시킨다. 또 일광화상, 광과민질환, 광노화, 피부암 발생 등 여러 가지 해로운 점도 있다.
자외선의 종류 제대로 알자
▶자외선A(UV-A)=지구에 도달하는 자외선의 대부분을 차지해 ‘생활 자외선’으로도 불린다. 계절이나 날씨 등에 상관없이 일정한 양이 도달하며, 구름이나 창문, 커튼 등에도 차단되지 않아 실내에서도 영향을 받는다. UV-A의 35~50%는 진피 속까지 깊숙이 침투하여 피부의 탄력을 떨어뜨리고 주름을 만들며, 피부를 검게 만든다. 또 활성산소를 생성시켜 세포막에 손상을 주고 진피를 공격해 콜라겐과 엘라스틴(탄력섬유)을 파괴한다. 사실 노화의 70%는 광노화에 의해 일어난다.
▶자외선B(UV-B)= 피부 표피에 급격히 작용해 화상을 입히기 때문에 유해 자외선이라고 하며, 낮에 가장 많이 내리쬔다.
▶자외선C(UV-C)=염색체 변이를 일으키고 단세포 유기물을 죽이며, 눈의 각막을 해치는 등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 살균력이 강한 단파장으로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자외선 차단, 왜 필요한가?
자외선은 DNA와 결합 조직에 손상을 주어 광노화와 피부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오랜 시간 동안 과도하게 햇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 트러블로는 피부가 빨갛게 되는 홍반, 화상, 기미나 주근깨 등의 색소침착 등이 있다. 또 아토피 피부염과 홍반 루푸스는 광선에 의해 악화되기도 한다. 간혹 실외에서 오랜 시간 일해 온 나이든 사람들 중에는 광선을 받은 부분에 큰 판 형태의 병변이 나타나는 만성광선피부염이 나타나기도 하며, 국내에서는 드물지만 일광 두드러기의 광과민질환이나 약물복용 후 광선을 받으면 트러블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자외선 차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양대학교병원 피부과 고주연 교수는 “자외선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의복이나 모자, 양산, 선글라스 등 물리적 차단법을 이용하거나 일광차단제의 도포 등 화학적 차단법이 있다.”며 “무엇보다 자외선이 강한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에는 가급적 실외에서의 활동을 자제하는 생활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보는 자외선 차단제에 표시되어 있는 SPF란 무엇을 말하는가? SPF는 Sun Protection Factor의 약자로, UVB의 차단효과를 표시하는 지수다. 가령 자외선 양이 1일 때 SPF 15라고 표시된 차단제를 바르면 피부에 닿는 자외선의 양이 15분의 1로 줄어든다는 의미다. 또 SPF 지수 ‘1’당 약 15분의 자외선 차단기능을 갖는다. 따라서 SPF 30인 자외선 차단제는 30 X 15분 = 450분으로 대략 7시간 반의 차단기능이 있는 것이다.
또 자외선 차단제 제품 앞에 표시된 +, ++, +++는 UVA의 차단지수를 뜻하는데, +수가 많을수록 자외선 차단 효과가 높다. PA+는 ‘차단 효과가 있음’, PA++는 ‘차단 효과가 높음’, PA+++는 ‘차단 효과가 매우 높음’으로 해석하면 된다.
자외선 차단제, 어떻게 선택할까?
자외선 차단제는 크게 물리적 차단제와 화학적 차단제로 구분되는데, 물리적 차단제는 피부에서 자외선이 반사되도록 코팅, 밀폐의 기능을 한다. 발랐을 때 하얗게 나타나는 백탁 현상이 일어나며 잘 씻기지 않고 모낭염이나 땀띠를 유발할 수 있지만, 감작반응(알레르기 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으므로 민감한 피부에 좋다.
반면에 화학적 차단제는 자외선을 피부에 흡수시켜 산란시키는 방법으로 자외선이 영향을 못 미치도록 하는데, 알레르기 반응을 잘 일으키는 편이다. 요즘에는 물리적 차단제와 화학적 차단제가 섞여 있는 것도 시중에 많이 출시되어 있다.
피부 타입에 따라 자외선 차단제의 선택 기준에는 특별한 차이가 없다. 다만 평소에 알레르기가 잘 발생하는 환자의 경우라면 의사와 상의 후 물리적 차단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여드름이 있는 환자의 경우는 밀폐로 인해 모낭염을 유발할 수 있는 물리적 차단제 대신 화학적 차단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고주연 교수는 “자외선 차단제를 고를 때에는 보통 일상생활에서는 SPF 15 정도가 권장되지만, 야외 활동 시에는 SPF 30 이상, PA ++이상을 선택하라”고 말한다. 또 아이의 경우에도 생후 6개월 이상부터는 자외선 차단제의 사용을 권하고 있으며, 무향, 무색, 무취의 제품을 바르는 것이 좋다고 덧붙인다.
자외선 차단제를 구입할 때에는 UVA나 UVB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이 입증된 티타늄 디옥사이드, 징크옥사이드, 아보벤존, 에캄슐, 티노소르브 등 5가지 성분 중 한 개 이상이 함유됐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또 피부와 눈에 자극이 없고 가려움증을 유발하지 않으며, 밀폐로 인한 모낭염이나 땀띠를 유발하지 않는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개인차가 있으므로 염두에 두고 사용하도록 하며, 충분한 양을 도포하는 것이 좋다.
얼마 정도를 발라야 할지 모른다면, 보통 손가락 한마디를 1ml로 봤을 때 외출 30분 전 얼굴과 목에 1ml, 또 나가기 바로 직전에 1ml 정도 재 도포하면 된다. 또 땀이 나서 닦았다면 반드시 다시 발라주고, 메이크업이 된 상태라 덧바르기 어렵다면 스틱이나 파우더 형태의 제품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특히 팔이나 다리에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나이 들면 검버섯 등의 피부 흔적이 생기므로 잊지 말고 열심히 발라주자.
눈, 모발, 입술도 보호하자
자외선은 피부뿐만 아니라 우리의 눈, 두피와 모발, 입술에도 유해하다. 특히 자외선은 눈의 노화에 영향을 미친다. 장기적으로 각막 이상, 백내장, 황반변성 등의 원인이 된다. 자외선은 직접 내리쬐는 햇살뿐 아니라 건물 등을 통해서 반사되는 빛에도 포함돼 있으므로, 선글라스를 끼거나 자외선을 차단하는 렌즈로 만든 안경을 쓰는 것이 좋다.
모발 역시 자외선에 의해서 색이 바라고 윤기가 없어지며, 건조해지고 약해져 잘 부러지게 된다. 또 두피를 건조하게 만들고 염증을 유발시키면서 탈모를 촉진할 수 있다. 따라서 UV 차단 효과가 있는 샴푸와 컨디셔너, 스타일링제를 사용하여 모발을 보호해야 한다.
입술은 피부 조직이 매우 약해 재생력이 떨어져 건조한 환경에서 쉽게 노화될 수 있다. 자외선은 입술 내부의 콜라겐에도 영향을 주어 입술의 탄력을 떨어뜨리고 주름을 만든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보습 공급과 각질 제거는 물론, 자외선 차단 효과가 있는 립 메이크업 제품을 사용하도록 하자.
고주연 교수는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피부과학교실 강의를 맡고 있으며, 여드름 및 피부미용, 레이저 치료를 전문적으로 진료하고 있다. 대한피부과학회 정회원이며, 대한피부과개원의협의회 정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