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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주치의] 영양과잉 시대 영양실조 웬말?

2011년 07월 건강다이제스트 솔바람호 140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관동의대 국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황희진 교수】

1971년 서울, 신문 배달을 하던 소년 가장이 길을 가다가 서서히 쓰러졌다. 소년은 병원으로 옮겨지고, 허겁지겁 그 소년을 만나러 온 할머니에게 의사는 침통한 표정으로 이야기한다. “제대로 밥을 못 먹어서 생긴 영양실조입니다.” 2011년 서울, 학교에 가던 가녀린 체구의 여대생이 길을 가다가 쓰러졌다. 여대생은 병원으로 실려 오고, 눈을 뜬 여대생에게 의사는 이것저것 묻는다. 얼마 후 도착한 여대생의 어머니에게 의사는 말한다. “무리한 다이어트 때문에 생긴 영양실조입니다.” 40년 전에 생긴 영양실조와 과식하지 말라며 대대적인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는 지금의 영양실조는 분명 다르다. 먹을 게 충분한 데도 먹지 않거나 많이 먹지만 잘못 먹어서 필수 영양소의 부족을 부르는 시대. 어떻게 해야 현대판 영양실조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을 알아본다.

현대판 영양실조, 잘못 먹어서 문제!

보건복지부의 2009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영양섭취부족자분율에 따르면 10~18세는 18.9%, 19~29세는 19.2%, 30~39세는 13.1%에서 영양섭취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문제는 젊은 층만 해당되지 않는다. 60~69세는 13.4%, 특히 70세 이상은 영양 섭취 부족 인구가 25.9%에 달해 그 심각성을 일깨워준다.

문제는 분명히 먹을 것이 부족하지 않음에도 이렇게 영양 섭취가 부족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황희진 교수는 “지금은 열량 과잉 섭취의 시대, 또는 넘쳐나는 고열량 식품의 시대”라며 “열량이 높은 음식은 많지만 영양소를 고루 갖춘 식사는 하기 어려운 시대”라고 지적한다. 바쁘다는 이유로 끼니를 쉽게 거르고 먹을 때는 맛있고, 기름지며, 무엇보다 빨리 먹을 수 있는 고열량 식품을 찾는다. 황희진 교수는 “집에서 먹는 밥보다 외식을 선호하는 사회적 풍조 또한 균형 잡힌 필수 영양소 섭취를 방해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사춘기 여학생과 젊은 여성 사이에서 불고 있는 다이어트 바람도 영양 섭취 부족의 또 다른 원인이다. 살을 빼기 위해 무리하게 식사를 제한하고 심지어 한 가지 음식만 먹는 원푸드 다이어트가 영양 측면에서 좋을 리 없다.

또한 비닐하우스 재배와 화학 비료의 잦은 사용으로 음식 자체의 영양이 부실해 식이섬유, 필수지방산, 필수아미노산, 각종 비타민, 미네랄 등의 결핍이 증가하고 있다.

영양 결핍 때문에 뼈와 근육은 울상

황희진 교수는 “현대인의 영양 결핍은 절대적인 양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가 부족해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우려한다. 우리 몸에 영양소가 부족하더라도 초기에는 증상이 전혀 없다. 어느 정도 진행되더라도 체중 감소, 피로, 무기력, 눈의 피로 등 꼭 영양 결핍이 아니어도 발생하는 증상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진단이 어려워 모르고 넘어가기 쉽다. 특별한 질환이 없어도 이 같은 증세가 계속되면 자신의 영양 섭취 상태에 대해 점검을 해보는 것도 좋다.

당장은 알 수 없지만 영양이 부족한 채로 오래 살다 보면 뼈와 근육은 점차 신호를 보낸다. 특히 60~70대에 생기는 골다공증은 청소년기 때부터 칼슘을 제대로 섭취하지 않아서 생길 가능성이 크다. 나이가 들수록 점차 줄어드는 근육량의 유지를 위해서 적절한 단백질은 꼭 섭취해야 한다.

65세 이상 노인의 영양 결핍은 부실한 치아 때문에 많이 생긴다. 치아가 부실하면 음식을 잘 못 씹어 넘기게 되고, 소화가 잘 안 돼서 식사를 꺼릴 수 있다. 그러면 칼슘, 단백질뿐 아니라 리보플라빈, 티아민 및 비타민 C의 섭취가 부족하게 되고 이로 인해 면역 기능이 저하되고 골격은 약해진다. 황희진 교수는 “노인의 경우 치아 건강부터 신경 써서 잘 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든 다음 다양한 식품으로 균형 잡힌 세 끼 식사를 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영양 결핍, 해결책은 무엇?

영양 결핍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에 균형 잡힌 세 끼 식사를 하는 것이 우선이다. 특히 성인은 채소 섭취에 신경을 쓴다. 황희진 교수는 “잡곡밥 한 공기에 초록색과 초록색이 아닌 나물이나 채소류를 2~3가지 정도 먹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밖에서는 육류를 먹을 기회가 많으므로 집에서는 되도록 생선을 요리해 먹는다. 여기에 해조류, 김치, 짜지 않는 국 등을 곁들여 먹는다. 성장기 청소년과 노인은 균형 잡힌 식사와 더불어 유제품을 섭취하는 것을 권장한다.

한편 최근에는 소식小食이 건강 장수법으로 떠오르면서 적게 먹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황희진 교수는 “무작정 적게 먹어서는 오히려 영양결핍으로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양은 줄이되, 영양을 생각해야 한다. 밥을 많이 먹는 사람이라면 반찬보다 밥의 양을 줄여서 먹는다.

또한 적은 양을 먹는다고 케이크와 초콜릿 음료처럼 한 끼 식사보다 양은 적지만 열량은 높은 음식으로 식사를 하면 곤란하다. 음식의 양과 함께 열량도 고려해야 한다.

영양 결핍 막는 일급 정보 ‘시계방향 식사법’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이듯, 아무리 영양이 듬뿍 들어 있는 반찬이 많아도 젓가락이 가지 않으면 소용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황희진 교수는 누구나 쉽게 골고루 먹을 수 있는 ‘시계방향 식사법’을 제안한다.

시계방향 식사법이란 말 그대로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며 반찬을 번갈아 먹는 것이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먹어도 상관없다. 예를 들면 맨 왼쪽에 놓인 김치를 먹고 밥을 한 번 떠먹고, 김치 옆 나물 반찬을 먹고 밥을 떠먹는 식이다. 그러면 저절로 여러 가지 반찬을 한 끼에 먹을 수 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밥과 국은 숟가락으로 먹고, 반찬은 젓가락으로 먹어야 한다. 이렇게 먹으면 숟가락과 젓가락을 바꿔서 사용하느라 식사도 천천히 할 수 있다.

황희진 교수는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전공의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국제성모병원 노인의학센터 전담의. 대한가정의학회 학술위원, 대한비만건강학회 총무간사 등으로 활동. 마르퀴즈 후즈 후 평생공로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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