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CHA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치과 황유정 교수】
나는 언제나 찬밥입니다. 항상 치아에 밀려 2순위지요. 오죽했으면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말이 있을까요? 그래요. 나는 잇몸입니다. 내 위에서 의기양양하게 있는 치아 녀석만큼 나도 중요한 일을 합니다. 치아를 나무라고 본다면 저는 나무뿌리를 잡아주는 흙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나무가 아무리 건강하고 예뻐도 나무를 받쳐주는 제가 썩거나 없어지면 그 나무가 온전할 수 있을까요?
아, 오해는 마세요. 협박하려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치아처럼 나에게도 신경을 써달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관심이 온통 치아에 쏠려 있는 동안 나는 홀로 세균들과 싸우고 있어요. 이렇게 홀로 싸우다가 못 버틸 때쯤 내가 아프다는 것을 알리지요. 그제야 나에게 관심을 가진다면 정말 섭섭해요. 항상 기억해주세요. 나는 당신이 그토록 아끼는 치아의 묵묵한 버팀목이라는 사실을요.
잇몸 사랑 없이 건강한 입속은 없다
치아에 밀려 조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잇몸. 이 잇몸은 치아를 잡아주고 영양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뼈대가 튼튼해야 건물도 튼튼한 것처럼 치아에 충치가 없어도 잇몸병 때문에 치아를 잃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CHA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치과 황유정 교수는 “잇몸질환은 부분적으로 발생하는 충치와 달리 광범위하게 생기기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치면 많은 치아를 한꺼번에 잃을 수 있다.”며 “평소에 치아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그 기반이 되는 잇몸 건강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당부한다.
잇몸질환을 부르는 생활습관
잇몸질환이란 잇몸, 잇몸 뼈, 치아의 뿌리 등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을 말한다. 35세 이후의 성인 4명 중 3명이 걸릴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대부분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증세가 악화된다.
황유정 교수는 “잇몸병의 대표적 원인은 흔히 플라크라고 부르는 세균 덩어리 인 치태”라고 설명한다. 사람의 입속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세균이 존재하는데 이 세균들은 치태의 형태로 잇몸, 치아, 혀 등에 달라붙는다. 치태들이 없어지지 않고 오래되면 돌처럼 단단해지면서 치석이 된다. 이 치태와 치석에 들어 있는 세균이 만들어내는 독소가 잇몸으로 들어가 염증을 일으켜 잇몸질환이 생기는 것이다.
잇몸질환 유발자 치태·치석 예방법
▶필요한 시간에 올바른 칫솔질로 치태를 없애면 된다. 입안에는 언제나 세균이 있기 때문에 식사를 한 후나 잠을 자기 전에 이를 닦지 않으면 치태를 유발하는 좋은 환경이 된다. 한편 열심히 이를 닦아도 치태가 남아 있는 부분이 있으며 이는 침 등의 작용으로 인해 치석으로 바뀐다. 칫솔질은 하루에 3번 이상, 식사 직후와 자기 전에 제대로 닦아야 한다. 칫솔질은 5분 이상 천천히 하고, 치아 사이에 생긴 치태는 치실이나 치간 칫솔을 이용해 없앤다.
치석은 칫솔질로 없앨 수 없고 치과에 가야 한다. 황유정 교수는 “잇몸이 건강한 사람도 6개월~1년 간격으로 치과에서 치석제거술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자주 먹는다. 부드러운 음식은 치태가 치아에 남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반면 야채, 과일 등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섬유질이 저절로 입안을 청소해준다.
소리 없는 치아 도둑, 잇몸질환
30대 이상이라면 피곤할 때 잇몸이 붓거나 아팠던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신경은 쓰이지만 심하게 아프지는 않고, 통증이 없어지면 쉽게 잊어버리는 것이 보통이다. 이것이 대표적인 잇몸질환의 증상이며 통증이 사라져도 원인이 그대로라면 통증 없이 계속 잇몸질환이 진행된다. 대표적인 잇몸질환은 진행 단계에 따라 치은염과 치주염으로 나뉠 수 있다.
▶흔한 잇몸질환 치은염
치은염은 잇몸병의 초기 단계다. 잇몸에 염증이 생겼지만 잇몸 뼈까지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태다. 심한 통증이 없어서 그냥 지나치기 쉽다. 치은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칫솔질 방법을 익혀서 치태를 깨끗이 닦아내야 한다. 정기적으로 치과 검진과 스케일링(치석 치료)이 필요하다.
▶풍치로 잘 알려진 만성 치주염
치주염은 잇몸에 생긴 염증이 치주 인대, 잇몸 뼈까지 퍼진 상태를 말한다. 이로 인해 뼈가 녹아서 없어지는 단계다. 치은염처럼 통증은 거의 없으며 입 냄새가 나거나 찬 음식을 먹을 때 이가 시리는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잇몸이 붓고 칫솔질을 할 때 피가 나기도 한다. 이후 염증이 더 진행되면 이가 흔들리는 것이 느껴진다.
치주염이 생기면 본격적으로 잇몸 치료를 해야 한다. 보통 4~5회에 걸쳐 치료하고, 재치료나 잇몸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이후에도 정기적인 잇몸 관리가 필요하며 3개월 간격으로 잇몸 관리를 받는 것이 좋다.
황유정 교수는 “잇몸질환은 치태와 치석이 주된 원인이지만 유전적인 영향도 있으므로 가족력이 있다면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한다.
잇몸질환에는 바스 방법(Bass Method)으로 칫솔질을~
비교적 부드러운 칫솔을 사용해서 칫솔의 안쪽 털은 잇몸 속에, 바깥쪽 털은 잇몸에 오도록 고정한다. 치아에 45도가 되게 해서 칫솔의 머리를 조금씩 이동한다. 그리고 부드럽게 진동시킨다. 이때 털을 떼지 않고 닦으면 잇몸 속, 이와 잇몸 사이에 있는 치태가 제거된다. 한 부위에 20번 정도 반복한다. 아래턱의 앞니와 입천장은 치아와 수직 방향으로 강모 부분을 잇몸에 댄 다음 앞뒤로 20회 정도 닦는다. 이후 씹는 면을 앞뒤로 닦고 혀도 닦는다.
황유정 교수는 “칫솔은 너무 부드럽거나 뻣뻣하지 않은 중간 정도의 탄력을 가진 것이 좋고, 치아 2~3개를 덮을 수 있는 크기가 권장된다.”며 “칫솔모가 벌어지면 새 칫솔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황유정 교수는 제1회 치과 전문의(치주과), 대한치주과학회 인정의다. 서울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겸임 교수를 지냈으며, 대한치주과학회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