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황성수클리닉 황성수 원장】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밥을 비롯한 탄수화물이 건강의 적, 비만의 원흉으로 낙인 찍혀 기피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탄수화물을 먹지 말라는 주장만큼 탄수화물을 먹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먹을 수도 안 먹을 수도 없는 탄수화물, 먹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먹어야 한다면 과연 어떻게 먹어야 할까? 갈팡질팡 헷갈리는 탄수화물을 현명하게 먹는 방법을 알아보았다.
건강의 적이 된 탄수화물, 누구 탓?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영양소 3가지! 바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이다. 그런데 생명 유지를 위한 주요 영양소 중 하나인 탄수화물이 언제부턴가 공공연하게 건강의 적으로 불리더니 이내 기피 대상이 되었고 이젠 밉상 취급을 받고 있다. 탄수화물이 3대 주요 영양소에서 건강의 적이 되어버린 이유는 뭘까?
황성수클리닉 황성수 원장은 “탄수화물이 건강의 적이 돼 버린 것은 탄수화물 탓이 아니라 사람 탓!”이라며 “탄수화물이 적이나 독이 된 것은 가공의 문제지 탄수화물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한다.
자연 상태의 탄수화물은 전혀 건강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병을 낫게 하지만, 자연 상태의 탄수화물이 사람에 의해 가공되면 건강의 적이 된다는 것이다.
탄수화물을 독으로 만드는 ‘가공’이란?
‘탄수화물’ 하면 어떤 음식이 떠오르는가? 밥, 빵, 라면, 국수 등이 먼저 떠오르지는 않는지? 우리 곁에 늘 가까이 있고, 흔하고, 그래서 자주 먹는 이것들이 바로 가공된 탄수화물의 대표주자다. 건강한 탄수화물을 독으로 만드는 ‘가공’이란 뭘까?
황성수 원장은 “가공이란 ▶곡식의 껍질을 벗기는 것 ▶곡식을 갈아서 가루로 만드는 것 ▶곡식을 발효시키는 것 ▶곡식을 액체로 만드는 것. 이렇게 4가지를 꼽을 수 있다. 더불어 매우 엄격한 의미에서 ▶가열까지 꼽는다면 다섯 가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가열은 쉽게 말하면 ‘요리’다. 요리를 가공이라고 생각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몸에 미치는 영양학적으로는 그렇다는 것이니 참고하자.
그러면 껍질을 벗겨 가루를 내고 발효를 시키거나 액체로 만들어 가열하는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전에 먼저 탄수화물에 관해 생각해보자. 탄수화물은 소화되고 흡수되는 속도에 따라 단순당과 복합당으로 나뉜다. 빨리 소화·흡수가 되는 것이 단순당, 비교적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복합당이다. 음식에서는 어떤 것이 단순당이고 복합당일까?
황성수 원장은 “당순당은 먹으면 바로 단맛이 느껴지고, 복합당은 오래 씹어야 약간의 단맛이 느껴진다.”고 설명한다. 먹었을 때 단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대부분의 곡류가 복합당, 단맛을 바로 느낄 수 있는 과일 등이 단순당에 속한다.
여기서 자연 상태의 탄수화물을 가공하는 이유를 엿볼 수 있다. 현미의 ‘껍질을 벗겨’ 백미로 만들면, 복합당이 단순당으로 바뀌어 비교적 금방 단맛이 느껴지고, 먹기에도 부드러워 오래 씹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많이 먹을 수 있게 된다. 탄수화물을 가공하면 이처럼 먹기도 좋고, 맛도 좋아지는 것이다.
가공된 탄수화물이 일으키는 문제들
탄수화물을 가공하면 먹기도 좋고, 맛도 좋아지지만 동시에 문제도 발생한다. 먹기 좋고 맛이 좋다고 건강에도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미나 통곡물 등의 복합당은 소화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혈당이 천천히 올라간다. 그러나 백미나 빵, 라면 등 소화·흡수가 빠른 단순당은 혈당을 빨리 올린다. 가공된 탄수화물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혈당이 급격히 올라갔다 내려가면서 널을 뛴다. 그러면 인슐린 분비에 문제가 생기게 되고, 당뇨, 비만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곡물의 껍질에 있는 칼슘과 철분 등도 섭취할 수 없어 골다공증, 빈혈, 변비 등이 생길 수 있다.
이처럼 가공된 탄수화물은 현대인들의 평생 과제인 비만과 당뇨, 고혈압, 골다공증 등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키기에 건강의 적이자 독으로 낙인 찍힌 것이다.
탄수화물, 먹느냐? 마느냐?
먹느냐 마느냐로 핫이슈가 되고 있는 탄수화물이지만, 탄수화물은 우리 몸이 활동하는 데 에너지원을 공급하는 주요 영양소다. 황성수 원장은 “탄수화물은 우리 몸에 가장 중요한 성분으로 우리 몸을 유지하고 활동하는 데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활동하려면 의식이 있어야 한다. 두뇌는 탄수화물을 연료 삼아 활동하는 대표적인 기관이다. 그래서 저혈당에 빠지면 의식을 잃게 된다. 인체에 탄수화물 공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호흡, 심장 활동, 체온, 근육 활동 역시 탄수화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다. 지방과 단백질은 활동하는 데보다는 몸의 구조를 만드는 데 소모된다. 황성수 원장은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탄수화물은 연료, 지방과 단백질은 엔진 오일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엔진 오일은 한 번 넣어두면 몇 달 가지만, 휘발유는 운행할 때마다 소모된다.
이처럼 그때그때 활동에 필요한 탄수화물을 공급해주어야 인체가 활동할 수 있다. 만약 탄수화물이 부족해지면? 우리 몸은 단백질과 지방을 탄수화물로 전환해서 우선적으로 탄수화물을 만든다.
황성수 원장은 “이처럼 우리 몸에서는 다른 어떤 영양소보다도 탄수화물이 우선이다. 따라서 탄수화물은 반드시 먹어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내 몸에 약이 되는 탄수화물을 먹으려면?
탄수화물의 중요성도, 가공된 탄수화물이 건강의 적이자 독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렇다면 내 몸에 약이 되는 탄수화물을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가공하지 않은 탄수화물을 먹는다
황성수 원장은 “가능한 한 자연 상태에 가까운 상태로 탄수화물을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껍질을 벗기지도, 가루를 내지도, 발효를 시키지도, 액체로 만들지도 않은 자연 상태로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2 껍질을 제거하지 않고 먹는다
황성수 원장은 특히 “곡물의 껍질이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하다.”며 “껍질 성분은 우리 몸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싫어도 먹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껍질은 거칠고 질기고 맛이 없지만, 음식이 우리 몸에 흡수되는 속도를 조절해준다.
3 가능한 한 날것으로 먹는다
황성수 원장은 “탄수화물을 건강하게 먹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날것으로 먹는 것”이라고 말한다. 현미를 물에 불려서 날것으로 씹어먹는 것이 가장 좋고, 가능한 한 손을 대지 않는 범위에서 현미밥을 해먹는 것도 좋다고 한다. 단, 현미(밥)를 먹을 때는 현미(밥)가 입안에서 물이 될 정도로 오랫동안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 양배추나 브로콜리는 물론 감자나 고구마도 가능한 한 날것으로 먹도록 한다.
황성수 원장은 “살다 보면 늘 만점짜리 음식만 먹을 순 없다. 하지만 어떤 음식이 얼마나 해로운지를 안다면 조금이라도 조심하게 되고, 무절제하게 먹지 않게 된다.”며 “음식이 우리 몸에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제대로 알고, 어떤 것이 좋은 음식인지를 공부해야 하며, 또한 이에 대한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황성수 박사는 경북대 의대를 졸업하였고, 대구의료원 제1신경외과 과장을 지냈다. 1992년부터 식습관 교육을 해오고 있으며, 현재 황성수클리닉에서 고혈압·당뇨·비만·만성신부전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MBC 스페셜 <목숨 걸고 편식하다> 등에 출연해 건강정보를 전하였으며, 저서로 <곰탕이 건강을 말아먹는다> <병 안 걸리는 식사법, 현미채식>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