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허미숙 기자】
“당뇨병 걱정되면 환경오염물질부터 멀리하세요”
세계 최초로 당뇨병에 숨어있는 비밀의 문을 연 사람! ?그래서 세계 의학계를 발칵 뒤흔들어 놓은 사람! ?을지병원 내분비내과 이홍규 석좌교수는 당뇨병 치료에 새지평을 연 사람이다.
당뇨병을 일으키는 원인에 대한 혁신적인 연구로 당뇨병 치료의 지형까지도 바꾸어놓은 사람이다.
당뇨병과 미토콘드리아! 이홍규 교수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학문적 지표였다. 그랬던 행보가 놀라운 쾌거를 세상에 내놓았다.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장애가 당뇨병의 근본원인”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분자 레벨에서의 당뇨병 이해에 새로운 물꼬를 튼 혁신적인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도 이 학설은 당뇨병 치료의 핵심 키워드가 되고 있는데 당뇨병과 미토콘드리아, 둘 사이에 숨어있는 비밀은 과연 뭘까?
어떤 집념
미토콘드리아를 사랑한 의대 교수! 서울대병원에서 33년간 진료하고 정년퇴임하는 이홍규 교수에게 사람들이 붙여준 꼬리표였다.
실제로 미토콘드리아는 그가 평생을 바쳐서 연구해온 분야이기도 하다. 을지병원에서 석좌교수로 인생 2막을 연 지금도 미토콘드리아 연구는 여전히 그의 의학적 신념이 되고 있다.
그는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뇨병의 열쇠는 미토콘드리아가 쥐고 있다!”
그것은 그가 일찍부터 당뇨병과 미토콘드리아의 관계에 집착해온 노력의 산물과도 같다. 1980년대 초반,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한 당뇨병은 이홍규 교수에게도 적잖은 걱정거리였다.
그래서 결심했다. 하버드대학 부설 조슬린 당뇨병연구소로 연수를 떠났다. 세계 최고의 당뇨병연구소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었다. 이때부터 이홍규 교수의 당뇨병 연구도 본격적인 시동이 걸리게 된다. 당뇨병에 대한 폭넓은 임상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인슐린의 체내 작용에 대해 수많은 문헌 연구도 이뤄졌고, 포도당의 산화과정이 미토콘드리아에서 일어난다는 중요성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그랬던 그의 행보는 1983년 또 한 번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국제보건기구(WHO)와 국제당뇨병연맹(IDF)이 개최한 당뇨병 역학연구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서부터였다.
이것은 장차 당뇨병 역학연구의 대가 이홍규 교수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세계? 무대에서 학문적 외연을 넓혀온 그는 1991년 우리나라 당뇨병 연구에 있어 기념비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기 때문이다. 경기도 연천 지역 주민 2500명을 대상으로 당뇨병 역학 연구를 진행했던 것이다.
이렇게 진행된 연구 결과는 한국인 당뇨병의 특성 연구에 중대한 변곡점이 됐다. 우리나라 당뇨병이 어떤 사람들에게 잘 생기는지를 알게 됐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의 당뇨병 위험요인이 무엇인지를 짐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어떤 화학물질에 의한 산화적 스트레스가 당뇨병의 직접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홍규 교수는 “가령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경제적으로 열악한 사람들에서 당뇨병이 잘 생기는 특징이 있었다.”며 “이들의 식사에는 고급단백질과 비타민 C의 섭취가 부족하였고, 담배를 피우고, 음주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었다.”고 말한다.
가설이 현실이 되고…
대규모 역학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당뇨병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이홍규? 교수는 환자들의 특성을 분류하고 정리하던 과정에서 하나의 의문을 갖게 된다.
“바로 우리 몸의 세포 하나하나에 들어있는 에너지 생산공장 미토콘드리아의 존재였어요. 그 당시 세계 의학계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미토콘드리아 DNA의 손상이 노화의 중요한 기전으로 입증되고 있었고, 그렇다면 나이가 들면서 주로 생기는 당뇨병도 미토콘드리아 DNA에 일어나는 손상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그의 생각은 적중했다. 놀랍게도 당뇨병 환자의 혈액세포에는 정상인에 비해 미토콘드리아 DNA의 양이 줄어들어 있었던 것이다.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이상이 당뇨병과 무관하지 않음을 부인할 수 없는 증거였다.
그것은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이상이 인슐린 저항성을 일으킨다는 새로운 학설의 잉태 배경이 됐다.
1997년 이홍규 교수는 세계 최초로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장애가 당뇨병의 원인이라는 새로운 학설을 발표하며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만성병 뒤에 미토콘드리아
미토콘드리아 손상이 인슐린 저항증을 일으킨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찾아냄으로써 당뇨병 연구의 새장을 연 이홍규 교수.
이 같은 그의 주장은 세계 의학계에도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미토콘드리아 연구를 활성화시키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미토콘드리아의 중요성을 제대로 실감한 이홍규 교수도 미토콘드리아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하게 된다. 미토콘드리아연구회도 만들고 세계 석학들과 끊임없이 교류하면서 학문적 외연도 날로 확장시켰다. 그리하여 비로소 그 정체를 드러낸 미토콘드리아의 건강비밀은 실로 놀랍다.
이홍규 교수는 “결론적으로 말해 당뇨병뿐만 아니라 비만, 대사증후군까지 많은 만성병의 근본원인에는 미토콘드리아의 손상이 존재하고 있었다.”며 “따라서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당뇨병뿐 아니라 만성병을 이기는 최선의 방법임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당뇨병 치료의 핵심 키워드 미토콘드리아 사수법 ?
‘그렇다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장애는 왜 생기는 걸까?’ 당뇨병, 비만, 대사증후군까지 굵직굵직한 만성병을 일으키는 근본원인이 미토콘드리아 기능장애임을 알게 된 이홍규 교수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그런 그에게 2006년 미국 당뇨병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은 충격이었다. 미국 보건부가 국민건강영양조사의 일환으로 시행한 미국인의 각종 환경오염물질의 혈중 농도 계산’에서 당뇨병 환자의 경우 당뇨병이 없는 사람에 비해 각종 환경오염물질의 혈중 농도가 훨씬 높게 나타났던 것이다.
그리하여 2011년 미국 독성연구소와 국립보건원은 “환경오염물질들이 당뇨, 비만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공식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이홍규 교수가 주창한 ‘당뇨병과 미토콘드리아’의 학설에도 날개를 달아주었다. 미토콘드리아 손상이 당뇨병을 유발하는 근본원인임을 재확인시켜 준 연구결과이기도 했다.
이홍규 교수는 “환경오염물질이 우리 몸에 들어와 나쁜 짓을 하면 환경호르몬이라 부르는데 이런 환경호르몬은 한결같이 미토콘드리아에 독성을 가하는 주범들”이라며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장애를 유발해 당뇨, 비만, 대사증후군 등 만성병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재차 확신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세계적인 당뇨 명의 이홍규 교수가 추천하는 당뇨병 예방 대책도 이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환경호르몬으로부터 미토콘드리아를 지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홍규 교수는 “당뇨 대책=환경호르몬 대책이 핵심이 된다.”며 “따라서 당뇨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는 노하우도 몸속 환경호르몬을 해독하는 데 달려 있다.”고 말한다. 그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1 환경호르몬 독소가 몸속으로?들어오지 못하도록 한다
환경호르몬이란 사람들이 인공적으로 만든 화학물질들이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병이나 그릇에서 나오기도 하고, 자동차와 공장에서 나오는 매연이나 담배연기도 환경호르몬에 속한다. 농약, 제초제, 살충제, 소독약 등도 대표적인 환경호르몬 독소들이다. 따라서 환경호르몬 독소가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면 다음의 7계명은 꼭 지키자.
● 생활용품에는 환경호르몬이 많이 숨어있다.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학첨가제인 프탈레이트나 PCB는 플라스틱 제품의 핵심재료로 우리 주변의 플라스틱 제품에는 거의 다 들어있다. 당뇨병이 걱정되면 가급적 사용하지 말자.
● 유기농식품을 먹도록 노력하자. 농약이나 제초제가 든 식품에 주의하고, 살충제, 소독약 등은 최대한 사용하지 말자.?
● 될수록 플라스틱 병에 든 물은 마시지 말자. 수돗물이 오히려 낫다. 가령 보리차나 현미차, 녹차처럼 끓여서 마시면 더 좋다.
● 휘발성 화학성분이 든 종이, 페인트, 가죽제품, 페인트를 칠한 가구 등은 피하자. 요즘 큰 문제가 되는 미세먼지에도 환경호르몬이 많으니 공기가 나쁘면 외출을 삼가고 매연이 심하거나 공기가 나쁜 곳은 피하자.
● 환경호르몬의 대명사인 다이옥신은 육류와 생선 섭취를 통해 체내로 들어온다. 육류와 생선을 먹을 때는 기름을 빼고 먹고, 태우지 않는 요리를 해서 먹어야 한다. 특히 금연은 기본이다. 담배연기에는 다이옥신과 비슷한 독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 운동은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좋게 해서 환경호르몬들의 독성을 줄인다. 다만 너무 심하게 하면 오히려 해롭다.
● 가공식품은 될수록 적게 먹자. 외식을 줄이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자.?
2 몸속에 들어온 환경호르몬 독소는배출시킨다
이미 들어와 있는 환경호르몬 독소를 배출시키기 위한 노력도 반드시 해야 한다. 구체적인 실천지침은 4가지다.
● 땀을 흘린다.? 땀을 흘리면 비스페놀A와 프탈레이트 등 다양한 독성물질들이 많이 빠져나간다. 반신욕, 사우나, 운동 등 모두 좋다.
● 독소 배출을 도와주는 음식들을 먹는다. 해독주스를 만들어 마시면 좋다. 이홍규 교수가 추천하는 해독주스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① 잘 씻은 유기농 브로콜리, 당근, 토마토, 양배추를 잘게 썬다.
② 채소들이 물에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10~15분 정도 삶는다.
③ 믹서에 4가지 삶은 채소와 따뜻한 물, 식초, 바나나를 넣어 먹기 좋게 만든다.
④ 저지방 요구르트를 넣거나 따로 같이 마셔도 좋고, 식사의 일부로 만들어 이용해도 좋다.
⑤ 200cc를 하루에 두 번 마시면 좋다. 식사 직전에 마시고, 주식으로 먹는 칼로리를 100칼로리 정도 줄이면 좋다. 식사 후에 먹어도 상관없다.
● 섬유질이 많은 식품을 먹는다. 키토산, 해조류, 클로렐라, 스피루리나, 낫토 등 섬유질이 많은 식품이 좋다.
● 몸속의 독소를 무력화시킨다. 저지방 요구르트를 먹거나 유산균 제품을 적극 활용한다. 녹차도 해독에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
오늘도 국제학술대회에 논문을 발표하고 일주일에 나흘은 진료를 하며 전성기 못잖은 현역인생을 살고 있는 이홍규 교수! 여전히 건재한 데는 특별한 건강비법이라도 있는 걸까?
“특별한 건 없지만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는 것은 최대한 자제하는 생활을 합니다. 플라스틱 용기는 안 쓰고, 커피를 마실 때도 종이컵 대신 머그컵 쓰기를 실천하죠. 녹차를 많이 마시고, 물을 많이 마시고, 육식은 줄이고, 가공식품은 가능한 먹지 않습니다.”
너무 평범하다는 지적에 건강기능식품 하나는 먹는다고 털어놓는다.
“키토산과 유산균으로 만든 제품은 먹습니다. 키토산은 환경호르몬 배설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장에서도 분해가 되지 않는 키토산은 오염물질을 흡착해서 그대로 배출시키게 되니까요.”?
솔잎이나 무청 같은 식품도 훌륭한 독소 배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자.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당뇨, 비만, 대사증후군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을 것이다. 당뇨 명의 이홍규 교수는 끝까지 ‘환경호르몬에 대한 대책’을 그 대안으로 강조한다. 그것이 당뇨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지름길임을 확신하기 때문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