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나이가 들수록 유연성 운동하세요!”
지금도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사극 드라마 명대사. ‘아프냐? 나도 아프다!’
인제대 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박현아 교수도 그런 마음으로 TV 건강정보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언제나 밝은 얼굴로 알기 쉽게 건강정보를 설명한다. 잘못된 건강지식은 나쁜 습관으로 이어져 병을 만든다. 제대로 된 건강지식은 좋은 습관으로 이어져 ‘건강꽃’을 피운다. 20년 넘게 진료실에서 겪고 본 일이다. 병원 진료, 교육, 건강검진센터장 업무에, 세 자녀의 엄마 역할까지. 없는 시간을 쪼개 방송에 출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이런 박현아 교수에게는 특별한 장점이 있다. 바빠 보이지만 지쳐 보이지는 않는 것이다. 그 힘든 걸 박현아 교수는 해낸다.
그 비결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박현아 교수에게 삼시 세끼란?
많은 의사가 건강해지려면 하루 3번씩, 같은 시간에 하라고 권하는 것은 뭘까? 맞다. 식사다. 그런데 규칙적인 시간에 하는 3번의 식사는 생각보다 어렵다. 아침식사는 늦잠 자서 거르기 일쑤, 점심은 바빠서 뛰어넘기 일쑤, 저녁식사는 늦게 먹기 일쑤다.
박현아 교수는 365일 중 딱 하루를 빼고 일정한 시간에 아침, 점심, 저녁을 먹는다. 그 하루는 일 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하는 날이다. 어쩔 수 없이 아침을 걸러야 하는 날이다. 아무리 바빠도 그렇게 살아왔다. 세끼는 다 챙겨 먹지만 많이 먹지 않아서 몸은 가볍다.
“아침은 밥을 1/3공기 정도 먹고, 점심과 저녁은 2/3공기 정도 먹어요. 외식을 잘 안 하는 편이고, 집밥과 병원 식당밥 위주로 먹죠. 매끼 식사에 고기나 두부 같은 단백질 반찬, 샐러드나 나물 같은 채소 반찬은 꼭 넣고요. 이렇게 세끼 다 먹는 이유는 간단해요. 먹는 것이 곧 에너지라 쉽게 지치지 않고 즐겁게 살 수 있어요.”
삼시 세끼라는 규칙을 중심으로 박현아 교수의 하루는 돌아간다. 세끼 식사의 규칙이 깨지면 도미노가 무너지듯 애쓰고 쌓은 건강습관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박현아 교수가 하는 3가지 운동 역시 세끼 식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활력 에너지의 원천 운동
박현아 교수는 건강에 가장 안 좋은 습관으로 밥을 먹고 곧장 자리에 앉거나 눕는 것을 꼽는다. 밥을 먹고 뭔가를 일부러 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앉아 있게 된다. 그래서 박현아 교수는 주로 식사 후 운동을 한다.
먼저 일주일에 두 번은 점심이나 저녁을 먹은 후에 지하도를 걷는다. 서울시청부터 동대문운동장까지 지하도가 연결되어 있는데 박현아 교수가 일하는 서울백병원은 그 중간쯤인 을지로 3가에 있다. 그래서 병원 근처인 을지로 3가역에서 시작해 을지로 4가로 갔다가 을지로 입구를 찍고 다시 을지로 3가로 돌아오면 빠른 걸음으로 35분 정도 걸린다.
지하도를 걸으면 한낮의 강한 자외선을 피할 수 있고,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걸을 수 있다. 추운 겨울에는 두껍게 옷을 껴입지 않아도 되고, 여름에는 지하라서 밖보다 훨씬 시원하다. 요즘은 지하도의 대기 질도 관리하고 수치로 알려줘서 생각보다 쾌적하게 운동할 수 있다.
이렇게 걷고 나면 지칠 것 같지만 그 반대다. 운동을 안 하는 날이 더 피곤하다. 운동하고 나면 오후 진료를 보는 내내 몸이 가뿐하고 졸리지도 않아서 좋다.
두 번째 식사 후 운동은 요가다. 일주일에 2번씩 저녁을 먹고 요가센터에 간다. 요가를 하게 된 계기는 뜻밖에도 너무 아파서였다.
“저처럼 계속 앉아서 일하는 사람은 근골격계 통증이 잘 생겨요. 주로 오른쪽만 쓰다 보니까 오른쪽 날개뼈가 약을 먹어도 계속 아팠던 적이 있어요. 그래서 스트레칭이 필요할 것 같아 요가를 시작했어요. 요가를 일주일에 3번씩 하니까 얼마 안 가 통증이 훨씬 좋아졌어요. 그렇게 다 나은 줄 알고 요가를 쉬었더니 다시 통증이 생기더라고요. 그때부터는 일주일에 두 번씩은 요가를 해요. 나이 들수록 스트레칭이나 요가 같은 유연성 운동을 하는 게 정말 좋다는 걸 깨달았어요.”
직접 겪어봐서일까? 박현아 교수는 안 쓰는 관절을 쓰고 근육을 이완하는 유연성 운동을 한 번 더 강조한다.
나이 들수록 중요한 유연성 운동
우리 몸은 안 쓰면 약해진다. 근육과 관절도 예외가 아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다리를 뒤로 뻗거나 옆으로 뻗는 일은 좀처럼 없다. 머리 감을 때가 아니면 머리 위로 어깨를 뻗을 일이 없다.
우리 몸은 쓰는 근육만 발달하고 안 쓰는 근육은 약해지는데 그렇게 되면 근육의 균형이 깨진다. 우리가 움직이는 일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근골격계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오십견도 여기에 해당된다.
안 쓰는 근육과 관절은 퇴행의 길을 걷게 된다. 자꾸 쓰고 펴주는 수밖에 없다. 가장 쉬운 방법이 스트레칭이다. 국민체조와 같은 맨손 체조나 요가를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세 번째 식사 후 운동은 양재천 걷기다. 주로 주말에 식사 후 양재천을 1시간 정도 걷는다. 평일에는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니까 저절로 꽤 걷지만 출근을 안 하는 주말은 일부러 나가서 걷는 시간을 만든다.
피할 수 있는 나쁜 건 피하자!
박현아 교수는 유연성 운동과 함께 유해환경 피하기도 강조한다. 호흡기에 치명적인 건조한 환경을 피하려고 겨울에는 난방을 약하게 튼다. 덕분에 가족 모두 집에서 양말과 긴소매 옷은 필수지만 감기는 안 걸린다. 환기를 자주 하고, 환경호르몬이 나올 수 있는 플라스틱 용기 대신 유리 용기만 쓴다. 또 박현아 교수의 집에는 흔하디흔한 방향제, 탈취제, 섬유유연제가 없다.
“옷이 뻣뻣하고 정전기가 좀 생기면 어때요? 입는 데 전혀 지장이 없잖아요. 굳이 집안에 방향제를 놓지 않아도 청소 잘하고 그때그때 치우면 괜찮아요. 저는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화학물질로 만든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편이에요.”
피해야 하는 것은 보이는 유해물질뿐이 아니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도 피하는 것이 좋다. 이것은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아는 것이 먼저다. 예를 들어 박현아 교수는 시간이 촉박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다. 이런 스트레스를 피하려고 어떤 약속을 할 때 시간을 촉박하게 잡지 않는다. 그러니까 스트레스가 훨씬 줄어들었다.
남과 비교가 되는 상황,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일도 마찬가지다. 이런 일을 피하지 않거나 포기 안 하면 자신과 주변 사람까지 괴롭게 만든다. 피하는 게 진짜 상책이다.
역지사지에서 찾은 의사의 길
박현아 교수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노하우는 스스로 깨닫기도 했지만 환자를 진료하면서 배운 점이 많다.
“많은 환자의 말을 듣다 보면 병의 원인이나 나쁜 생활습관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배울 점도 많아요. 책보다 환자의 이야기 속에서 배우는 게 많을 정도예요. 삶의 이치를 깨닫기도 하고, 욕심을 버리는 법을 배우기도 하고요.”
환자의 말을 끊지 않고 다 듣는 의사로 유명한 박현아 교수는 누가 좋은 의사가 되는 법을 물으면 한결같은 대답을 한다. “의사도 환자가 되는 순간이 있음을 잊지 말라.”고. “그때 의사가 어떻게 해주면 좋을지 생각하면 좋은 의사가 되는 법이 나온다.”고.
박현아 교수는 오늘도 역지사지가 늘 옳다는 것을 진료실에서 나온 환자가 쥔 ‘희망 한 움큼’으로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