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김진경 기자】
【도움말 | 국립암센터 폐암센터 한지영 의학박사】
매년 전세계적으로 1,000만 명 이상의 암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매년 650만 명 이상이 암으로 죽어가고 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는 암은 인체 어느 한 부위도 제외하지 않고 모두 발생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폐에 발생하는 폐암은 가장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뺏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이 무서운 폐암 치료에 효과적인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소세포 폐암의 신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암 사망률 1위 ‘폐암’
종래 한국인 암 사망률 1위는 위암이었다. 맵고 짠 음식을 즐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서 위암 사망률 1위라는 결과는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최근들어 이런 현실에 서서히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폐암의 발생률이 점점 증가하면서 암 사망률 1위 자리를 차지했다고 한다.
남자의 경우 폐암 사망률이 인구 10만 명당 38.6명으로, 여자의 경우 인구 10만 명 당 14.0명으로 집계되었다.(2003, 국립암센터 집계)
남자는 폐암 사망률이 위암에 의한 사망률 31.4명보다 월등히 높아 1위를 차지했고, 여성은 위암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 결과는 폐암이 남녀 모두에게 있어서 중요한 암 사망 원인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같이 폐암 사망률이 높은 것은 그 예후가 매우 좋지 않기 때문이다. 위암이나 간암 등 다른 부위에 발생하는 일반 암들과는 달리 폐암은 수술적 치료가 힘들다.
폐암 중 특히 소세포 폐암은 매우 빨리 자라고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암이다. 대개의 경우 수술이 불가능하다. 물론 비소세포 폐암이나 국소적인 부분에 암세포가 퍼져 있는 경우에는 수술이 가능하기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 항암제와 방사선을 이용한 치료를 한다.
국립암센터 폐암센터 한지연 박사는 “소세포 폐암은 예후가 매우 불량하며 수술적 치료에 제한이 있는 암입니다. 따라서 보다 효과적인 치료법의 개발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복합항암제 투여로 생존율 높여
최근 이처럼 치료에 한계가 있는 소세포 폐암에 효과적인 치료법이 개발되어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국립암센터에서 개발해낸 복합항암제 투여법이 바로 그것이다. 국립암센터 한지연 교수는 전이가 없는 3기 이하의 소세포 폐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캠푸토와 시스플라틴을 합한 복합항암제를 2주기 동안 투여했다. 이들 환자는 이전에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즉 폐암을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들이었다.
연구팀은 지난 2001년 11월부터 2003년 5월까지 3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복합항암제를 유도요법으로 투여한 후 방사선과 항암요법의 동시치료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모든 환자들이 이 치료법에 대해 100%의 반응률을 보였으며, 그 중 45%는 암 종양이 모두 사라지는 완전 반응을 보였다.
본래 소세포 폐암은 수술적 치료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를 병행해서 한다. 기존의 표준 치료법의 경우 환자의 생존율이 매우 낮았다.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고작 1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에 개발된 새로운 치료방법을 적용하면 생존율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생존기간은 25개월로 미국의 연구결과보다 2개월이나 더 길고, 2년 생존율은 53.9%로 미국보다 7%나 더 높다. 2년 무병 생존율도 36.1%로 7%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새 치료법은 복합항암제로 암의 크기를 줄인 후 방사선 치료를 하는 방법입니다.”라고 밝히고, “이 방법을 활용하게 되면 방사선을 받는 부위가 줄어들어 정상조직이 파괴되는 것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보다 적극적인 임상시험 시행 필요
예후가 매우 불량한 소세포 폐암 환자의 생존율을 연장시켰다는 점에 있어서 이 치료법은 획기적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많은 폐암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신 치료법이 완전하다고는 아직 말할 수 없는 단계이다. 지금까지 세계 최고로 인정받아온 미국의 연구 결과보다 월등한 결과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게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부작용과 적용대상의 제한이라는 문제점이 있기는 하지만 특별한 결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이번에 실시한 임상시험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한지연 박사는 “신 치료법이 표준이 되기 위해서는 수백 명을 대상으로 하는 제 3상 임상시험이 필요합니다. 이 말은 즉 소세포 폐암을 처음 발견한 환자들 수백 명이 필요하다는 말과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작은 나라에서는 힘든 일입니다.”라고 설명하고, “특히 임상시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더디게 하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임상시험이란 최선의 암 치료, 예방 및 진단 방법 등을 개발하는 연구를 말한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최선의 암치료들은 임상시험을 통해 개발되어진 것이다. 이렇게 개발되어진 새로운 치료법들은 암 환자들의 생존율을 개선시킨다. 따라서 임상 시험의 꾸준한 개발 및 시행이 필요하다.
보통 사람들은 임상시험이라고 하면 마치 흰쥐에게 실험을 하는 등의 모습을 상상한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임상시험은 사람에게 쓰지 못할 약을 사용하거나, 잔인한 실험을 하거나, 불안정한 약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임상시험은 허가가 난 안전한 약제 또는 치료법을 이용하여 사람들에게 어떠한 효과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한 교수는 “임상시험에 대한 오해를 없애고, 암 환자들의 생존율 개선을 위하여 보다 적극적인 임상시험의 시행이 필요합니다.”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