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CHA의과학대 차움 파워에이징센터 강영곤 교수】
나이가 들수록 생활이 안정되면 하고 싶은 일이 많아진다. 아등바등 일하느라 정신없이 보낸 청춘을 보상해 줄 취미 한 가지는 가져야겠고, 철마다 경치 좋은 곳으로 여행도 훌쩍 떠나고 싶다. 그런데 꼭 한 가지가 발목을 잡는다. 노화라는 복병이다. 젊었을 때는 일하느라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못하고, 이제 좀 살만하면 노화에 굴복한 몸 때문에 울상을 짓곤 한다.
벽에 걸려 있는 시계보다 자신의 생체 시계가 빨리 간다는 생각이 들면 잠시 주목하자. 째깍째깍 시계와 우리 몸은 분명히 다르다. 우리 몸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서 째깍째깍 노화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방법은 있다.
건강장수로 가는 티켓은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예약!
우리 몸의 노화지수를 낮추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꼭 버려야 할 마음가짐이 있다.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수 없다.’는 부정적인 생각이다. CHA의과학대 차움 파워에이징센터 강영곤 교수는 “노화지수를 낮추는 것은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공부와 일이 노력한 만큼 대가를 주는 것처럼 우리 몸도 노화를 늦추려고 노력하면 젊음을 오랫동안 누릴 수 있다. 강영곤 교수는 “젊을 때 하는 건강 관리는 적은 시간과 비용으로 가능하지만 점점 늦춰질수록 더 많은 시간, 비용, 노력이 들 수밖에 없다.”며 “노화로 인한 병이 오기 전에 건강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노화지수를 낮춘다고 하면 특별한 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하고 노화를 예방하는 길은 거창한 방법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올바른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강영곤 교수는 “올바른 생활습관과 더불어 자신의 건강 상태가 어떤지 바로 알고, 노화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평가해 이에 대한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올바르게 관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생체 시계 거북이 만드는 노화지수 낮추는 7계명
1. 긍정적인 마음으로 건강수명을 늘려라!
긍정적인 마음은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긍정적 행동을 하게 만든다. 똑같은 일을 겪더라도 긍정적인 마음은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도 많다. 또한 긍정적인 마음은 늘 밝은 얼굴과 웃음을 선물한다. 웃으면 체내의 엔도르핀 분비가 늘어난다. 이로 인해 면역력이 올라가고, 스트레스는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많이 웃기 위해서라도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어떤 일이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다.
2.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먹어라!
다양한 제철음식으로 밥상을 차려서 골고루 먹는 것이 좋다. 단, 활동하는 양에 비해 너무 많이 먹으면 노화지수는 오히려 올라간다. 생활습관병이라고 알려진 당뇨, 고지혈증, 비만 등은 영양 과다가 몰고 온 대표적인 문제다. 활동할 양만큼만 먹고, 그 이상은 먹고 싶어도 몸을 위해 과감하게 포기한다.
바쁜 현대인 중에는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 맛에 길들어서 제철음식 고유의 맛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강영곤 교수는 “각종 화학조미료의 사용은 최대한으로 줄이고 우리 선조가 먹던 대로 제철 음식이 가진 고유의 맛을 음미하며 먹는 것이 그때그때 필요한 영양을 섭취하는 쉽고 좋은 방법이다.”고 설명한다.
3. 밥 먹는 시간을 줄이지 마라!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아무리 영양이 풍부한 음식도 건강하게 먹지 않으면 소용없다. 현대인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식사 방법은 빨리 먹는 것이다. 음식을 빨리 먹으면 많이 먹게 되고, 대충 씹고 넘기다 보니 소화와 영양 흡수가 잘 안 된다. 의식적으로라도 입안에 최대한 많이 씹고, 음식을 넘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30번 이상 오물오물 씹으면 음식 고유의 맛을 알게 되고, 식사 후 즐거운 포만감이 온다.
4. 젊은 뇌를 사수하라!
우리 몸의 모든 기관이 중요하지만 특히 뇌는 우리 몸의 여러 기관을 조절하는 중추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느끼는 기관이다. 강영곤 교수는 “노화 지수를 낮추기 위해서는 신체를 활발히 움직여서 뇌를 자극하고 지속적으로 뇌를 사용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우리 몸의 중추 뇌가 퇴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5.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해라!
기술과 과학의 발전은 몸을 편리하게 만드는 데만 익숙하다. 그러다 보니 몸을 움직일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적절한 신체 활동량을 유지하는 것은 노화지수를 낮추는 데 필수다.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시간이 없다,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는 사람이 많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일에 허비하는 에너지를 운동에 쏟자. 운동은 일단 시작하면 다음부터 몸이 알아서 요구하므로 한 번 마음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
6. 젊어지고 싶다면 절주, 금연과 평생 친구하라!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암, 심혈관질환을 유발한다. 또 니코틴 의존증이라는 중독 증세를 가져오기도 한다. 술은 한 번 입에 들어가면 절제하기 어려워 취하도록 마시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시면 건강상의 문제뿐 아니라 인간관계에도 좋을 리 없다. 술과 담배는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는 돌파구가 아니라 또 다른 스트레스를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7.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해라!
건강검진은 질환을 조기에 찾아내 빠르게 치료하는 것이 목적이다. 최근에는 이런 건강검진과 함께 노화지수를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건강검진도 나와 있다. 질병의 유무를 판단하고 몸이 얼마나 노화되었는지 알면 더욱 올바른 건강관리 계획과 목표를 세울 수 있다.
몸이 말하는 숫자에 귀를 기울여야
‘10~20% 할인’처럼 돈을 나타내는 숫자에는 민감하면서 자신의 혈당, 몸무게 등 건강과 관련한 숫자에는 무관심한 사람이 많다. 이러한 수치는 자신의 몸 상태를 알게 해주는 지표이자 앞으로 어떻게 몸을 관리해야 할지 알려주는 모범 답안지다. 그것도 정확한 숫자로 알기 쉽게 말이다.
강영곤 교수는 “혈압이나 혈당이 높아도 어떠한 기준치를 넘기까지는 불편함을 못 느낀다.”며 “그 기준치가 넘어가면 그동안 쌓였던 문제들이 봇물 터지듯 한꺼번에 터진다.”고 말한다. 혈압이나 혈당 등이 높아도 증세가 없다고 무시한다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수 있다.
건강에는 공짜가 없다. 자기가 노력한 만큼 건강을 챙길 수 있고, 노화지수를 낮출 수 있다. 강영곤 교수는 “성장기 때의 건강상태는 청장년기 건강을 결정하고, 갱년기 때의 건강상태는 인생의 후반기를 결정한다.”며 “지금이라 늦지 않았으므로 자신의 몸에 맞는 건강관리를 하루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TIP. 노화지수가 낮은 세계 장수촌 사람처럼 살고 싶다면?
파키스탄의 훈자, 일본의 오키나와, 이탈리아 사르테나 등 세계 장수촌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긍정적인 생각을 통해 지금에 만족할 줄 알며, 미래지향적이다. ▶노인이 돼서도 손에서 일을 놓지 않는다. ▶거친 곡식을 먹는다. ▶고기보다 생선을 많이 먹는다. ▶늘 채소, 과일 등 항산화 식품을 먹는다.
이탈리아 사르테나 사람은 100살까지 살 가능성이 다른 선진국의 2배에 이른다. 그중에는 노인이라도 충분히 행복한 미래를 얻을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70세가 되면 아직도 30년은 건강하고 즐겁게 살 수 있다고 여기고 끊임없이 미래를 설계한다. 사르테나는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오래 산다. 여자들도 열심히 일하지만 남자들은 특히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지런히 일하기 때문에 더 오래 산다고 짐작할 수 있다.
파키스탄의 훈자도 사르테나와 마찬가지로 척박한 땅이다. 곡식이 귀했기 때문에 껍질째 통으로 먹었다. 먹을 것이 없는 겨울철을 대비해 우유를 요구르트로 만들어서 먹었다. 지금은 통곡물과 발효식품이 건강식이라고 해서 각광받고 있지만 그들에게는 생존을 위한 방식이었다. 주어진 환경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할 줄 아는 삶의 자세, 그것이 장수 비결이라고 볼 수 있다.
강영곤 교수는 차움 파워에이징센터에서 진료를 하고 있다. 노화방지연합회 총무이사,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학술이사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