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
갑상선암이 완치된 57세 여성이 겨울에도 더위를 참을 수 없고 얼굴에 열이 자꾸 오르는 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했다. 그런 증상이 반복되면서 최근에는 불안하고 우울하기까지 하다고 했다.
갑상선 검사를 포함한 기본적인 검사상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환자의 생활습관을 점검해 봤을 때 환자는 끼니를 거르지는 않았지만, 점심을 제외하고는 일반인 식사량의 1/3~1/2 정도의 열량을 섭취하고 있었고, 그조차도 주로 밥과 고른 반찬이 아닌 빵이나 과일 등 일품요리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반면 하루 3시간 정도 근력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고 있어 섭취 열량에 비해 지나치게 활동량이 많은 상태였다.
환자에게는 운동을 반으로 줄이고, 고기와 밥과 같은 주식 위주의 식사를 하도록 권유했는데, 3달 후인 올 8월에 다시금 내원했을 때 여름인데도 더위를 견딜 만하고 지내기가 훨씬 편해졌다고 했다.
우리 몸은 심장과 폐가 산소와 영양분을 혈관을 통해 온몸 장기에 보내 각 장기가 맡은 바 소임을 잘하면 건강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 과정에서 먹은 것을 소화하고, 몸을 움직여 근육에 비축한 연료를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각 장기가 제 일을 잘할 수 있을 만큼만 음식을 섭취해 주면 먹고 움직이는 균형이 맞아 특별한 증상 없이 건강하게 살도록 만들어져 있다.
요즈음 ‘꽃중년 열풍’으로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다. 이 환자같이 움직임에 비해 열량 섭취가 지나치게 적으면 온몸의 장기가 제기능을 못 하면서 몸의 입장에서는 스트레스 상황이라고 느끼는 상태를 만든다. 또 자율신경계 부조화를 일으켜, 더위를 못 참고 열감을 느끼게 된다.
사람의 몸은 오묘해서 몸이 아프면 마음도 병들고, 마음이 병들면 몸에도 증상이 나타나게 되어, 자연스럽게 불안하고 우울한 느낌까지 나타난 것이다.
실제로 진료실에 내원하는 환자의 상당수가 이렇게 자신이 만들어 낸 증상으로 불편해 한다. 즉 수술이나 약물치료가 꼭 필요한 단계가 아닌 대부분은 병을 만드는 것도, 치료하는 것도 환자다. 의사는 단지 환자가 말하는 증상에 따라 그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요인을 진단해 치료의 방향을 제시해 줄 뿐이고, 결국 환자 스스로 병을 만들기도 하고 치료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