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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발언대] 살충제 달걀에서 간염 소시지까지… 먹거리 공포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차선책

2017년 10월 건강다이제스트 청명호 40p

【건강다이제스트 | 건강칼럼니스트 문종환】

맥도날드 햄버거병 논란에 이어 ‘살충제 달걀’ 파동, 그리고 최근엔 유럽산 소시지·햄의 E형 간염 파동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먹거리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살충제 달걀’ 사태는 까도 까도 점입가경이다. 달걀 생산 과정과 살충제 성분을 추적해 보니 유럽에서 발견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 이외에 맹독성 농약으로 분류돼 사용이 금지된 DDT까지 검출됨으로써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더군다나 이에 대처하는 관련 부처의 안일함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자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게다가 살충제 성분을 포함한 DDT까지 검출된 농가 중에서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가 더 많아 정부 인증에 대한 불신도 가중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지금 우리는 무얼 먹어야 할지 막막하다. 마음 편히 먹을 게 없는 현실에서 지금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싼 게 비지떡?

우리는 먹어야 살 수 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이다. 과거나 현재에 비해 미래가 더 걱정이다.

언젠가부터 동물과 식물을 공장에서 찍어내듯 생산하기 시작했다. 공산품으로 전락하고 있는 동물과 식물(관행농산물)의 역습이 시작될 것이란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채식동물인 소에게 양의 골분을 먹인 결과 광우병이 발생하였고, 좁은 우리에서 비위생적으로 사육되고 있는 소·돼지에서는 구제역이, A4용지 한 장 크기의 공간만 허락된 닭에서는 AI(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다.

먹거리로 사육되는 소·돼지·닭에게는 스스로 질병을 이겨낼 수 있는 면역력 자체가 없다. 오로지 사람이 주사하는 항생제 등의 화학약물에 의존한 채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밥상에 올라가기 위해서다. 그런 사육환경에서 어떻게 슈퍼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을까?

초원에서 풀을 뜯는 소, 가정에서 사람이 먹고 남은 음식을 먹고 사는 돼지, 마당에서 자유스럽게 모이를 쪼아 먹고 있는 닭은 이제 그림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정답은 ‘싼 것을 쫓아가는 소비심리’가 그 원인이다. ‘싼 것을 쫓아가는 소비심리’는 더 이상 소가 초원에서 풀 뜯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돼지가 사람들이 먹는 것처럼 먹는 것을 용서치 않았으며, 한가로이 마당에서 모이를 찾는 닭의 유유자적함도 보고 싶어 하지 않았다.

싼 것을 찾으면서 그것이 좋을 것이란 기대를 하는 것은 소비자의 욕심이다. 우리 속담에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이러한 상황을 빗대어 한 말은 아닐까?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어라

건강한 먹거리는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할 수 없다. 가격 경쟁을 하는 순간이 망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비용이 상승하고 판매가격도 비싸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는 단순히 먹거리를 사는 것이 아니라 해당 농산물(혹은 식품)을 생산하는 농부의 가치를 사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아니 그런 가치를 추구하는 신뢰할 만한 농부를 찾아서 필요한 농산물이나 식품을 구입하면 된다. 물론 가격은 시중가격보다 비쌀 것이다.

유기농업을 하는 많은 농가는 다품종 소량 생산에 기초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원하는 작물 생산을 직접 요구하여 구입할 수도 있다. 믿을 만한 유기농업 농장을 찾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직접 농장을 방문하여 인맥을 맺어도 좋다. 농가와 교류가 활발해지면 칙칙한 도시 삶에 생명이 깃들 수도 있다. 그러니 찾아라. 나와 아름다운 인연을 맺을 착한 농가를.

1 문제가 있는 고기류는 밥상에서 걷어내고 신선한 유기농 과일과 채소, 그리고 곡류를 섭취하는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 최선이다. 우리는 지난 시대에 건강한 먹거리 생산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부족했다. 그것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지, 생산 과정은 어떤지, 영양학적 가치는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가격은 적정한지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소비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정부가 발표하는 내용만 믿고 농산물·축산물의 질(質)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던 게 사실이다.

지금부터라도 유기농·축산물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생산-유통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정말 믿을 만하다고 생각되면 소비를 늘려 생산을 늘리고 그럼으로써 가격도 적정선까지 낮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2 유기농 농산물이 아니라면 농약이나 화학비료, 제초제를 가능한 적게 사용하려고 노력하면서 안전하고 적절하게 사용하는 농가를 찾아라.

도시생활에서 경제적 여유를 찾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지갑이 얇아 비싼 유기농식품을 사서 먹는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싼 식품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보편적인 관행농사법으로는 안전한 밥상, 건강한 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일부 농민들은 농약·화학비료·제초제 등을 조금 사용하고 적절히 사용하는 것은 물론 농사의 전 과정을 소비자가 알게 함으로써 소비자 신뢰를 얻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3 고기 먹는 것을 완전히 포기하지 못한다면 비교적 안전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가축 사육 방법에 기초해서는 안전한 먹을거리를 찾기 어렵다. 특히 동물의 경우 이미 대량사육시스템이 고착화돼 있어서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결국 육식습관을 바꿔야만 건강밥상을 차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동물성 단백질의 신화는 끝이 나야 하고 여기에다 사육 과정에서 혹은 유통 과정에서 수많은 유해화학물질이 들어가는 고기류를 밥상에 올리지 않는 게 최선이겠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먹는 양을 크게 줄이든지 틈새시장을 겨냥한 소규모 유기축산 농가를 찾는 것이 좋겠다.

현재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닭의 경우는 건강하게 키우는 소규모 농가가 곳곳에 있다. 자연방사 유정란, 풀을 뜯거나 지렁이나 곤충 등을 먹이로 하며 흙 목욕 등으로 진드기나 해충을 떼어낸다. 이런 농가는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으며, 이런 농가에서 생산된 닭이나 오리 등을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4 가공식품 속 화학물질은 최대한 줄이고, 먹을 때는 삶거나 데쳐서 먹자. 가공식품을 먹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가공식품의 문제점을 수없이 지적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이를 완전히 먹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피해갈 수 없다면 몸에 가할 수 있는 해로움을 최대한 줄여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유럽산 소시지·햄의 E형 간염 파동이나 살충제 달걀처럼 식품의 원료 자체에 문제가 없다면 여기에 첨가되는 화학물질은 허용 기준치 내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허용기준치라는 게 편의상 정한 것에 불과하고 허용기준치 내에 있다고 100%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건강하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우리는 가공식품 속의 화학물질을 가능한 한 많이 제거할 필요가 있다. 그 방법으로는 뜨거운 물에 데치거나 삶거나 하는 것이다. 그러면 다양한 화학물질이 물에 녹아 나오며, 그 물은 버리면 된다. 물론 가공식품 또한 최대한 건강하고 안전하게 생산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곳이 있는데 이런 식품은 대부분 생협이나 마트의 유기농식품 판매대에 놓여 있으니 참고하면 되겠다.

싸고 보기 좋은 것만 찾는 소비습관 변화가 절실

식품은 결과를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진열대 위에 놓인 보기 좋은 식품들 이면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엄청난 비밀들이 숨어 있다. 그 식품이 나오기까지 우리는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미루어 짐작할 수는 있다. 가격이 저렴하려면, 유통을 오래하려면 생산 과정에서 어떤 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지를.

싼 가격을 위해서는 대량생산이 불가피하고, 그 과정에서 풀과 온갖 병해충을 막고 생산을 촉진시키기 위한 제초제·살충제·살균제·성장촉진제·화학비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해당식품을 오랫동안 보관하여 판매하려면 방부제·산화방지제 등의 화학물질을 쓸 수밖에 없다. 맛과 향을 포함한 시각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풍미·향미·산미를 포함한 수많은 화학물질을 첨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물질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알지 못하겠지만.

따라서 ‘싸고 보기 좋은 것만 찾는 소비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소·돼지고기가 문제가 있다면 유기농 댤걀이나 닭으로 대체하면 되고, 참치 등 축적도 높은 생선의 방사능이나 중금속이 문제라면 멸치 등 크기가 작은 어류로 대체하면 되겠지만 그것은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법은 아니다.

결국 식품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은 소비자의 손에 의해서만 바꿀 수 있음을 확신하고, 나의 소비습관을 조금씩 바꾸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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