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연세팜스클리닉 미아점 김혜연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
당뇨병 환자라면 끊임없이 드는 고민이 있을 것이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하는가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혈당을 올리고 내리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인슐린 저항성이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이 간, 근육, 지방조직에서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이다. 식사를 해서 혈당이 올라가면 췌장은 인슐린을 분비한다. 이 인슐린은 세포 안으로 포도당을 유입시키고, 간에서는 포도당을 글리코겐으로 바꿔 저장해서 혈당을 낮추게 한다.
즉 혈당을 치솟게 하는 음식을 조절함과 동시에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는 영양소도 고려해서 먹어야 한다. 그 방법을 소개한다.
단백질 비율을 높여라!
음식을 통해 스스로 혈당을 조절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으레 거치는 행동이 있다. 설탕이 든 간식은 안 먹고, 흰 쌀밥을 현미밥으로 바꾸고, 가공식품을 안 먹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한다.
연세팜스클리닉 미아점 김혜연 원장은 “요즘 당뇨병 환자들은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하는지는 대부분 알고 있다.”며 “이제는 거기에서 나아가 영양소의 조합을 잘 짜서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식사에서 탄수화물 음식의 비율을 낮추고, 단백질 음식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김혜연 원장은 “혈당 조절이 안 되는 당뇨병 환자는 컨디션 변화가 심한 것이 보통인데, 이럴수록 탄수화물 음식을 원하는 경향이 있다.”며 “당뇨병 환자의 식사일기를 봐도 탄수화물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지적한다.
흰 쌀밥 대신 현비잡곡밥을 먹는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채소 반찬은 적게 먹고 현미밥으로만 배를 채우면 곤란하다. 케이크나 과자의 유혹을 이겨내고 콩떡과 오렌지주스를 실컷 먹었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콩떡과 오렌지주스도 탄수화물 음식이기 때문이다. 곡물가루로 만든 선식도 마찬가지로 탄수화물 식사에 속하므로 주의한다.
평소에 밥을 많이 먹는 편이라면 밥공기를 작은 것으로 바꾸거나 반 공기만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김혜연 원장은 “단백질 음식을 먹으면 포만감이 오래가서 자연히 먹는 양이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한다.
지방 뺀 단백질 먹어야
탄수화물은 단백질에 비해 혈당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 따라서 콩, 두부, 생선 같이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식사에 포함하는 것이 혈당 조절에 유리하다. 또한 단백질 음식을 먹을 때는 포화지방이 적은 식품을 선택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생선과 조개류는 대부분 지방이 적어 좋은 단백질 식품이다. 하지만 통조림이나 기름에 절인 것은 지방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소시지, 햄 같은 육가공식품도 지방 함량이 높다.
유제품은 지나치게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유제품 속의 지방은 대부분 포화지방이기 때문이다. 하루에 우유 2잔 이상은 마시지 않도록 한다.
한편 수용성 식이섬유는 혈당이 빨리 올라가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보통 1000kcal당 14g 이상의 식이섬유 섭취를 권장한다.
당뇨병 환자에게 부족하면 안 되는?필수 미량영양소 10가지
당뇨병 환자라면 비타민이나 무기질 같은 미량영양소도 신경 써서 섭취해야 한다. 김혜연 원장은 “혈중의 영양소를 대사시키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부족해도 혈당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럼 당뇨병 환자들이 기억해야 할 미량영양소 섭취법에 대해 알아본다.
1. 혈당 농도를 일정하게~ 크롬
크롬은 필수 미량영양소이지만 부족하기 쉽다. 적절한 인슐린 조절로 당의 대사를 도와 혈당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준다. 단백질 및 지방의 대사를 돕는 미네랄이며 세포의 인슐린 예민성을 높여준다.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은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콜레스테롤은 높이는 역할을 한다. 김혜연 원장은 “크롬이 부족하면 당뇨병, 고혈압, 동맥경화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가공식품과 정제된 흰 밀가루 등을 많이 먹으면 크롬 결핍증이 생길 수 있다. 크롬이 많이 들어 있는 식품으로는 현미처럼 도정하지 않은 곡류, 맥주효모, 치즈, 육류 등이 있다.
2. 당뇨 합병증 예방하는~?알파리포산, 아세틸 카르티닌
항산화제인 알파리포산과 아세틸 카르티닌은 당뇨병성 신경병증과 당뇨병성 망막변성 치료제로 이용해 왔다. 또한 알파리포산은 체내에서 식욕을 억제하고 에너지 소비를 촉진해 체중 감소 효과를 낸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알파리포산은 시금치, 브로콜리 등에 많이 들어 있고, 아세틸 카르티닌은 소고기, 돼지고기, 발효콩 등에 풍부하다.
3. 인슐린 저항성 낮춰주는~?마그네슘
마그네슘은 인슐린 저항성을 줄여준다. 김혜연 원장은 “당뇨병 환자의 25~38%는 마그네슘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한다. 마그네슘은 녹색잎 채소, 견과류, 씨앗류, 도정하지 않은 곡류, 콩류 등에 많이 들어 있다.
4. 신경병증 예방에 좋은~?비타민 B군
김혜연 원장은 “비타민 B6과 비타민 B12는 건강한 신경조직에 필수적이다.”고 말한다. 비타민 B6과 비타민 B12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예방에 꼭 필요하다.
비타민 B6은 닭고기, 견과류, 바나나, 연어, 달걀 등에 많고, 비타민 B12는 유제품, 생선, 조개류 등을 통해 섭취할 수 있다.
5. 모세혈관을 건강하게~ 비타민 C
비타민 C는 활성산소의 피해를 줄이고, 모세혈관을 건강하게 하는 영양소다. 모세혈관이 약해지면 상처가 잘 낫지 않고 멍이 잘 든다.
김혜연 원장은 “비타민 C를 하루 2000mg씩 먹으면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서 당뇨성 망막증도 개선된다.”고 설명한다.
6. 모세혈관을 건강하게~ 비타민 D
비타민 D가 부족하면 당뇨병, 대사증후군, 당뇨병성 신부전, 당뇨병성 신경병증 등이 잘 생긴다는 보고가 있다.
췌장에 있는 랑게르한스섬의 베타세포와 면역세포에는 비타민 D 수용체가 있어서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고 인슐린저항성을 감소시킨다. 김혜연 원장은 “당뇨병 환자의 비타민 D 적정 혈중 농도는 50~70ng/ml이며, 혈액검사를 통해 부족한 양을 계산해 볼 수 있다.”고 말한다.
7. 혈당조절의 조력자~ 비타민 E
비타민 E는 혈당조절을 돕고 혈관과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비타민 E를 충분하게 먹으면 당뇨병 때문에 생긴 신경손상을 되돌릴 수 있다. 당뇨병성 백내장과 동맥경화도 예방한다. 비타민 E는 콩, 옥수수, 해바라기씨 등에 많다.
8. 심혈관 합병증 줄여주는~?오메가-3 지방산
김혜연 원장은 “오메가 3 지방산은 세포벽의 지방층을 부드럽게 해서 혈액 속 영양소와 산소가 세포 안으로 잘 들어가게 하고 노폐물이 잘 빠져나오게 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심혈관계 합병증을 줄여준다. 오메가-3 지방산은 연어, 아마씨, 올리브유 등에 풍부하다.
9. 활성산소 없애주는~?녹차 추출물
녹차추출물에는 폴리페놀이라는 항산화제가 많이 들어 있다. 폴리페놀은 활성산소를 없애주는 데 효과적이다.
10. 혈당 낮추는~ 코엔자임 Q10
김혜연 원장은 “당뇨병에 걸리면 우리 몸에는 활성산소가 많이 생겨서 코엔자임 Q10의 소모가 많아진다.”고 말한다. 코엔자임 Q10은 인슐린저항성을 줄여서 혈당을 낮추고 안정시킨다. 코엔자임 Q10은 대부분은 체내에서 만들어지고, 등푸른 생선, 현미, 달걀, 땅콩 등과 같은 음식을 통해 소량 얻을 수 있다.
김혜연 원장은 가정의학과 전문의이며 연세팜스클리닉 미아점 원장이다.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부족한 영양의 보충, 올바른 음식, 생활습관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약보다는 영양 처방, 식습관 개선 등을 통한 치료에 힘쓰고 있다. 대표 저서 <도심에서 100년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