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플라워산부인과 이병주 원장】
결혼한 지 2년이 채 안 된 부부가 남편의 발기부전과 섹스리스 문제로 내원했다. 부인은 매번 자기가 먼저 섹스를 요구하는 것이 자존심 상하지만 그래도 그건 참을 수 있단다. 하지만 발기가 안 되는 남편 때문에 임신을 못하는 여자로 오해받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했다.
남편도 할 말이 있었다. 자신은 부인과 좀 편안한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부인의 성격이 워낙 다혈질이고 공격적인 면이 강해서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인의 이런 성격 때문에 신혼 초부터 말다툼이 잦았단다. 그러던 중 서로 잘 해보자는 내용의 편지를 아내에게 썼는데 아내는 편지내용의 일부를 꼬투리 잡아 또 신랄하게 비판하며 따지고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날 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섹스를 요구하는 아내를 보니 화가 나고,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아 섹스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 후부터 발기가 안 되는 것이니 근본적인 원인은 아내 때문이라고 했다.
‘남성들은 원래 성적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섹스에 있어 정서적 관계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거야!’라고 착각하는 여성들이 있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남성들은 일시적으로는 쾌감만 느끼는 섹스를 원하기도 하고 또 그렇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성관계를 통해 둘이 하나 됨을 느끼는 깊은 만족감은 남성들도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정서적인 안정감과 친밀감이 있어야 느낄 수 있다.
국제성기능장애연구학회에서 채택하고 있는 심인성 발기부전이란 ‘주로 심리적 요인 또는 대인관계 요소로 인해 만족스러운 성적 행위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발기가 충분히 되지 않거나 유지되지 않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 원인은 오이디푸스 갈등, 여성에 대한 적대감, 성적인 죄책감, 약한 남성성이나 부부간의 주도권 싸움, 아내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 등이다.
아내가 일방적이면 남편 발기력은 ‘음메 기죽어~’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위해서는 부부 사이의 성관계 주도권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상담을 해보면 대체로 한 쪽이 쥐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성적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해서 모두 만족해하는 것은 아니다.
항상 자기가 먼저 요구하거나 적극적인 행동을 보여야 하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 또 소극적인 배우자도 끌려 다닌다는 생각 때문에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30대 초반의 남성이 자위할 때는 괜찮은데 아내와의 성관계 때는 발기가 되지 않는다고 내원한 적이 있다. 심인성 발기부전이었다.
그는 이렇게 된 이유가 자신의 성격 탓도 있지만 아내의 성격 탓도 크다고 했다. 자신은 내성적이어서 성관계에서도 소극적인데 반해 아내는 활달하고 적극적이며 매사에 똑 부러진다고 했다. 그리고 의견차이가 있으면 아내는 화부터 먼저 낸다고 했다. 화를 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자신에게 명령하고 무조건 자기 방식대로 결론을 내린다는 것이었다.
성생활에서도 아내가 주도하는 것은 물론이고 조금이라도 피곤한 기색을 보이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며 따지고 든다고 했다. 아내가 이렇게 나오는데 어떻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들고 발기가 되겠냐고 했다.
심인성 발기부전 왜?
모든 남자가 아내를 무서워해서 발기부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남성성이 결여되어 있거나 자존감이 낮고 열등감이 심한 경우, 성장과정에서 상처가 있는 등 남성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아내 앞에서만 유독 발기가 되지 않는 남성들은 아내의 성격을 탓하기 전에 자기 자신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자신의 어떤 말과 행동이 아내를 화나게 하는지 돌아봐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면 결혼 초부터 아내가 자주 하던 잔소리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그때 아내가 화내며 얘기했던 점들이 아직 고쳐지지 않고 그대로 있다면 그 말들 속에 아내를 화나게 하는 원인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자신의 문제를 찾아 개선하면 아내의 행동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다. 그러면 아내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자연스레 발기도 되살아날 것이다.
일시적인 발기장애, 애무에 집중하라
발기에 전혀 문제가 없었던 건강한 남성도 일시적으로 발기력 저하현상을 보일 수 있다. 대개는 정신적, 육체적인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과음을 했을 때, 또는 약물을 잘못 복용했을 때 발기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일시적인 발기부전은 그 원인이 사라지거나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회복되기 때문에 차분히 기다리면 된다.
일시적으로 발기장애가 온 남성이라면 먼저 성관계 때 반드시 삽입 성교를 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삽입은 섹스의 일부일 뿐이다. 삽입에 집착을 하고 있으면 발기가 더 안 된다.
이럴 때는 편안한 마음으로 발기에 신경 쓰지 말고 아내의 쾌감에만 집중하여 애무하는 것이 좋다. 애무만으로도 황홀한 섹스를 할 수 있다. 이때 애무를 받는 아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내 또한 남편의 발기에는 신경 쓰지 말고 편안 마음으로 애무를 받는데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애무를 받을 때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반응을 표현해야 한다. 그래야 남편도 성적 흥분이 일어나 본인도 모르는 사이 발기가 회복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