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비에비스나무병원 민영일 대표원장】
까칠하기로 유명한 이모 씨(43세)는 요새 더 예민해졌다. 얼마 전부터 시작된 이상한 복통 때문이다. 업무가 바쁜 오전에는 속이 쓰리고 아프더니 점심을 먹은 후에는 이상하게 괜찮아졌다. 그러다가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 또 아프기 시작했다. 며칠을 그렇게 참은 후 병원에 간 이 씨는 내시경 검사를 했고 위궤양을 진단받았다. 다음날 동료들에게 이상한 복통이 위궤양 때문이었다고 밝히자 다들 “위궤양 그거 한 번 걸리면 평생 달고 살아야 한다.”고 한마디씩 거들었다. 단순히 약만 먹으면 나을 거라고 안심했던 이 씨는 멘붕 상태가 됐다. 위궤양, 정말 한 번 걸리면 평생 따라다니는 숙명의 병일까?
위, 균형을 이뤄야 건강하다!
보이지 않지만 우리 위에서는 위산이 끊임없이 나온다. pH1.5~2에 달하는 강한 산이다. 순수한 위산은 피부에 닿으면 화상을 입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멀쩡히 잘 살고 있는 이유는 건강한 위는 위산으로부터 위벽을 보호할 물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비에비스나무병원 민영일 원장은 “위궤양은 위를 공격하는 인자와 방어하는 인자의 균형이 깨질 때 생긴다.”고 말한다. 즉 위산은 많이 나오는데 위산을 보호할 물질이 너무 적게 나오면 위벽은 손상을 입고 움푹 패는 궤양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위산이 많이 나오지 않아도 방어 인자가 줄어들면 위궤양이 생길 수 있다.
위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위궤양
위궤양은 복통, 속쓰림, 소화불량 같은 증상을 보인다. 하지만 이런 증상들이 있어도 위궤양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위염, 위암 등도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위염보다 위궤양이 통증이 더 심하긴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반대로 위에 궤양이 생겨도 별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 또한 배가 고플 때는 속이 매우 쓰리고 아픈데 식사를 하고 나면 위산이 중화되어서 통증이 가라앉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위궤양은 위내시경, 위장조영술 같은 검사로 판별한다.
민영일 원장은 “위궤양은 치료만 잘하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질환이지만 오래 방치하면 위암이 될 수도 있는 만큼 빨리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한다. 또한 체중이 자꾸 줄어드는 사람에게 위궤양이 발견되면 위암일 수도 있으니 조직검사를 꼭 해야 한다. 위궤양을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암뿐 아니라 출혈, 빈혈, 검은색 변 등이 나타날 수 있고, 궤양이 심해 구멍이 뚫리면 급성 복통이 생기기도 한다.
헬리코박터를 없애라!
단순한 위궤양이라면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과 궤양을 치유하는 약 등을 먹고, 조직검사를 해서 헬리코박터균이 있는지 확인한다. 헬리코박터균은 우리나라 성인 60~70%가 감염되어 있는 흔한 균이다.
민영일 원장은 “헬리코박터균은 위산 분비를 촉진한다.”며 “헬리코박터균을 없애지 않으면 위궤양이 재발할 위험이 커진다.”고 말한다. 따라서 헬리코박터균은 치료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 먹는 약을 1~2주일 정도 먹으면 헬리코박터균을 없앨 수 있다. 그러나 드물긴 하지만 균이기 때문에 또 감염될 수도 있다.
재발 잘하는 위궤양 깔끔하게~ 탈출 7계명
위궤양은 치료가 잘 되는 병이다. 하지만 치료가 잘 됐다고 해도 위궤양을 유발하는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재발하기 쉽다. 위궤양이 ‘한 번 걸리면 자꾸 재발하는 병’이라는 오명을 얻은 것도 이 때문이다. 위궤양과 재발 예방에 도움이 되는 ‘소중한 위 지키는 습관’을 소개한다.
1. 담배를 끊는다
민영일 원장은 “담배를 못 끊는 남성은 위궤양이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담배는 위를 보호하는 방어 인자를 약하게 만든다. 젊고 건강한 위를 만들고 싶다면 지금 당장 최신유행인 ‘금연 스타일’을 시도한다.
2. 진통제는 꼭 필요할 때만!
진통제 중에서도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가 위궤양을 잘 일으킨다. 소염제는 위의 보호막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물질의 합성을 억제한다. 그렇게 되면 위 점막 혈관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고 위 점막을 보호하는 점액이 줄어들어 위궤양이 잘 생기게 된다. 민영일 원장은 “어쩔 수 없이 진통제를 오래 먹어야 한다면 위를 보호하는 약을 함께 먹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나이가 많을수록 이렇게 진통제 때문에 위궤양이 생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더 주의한다.
3. 위궤양 환자여, 커피는 잠시 잊어라!
카페인은 위산 분비를 촉진한다. 위염, 위궤양을 앓고 있다면 커피는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간혹 쓰지 않게 우유를 타서 먹거나 시럽을 넣어서 먹으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카페인 양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우유도 카페인처럼 위산이 많이 나오게 하는 음식이므로 우유를 넣은 커피는 더욱 안 좋다.
4. 술 푸면 위가 슬퍼진다!
술은 위를 보호하는 위 점막을 상하게 할 수 있다. 또 과음한 후에는 출혈성 위염이 생길 수 있다. 술이 잠깐 마음을 위로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위는 두고두고 괴롭힌다.
5. 좋은 식습관을 갖는다!
맵고 짠 음식이 위에 좋을 리 없다. 소금은 위염을 유발하며, 헬리코박터균 때문에 생긴 위염이 있다면 이를 악화시킨다. 맵고 짠 음식 대신 싱겁고 신선한 음식을 먹는다.
위 건강은 식습관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바른 식습관이란 누구나 알고 있는 그대로다. 규칙적인 식사를 하고, 야식, 과식, 폭식을 하지 않는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즐겨 먹고 골고루 먹어야 한다.
위궤양에 좋은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양배추, 김, 감자, 당근, 토마토 등을 들 수 있다. 양배추와 김에는 위 점막을 보호하고 위궤양 치료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 U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뿐만 아니라 양배추를 먹으면 소화도 잘된다. 감자에 많은 판토텐산, 알기닌은 위 점막을 튼튼하게 해주므로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이 있을 때 먹으면 좋다.
당근에 들어 있는 비타민 A와 각종 미네랄 성분은 위를 튼튼하게 해주고 토마토에 풍부한 라이코펜은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된다.
6. 속 쓰리다고 과일과 담쌓지 말자!
위염, 위궤양이 생기면 신 과일은 안 먹는 사람이 많다. 신 과일이 위산 분비를 자극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민영일 원장은 “위궤양이 있어도 신맛이 나는 사과, 레몬 등을 먹어도 된다.”고 말한다. 사과는 신맛이 나지만 사실은 알칼리 식품이며, 위산을 중화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위궤양 환자가 신맛이 나는 과일을 먹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7. 스트레스는 위와 상극!
위는 스트레스에 민감하다. 스트레스는 위를 방어하는 기능을 떨어뜨린다. 정신적인 스트레스에도 영향을 받지만 화상, 골절 같은 신체적 스트레스가 위궤양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민영일 원장은 국내 최초로 전자내시경을 시술하고 전파했다. 2005 아세아 태평양 소화기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2006년 의사들이 뽑은 위장질환관련 ‘베스트 닥터’로 선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