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비에비스 나무병원 민영일 원장】
인두와 위 사이에 있는 소화기관 식도! 우리는 이 식도에 무관심한 경향이 있다. 위나 장 건강은 극진히 챙기면서 말이다. 그런데 식도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 생명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음식 섭취에 제동이 걸린다. 음식을 삼킬 수 없고, 애써 먹은 음식물이 역류하기도 한다. 흉통, 만성기침 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평생 잘 먹고 건강하려면 위와 장뿐 아니라 식도도 살뜰히 챙겨야 한다. 그 자세한 방법을 알아본다.
열일하는 식도 괄약근
사람은 거꾸로 매달려서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정답은 ‘있다.’다. 식도는 위와 입을 연결하는 기관이며 수축과 이완을 통해 음식물을 위 안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거꾸로 매달려도 식도에서 위로 진행하는 연동운동에 의해 삼킨 음식물이 식도를 지나 위까지 갈 수 있다. 또 거꾸로 매달려도 음식이 역류하지 않는 이유는 식도에 괄약근이 있기 때문이다.
비에비스 나무병원 민영일 원장은 “식도 괄약근은 닫혀 있다가 음식을 먹거나 트림을 할 때만 열리는 것이 정상”이라며 “이 괄약근의 힘이 느슨해지거나 꼭 필요하지 않을 때 자꾸 열리면 위속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게 되고 역류한 위산이 식도 점막을 지속적으로 자극한다.”고 설명한다. 이것이 바로 흔히 역류성 식도염이라고 부르는 위식도 역류질환이다.
이밖에도 식도에는 식도암을 비롯해 하부 식도 괄약근이 이완되지 않는 아칼라지아, 식도 전체에 경련성 수축이 발생하는 미만성 식도 경련증, 식도감염, 부식성 식도 손상, 식도 양성종양 등의 질병이 생길 수 있다.
가슴 쓰린 위식도 역류질환
최근에는 고열량식과 고지방식 같은 서구화된 식습관, 비만, 불규칙한 식습관, 스트레스 등의 증가로 위식도 역류질환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가슴이 쓰린 것이 대표적 증상이며 목에 무언가 걸려 있는 느낌이 나기도 하고 가끔 위산이나 위 속 음식이 입까지 거꾸로 흘러 쓴맛이 느껴지지도 한다. 식사 후에 속이 쓰린 경우도 있다.
위속 내용물이 역류가 잘 되는 상황은 식도 괄약근이 약해졌을 때, 위속 내용물의 양이 많을 때, 위속 내용물이 위식도 연결 부위에 있을 때, 위에 복압이 높아질 때 등이다. 이러한 상황을 피하면 위산 역류를 예방할 수 있다.
민영일 원장은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는 현상이 지속되면 위식도 역류질환뿐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합병증도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위산이 식도를 지나 기도까지 넘어가면 만성 기침이 생기거나 목이 쉴 수 있고, 후두염, 천식 등이 생길 수 있다.
식도가 오랜 시간 위산에 노출되면 식도암 위험인자인 바렛식도가 발생할 수 있다. 바렛식도는 식도와 위 경계 부위 식도 조직이 위 조직처럼 변하는 것이다. 민영일 원장은 “위식도 역류질환 증상이 있으면 바로 병원을 방문해 적절한 검사 및 치료를 받아야 다양한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당부한다.
역류 안 하고~잘 삼키는~ 식도 만드는 10가지 습관
1. 고지방 식품 섭취를 줄인다
동물성 고지방식은 식도와 위 사이의 괄약근을 느슨하게 만들고, 위산 분비를 촉진한다. 음식물이 위에 머무는 시간도 길어지게 해서 역류할 가능성을 높인다.
2. 과식하지 않는다
많이 먹으면 위속 음식물의 양이 많아져서 위산 분비가 증가하고 음식물이 위에서 장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길어져 식도로 역류하기 쉬운 환경이 된다.
3. 먹고 눕지 않는다
음식을 먹고 바로 눕거나 상체를 구부리면 위속 내용물이 위식도 연결 부위로 몰려 역류를 유발한다. 특히 자기 직전에 야식을 먹는 습관은 반드시 버려야 한다.
4. 금연한다
흡연은 식도암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이고, 식도 괄약근을 약화시켜 역류가 잘되는 환경을 만든다.
5. 술과 커피를 자제한다
알코올과 카페인은 위액 및 위산을 많이 분비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위식도 역류질환이 있다면 술과 커피 섭취를 자제한다. 또한 독한 술과 과음은 식도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6. 복압을 높이지 않는다
복부지방은 복압을 올려 위속 내용물이 역류할 가능성을 높인다. 적절한 식이와 꾸준한 운동을 통해 복부비만을 해결해야 한다. 허리띠로 배를 꽉 조이거나, 꽉 끼는 바지를 입는 행동도 복압을 올린다. 요즘과 같이 겨울철에 춥다고 옷을 너무 많이 껴입어도 복압이 올라갈 수 있다.
7. 술 마시고 토하지 않는다
식도는 위와 다르게 보호막이 없다. 그래서 위산에 의해 심하게 손상된다. 구토가 반복되면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식도염이 생길 수 있다. 구토 횟수가 잦을수록 위와 식도 사이의 괄약근이 느슨해져서 위산이 잘 역류하는 환경이 된다. 특히 음주 후 속이 편해지려고 토하는 습관은 식도에 최악이다.
8. 상체를 약간 높게 하고 잔다
상체를 높이고 자면 위산 역류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너무 높지 않게 적당한 높이를 유지하자.
9. 식도 건강을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식도암 등 식도에 심각한 병이 생기면 처음에는 큰 덩어리를 삼키기 힘들다가 점점 작은 덩어리도 삼키기 힘들고 나중에는 물도 삼키기 어렵게 된다.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사로 식도 건강을 정기적으로 관찰하여 큰 병을 예방하자.
10. 약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위식도 역류질환으로 병원에 가면 보통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을 준다. 이 약을 먹고 치료가 됐다고 해도 약을 끊으면 재발이 잘된다. 위식도 역류질환의 재발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민영일 원장은 국내 최초로 전자 내시경을 시술하고 전파한 장본인이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센터장 및 검진센터 소장을 역임하며 국민 건강증진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아산병원 평생 명예교수로 임명됐다. 현재 비에비스 나무병원에서 복통, 식도질환, 위장관질환, 염증성 장질환 등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