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박현아 기자】
【도움말 |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순환기내과 최재혁 교수】
새해가 되면 건강 계획표를 짜는 사람들이 많다. 다이어트도, 운동도 좋지만 혈관 관리 역시 필수다. 깨끗한 혈관은 생명의 바로미터다. 혈관을 수도관에 비유해보자. 수도관이 더러워지고 딱딱해지면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받기 힘들다. 수도관이 파열될 위험도 높다.
혈관도 마찬가지다. 심장의 펌프작용으로 순환하는 혈액은 처음에는 맑고 깨끗한 상태였다가 생활 속 노폐물과 노화, 식생활로 점점 탁해지고 끈끈해진다. 혈관이 막히면 산화가 촉진되고, 암이나 심혈관 질환으로 발전한다.
더욱이 겨울철에 기온이 떨어지면서 추위에 노출된 몸속 말초혈관들이 에너지 손실을 줄이기 위해 수축하면서 혈압이 높아진다. 자연히 심뇌혈관 질환의 위험성도 높아진다.
혈관 건강이 나빠지면 듣기만 해도 어마무시한 병에 시달린다. 혈관 건강의 가장 큰 적은 동맥경화증이다. 심장의 벽에 분포하는 혈관에 이상이 생기면 심근경색 같은 심장질환을 일으킬 수 있고, 뇌로 가는 혈관에 이상이 생기면 뇌졸중에 걸려 심한 경우 평생 반신불수로 지내야 한다. 췌장이나 신장에 분포하는 혈관계에 이상이 생기면 당뇨병과 신장질환이 생길 수 있으며, 망막에도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
PART 1. 내 혈관은 건강할까??자가 체크법
혈관은 피가 흐르는 길이라 전체 혈관을 피부 들여다보듯 하긴 힘들다. 하지만 다양한 진단 방법이 발달돼 있으니 손발이 쉽게 차가워지고 팔다리가 자주 붓는 등 의심스러운 증상이 있으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 내 혈관은 건강할까? 자가체크법
● 계단을 오르거나 운동을 하면 가슴에 압박감이 느껴진다.
● 인스턴트식품이나 기름기 많은 식품을 자주 먹는다.
● 채소는 거의 먹지 않는다.
● 전화벨이 울릴 때 즉시 받지 않으면 찜찜하다.
● 운동다운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 손발이 저리거나 냉증이 느껴진다.
● 혈압이 높은 편이다.
●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
● 혈당 수치가 높다.
● 가족 중에 심근경색이나 뇌경색을 앓았던 사람이 있다.
● 직장에서 늘 누군가로부터 부탁을 받는다.
● 책임감이 매우 강하다.
● 담배를 피운다.
* 5개 이하=혈관 나이가 실제 나이와 같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한다.
* 6~10개=혈관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10세가량 높다. 생활습관에 신경 쓰지 않으면 위험한 상태가 될 수 있다.
* 11개 이상=혈관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20세 이상 높을 가능성이 있다. 정밀한 검사를 받고 매끈한 혈관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생활해야 한다.
PART 2.?혈관을 노화시키는 5적
당신의 피부가 늙어 보인다면 피부 탄력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혈관 나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탄력성이다. 혈관 탄력성이 줄어드는 대표적인 원인은 동맥벽의 엘라스틴이 콜라겐에 비해 현저히 줄어드는 혈관의 구조적인 이상이다. 또 하나는 혈관 기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혈관 내피세포가 손상돼 동맥경화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두 요인은 혈관 나이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척도다. 혈관을 노화시키는 5적을 알아본다.
⊙ 흡연 _ 혈관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최상의 노하우는 금연이다. 너무 평범하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독자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하지만 금연은 혈관 건강의 필요충분조건이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순환기내과 최재혁 교수는 “의사들이 담배를 끊으라고 권하는 것은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혈관을 심각하게 파괴하기 때문”이라며 “흡연은 혈관 건강의 최대 적”이라고 말한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위험이 60~70% 정도로 높다. 특히 30대 후반~50대 초반 사이에 돌연사의 원인이 되는 심근경색의 위험은 비흡연자보다 2∼3배나 높다.
담배를 피우면 혈류량이 줄어들어 심장 근육에 혈액이 부족한 상태가 된다. 이는 심근에 산소 부족 상태를 일으킨다. 흡연은 또 피를 굳게 하는 혈소판 응집 능력을 증가시켜 손상된 혈관벽에 쉽게 혈소판이 들러붙고, 혈소판에서 강력한 혈관수축제가 분비돼 혈관이 수축하면서 심근의 혈류량을 급격히 감소시킨다.
⊙ 동물성 지방 _ 지방은 단백질과 탄수화물보다 열량이 높아 비만의 원인이 된다. 특히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은 혈관을 노화시키는 원흉이다. 포화지방은 우유나 치즈 같은 유제품과 육류, 소시지 등에 들어 있는데 몸속에서 만들어지므로 따로 섭취하지 않아도 된다. 과자,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 등에 들어 있는 트랜스지방도 혈관에 해롭다. 마가린과 쇼트닝(제과 제빵용)의 경우 제조과정 중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트랜스지방이 생긴다.
⊙ 스트레스 _ 혈관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많이 만든다.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들이 활성산소의 생성을 늘려 혈관 노화를 촉진한다.
⊙ 과음 _ 장기간 폭음하면 혈액에 중성지방이 많아져 고혈압, 심장병, 뇌동맥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포도주를 즐기는 프랑스인은 미국인에 비해 혈관질환 사망률이 낮다. 이른바 ‘프렌치 패러독스’ 현상이다. 하지만 적포도주 역시 술이라 과음은 곤란하다. 하루 300㎖ 이상 장기간 마시면 혈관질환 예방은커녕 동맥경화를 부를 수 있다.
⊙ 비만 _ 비만은 혈관을 노화시킨다. 특히 복부비만은 당장 빼야 한다. 복강 내 장기 사이에 끼어 있는 내장지방이 해로운 물질을 분비하거나 혈액으로 바로 녹아들어가 당 대사나 지질 대사에 이상을 일으킨다. 또 동맥경화를 일으켜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관상동맥질환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혈관도 노화시킨다.
PART 3.?당신의 혈관도 매끈해질 수 있다
1 혈관에 좋은 음식을 먹어라
음식은 싱겁게 먹고, 설탕 섭취는 확 줄여야 한다. 최재혁 교수는 “생선은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먹는 게 좋다.”며 “생선에 많은 DHA, EPA 같은 오메가 3 지방산은 혈액 속의 혈소판이 서로 엉겨 플라그 형태로 혈관벽에 달라붙지 않도록 해준다.”고 말한다. 생선에는 칼슘·마그네슘 같은 무기질과 비타민 B, 코엔자임 Q10 등 혈관 노화를 막아 주는 물질도 많이 들어 있다.
채소와 과일도 많이 먹으면 좋다. 하지만 과일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혈관에 독이 된다. 채소보다 열량이 높고 혈액을 끈적이게 하는 당질이 많이 들어 있어서다. 하루에 사과는 1개(중간 크기), 귤은 2~3개, 바나나는 1개면 충분하다. 커피 같은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는 과다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
추천! 혈관에 좋은 9가지 식품
● 양파: 혈관 압력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동맥경화를 예방해준다.
● 가지: 비타민이 풍부한 가지는 혈관을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혈관 탄력을 강화시켜서 모세혈관의 파열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 토마토: 세계 10대 건강식품. 모세혈관을 강화하고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비타민 C와 루틴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 콩: 두부, 두유, 된장 등 콩을 이용해 만드는 음식도 모두 혈관에 좋은 음식이다.
● 다시마: 동맥경화를 예방해주는 식품. 콜레스테롤을 낮춰준다.
● 사과: 사과에 함유된 비타민 C, E 등은 몸에 쌓인 지방을 분해하고 동맥경화를 막아준다.
● 메밀: 모세혈관의 탄력성을 지켜주고 혈압을 조절해주는 루틴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 양배추: 위에 좋다고 알려진 양배추도 혈관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양배추에 풍부한 비타민 C·K 성분은 모세혈관을 탄력 있게 만들어준다.
● 자색고구마: 혈관 강화에 효과적이다.
2 생활습관병을 치료하라
최재혁 교수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은 혈관 노화의 적”이라며 주의를 당부한다. 심혈관 질환 중 가장 흔한 고혈압은 혈관의 탄력을 약화시키는 주범이다. 고혈압이 있으면 혈관에 계속 높은 압력이 가해지고, 오래 지속되면 혈관 내벽에 손상을 준다. 이런 손상이 아무는 과정에서 혈관이 딱딱해지는데 이게 바로 동맥경화증이다.
혈압약은 한 번 먹으면 평생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아예 먹지 않는다는 환자들이 있다. 하지만 혈압약을 복용하면서 생기는 부작용보다 먹지 않았을 때 생기는 혈관 노화의 손실이 훨씬 크다는 걸 알아야 한다.
최재혁 교수는 “고지혈증도 혈관을 노화시킨다.”며 “혈액 속에 나쁜 콜레스테롤이 많으면 녹슨 파이프 내부에 찌꺼기가 끼듯 상처가 생긴 혈관벽에 콜레스테롤 덩어리가 달라붙어 혈관이 자꾸 좁아지고 딱딱해진다.”고 말한다. 혈관이 탄력을 잃고 혈액순환에 장애가 일어난다. 당뇨병도 혈관을 노화시키는 대표적인 병이다. 모세혈관에 손상을 줘서 혈액순환에 장애를 가져온다.
3 운동하는 습관을 길러라
운동은 심장과 혈관을 튼튼하게 하며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걷기, 자전거, 등산, 수영,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은 산소 공급을 통해 혈관 내 지질을 에너지로 사용해서 연소시켜준다.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위험을 낮추려면 하루에 30분∼1시간가량의 유산소운동이 적당하다. 매일 하기 어려워서 일주일에 1시간 내지 1시간 30분만 운동해도 수축기 혈압은 12, 최저혈압은 8가량 내려간다.
최재혁 교수는 유엔군 레바논평화유지단 메디컬 오피서를 거쳐 순천향대 부천병원 심장내과 전임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임상연구 조교수를 지냈다. 현재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대한심장학회, 대한심혈관중재학회, 대한내과학회 등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