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ND의원 박민수 의학박사】
혈관질환이 ‘침묵의 살인자’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 몸에 생길 수 있는 17만 여 가지 질병 중에서 90%가 혈관과 관련되어 있다. 다른 질병들과는 다르게 조금씩 천천히 진행되며, 혈관의 70~80%가 막히더라도 전조증상 없이 예고 없이 찾아오기도 한다. 수습할 기회 없이 돌연사할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이 바로 혈관질환들이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나이가 들면서 신체가 노화의 과정을 겪듯이, 혈관 역시 늙게 된다. 혈관의 노화는 신체의 나이와 비례하지 않는다. 물론 큰 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뇌졸중, 심근경색 등의 치명적인 문제들이 생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더욱더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 바로 작은 혈관, 즉 소혈관 질환이다. 소혈관은 대혈관보다 더 다양하고도 미세하게 우리 몸을 지배하고 있다. 대혈관 질환은 일거에 치명적 후유증을 남기는 반면에 소혈관 질환이 생기면 점진적으로 신체 장기들의 기능이 떨어지고 삶의 질이 감소된다.
특히 소혈관 질환을 무시할 수 없는 큰 이유는 소혈관 질환 자체가 대혈관 질환의 전조증상, 즉 대혈관 질환을 예고하는 선행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그래서 중요한 것이 소혈관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일이다. 그 방법을 소개한다.
뇌졸중 5배, 치매 3배 더 발생
소혈관 질환은 대동맥이나 동맥으로부터 뻗어 나와 심장이나 뇌를 비롯한 신체의 각종 부위의 일정하고도 국소적인 영역에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는 혈관에 생기는 질환이다.
소혈관은 우리가 흔히 줄기 혈관으로 일컫는 대동맥과 신체 각 부위에 미세하게 연결된 잎사귀 혈관인 미세혈관을 연결하는 가지 혈관이라고 할 수 있다. 소혈관 질환은 일반적으로 여성들에게 많다고 알려져 있다. 생각만큼 소혈관 질환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은 소혈관이 위험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혈관에 대한 관심이 아직도 큰 혈관질환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명이 길어지고 소혈관 질환의 다양한 신체 손상 기전이 밝혀지면서 소혈관 질환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소혈관 질환 발병 후 평균 생존 연수는 8.3년~ 8.7년으로 대혈관 질환 발병 후 평균 생존 연수 7.0년~8.0년에 비해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명단축을 초래한다.
인지기능의 측면에서도 정상인에 비해 대혈관 질환자의 인지기능이 10% 감소되는데 비해 소혈관 질환을 가진 사람은 16% 감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뇌피질은 곁가지가 많이 발달되어 있어 이런 조그만 소혈관들에 손상을 끼치는 소혈관 질환이 더 심한 인지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셈이다.
노년층의 삶의 질과 건강수명을 결정하는 보행속도 측정 역시 소혈관 질환 환자에서 6% 감소되어 대혈관 질환자의 4% 감소보다 심각하다. 대혈관과 소혈관에 동시에 문제가 생기면 11%나 보행속도가 느려진다.
문제는 소혈관에 문제가 생긴 사람들은 결국 대혈관과 미세혈관에도 손상을 끼쳐 심근경색, 뇌졸중, 신장 합병증, 망막변성, 당뇨발, 뇌혈관 폐색 등의 문제까지 일으킬 수 있다. 소혈관 질환 자체의 문제도 심각하여 소혈관 질환을 가진 사람은 정상인에 비해 뇌졸중 5배, 치매 3배, 흡인성 폐렴은 5배가 더 발생한다.
흡연, 당뇨, 복부 비만 심하면 각별 조심
소혈관의 문제로 나타나는 뇌졸중 질환인 열공 뇌경색은 뇌졸중의 대략 1/4 정도를 차지하는 질환이다. 뇌혈관 중 소동맥의 폐쇄로 뇌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일부 부위가 손상을 받는 것이다. 침범되는 부위의 위치나 범위에 따라 이상행동, 운동신경의 저하, 기분이나 정서 변화 등의 문제가 발생될 수도 있다. 자주 반복되면 치매나 운동신경의 저하로 잦은 폐렴에 걸릴 수 있다.
심장의 소혈관이 망가지면 급성 미세혈관 심근경색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증상은 가슴을 쥐어짜는 협심증 증상, 왼쪽 팔의 불편함, 호흡곤란, 심각한 피로감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진행이 되면 심근경색, 심장 경련, 심부전으로 진행될 수 있다.
소동맥 질환이 진행되면 미세혈관 합병증을 일으켜 당뇨성 망막증, 신장병, 신경병 등을 일으켜 삶의 질 저하를 심각하게 초래할 수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고령층 질환 중의 하나가 치매이다. 치매는 인지기능의 저하로 일상생활 수행에 지장이 있거나 학습, 기억력, 지각 능력의 저하를 일으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치매는 뇌신경세포의 저하인 알츠하이머인데 갈수록 혈관에 문제가 생겨 인지기능이 저하되는 혈관성 치매도 늘어나고 있다. 혈관성 치매를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뇌의 소혈관이 두꺼워지고 염증을 일으키며 탄력성을 일으키는 대뇌 소혈관질환이다.
혈관성 치매를 가진 사람들은 1년에 뇌인지기능검사 점수가 4.5점이나 감소할 정도로 치매가 빠르게 진행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소혈관 질환을 특히 조심해야 하는 사람들로는 ▶담배 피우는 사람 ▶당뇨 ▶운동을 거의 안 하는 사람 ▶복부비만이 심각한 사람 ▶콜레스테롤과 혈압이 높은 사람 ▶갱년기 여성들이 있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때는 소혈관 질환을 의심해 빨리 진료를 받아야 한다.
1. 이유 없이 목덜미가 결리거나
2.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비틀거릴 때
3. 갑자기 말을 더듬거나 발음이 어눌해질 때
4. 웃을 때 한쪽 입가만 올라갈 때
소혈관질환은 증상이 발생한 후에는 CT나 MRI로 진단이 가능하나 조기 진단하는 방법은 사실상 뇌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이 유일하다. 그렇다고 소혈관 질환을 진단하려고 당장 MRI를 찍는 건 큰 낭비다. 그래서 위험요인을 잘 제거하고 생활습관을 올바르게 가지는 것이 최선의 조기진단이라고 할 수 있다.
혈관질환의 위험성이 높다고 본인이 자가진단하고 무턱대고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오히려 소혈관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하여 당뇨 등의 위험질환이 있거나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의 10년 발생률이 높을 경우에 선택적으로 복용해야 한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쎈 혈관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쎈 ‘SSEN 습관법’ 을 실천하시기 바란다.
1 Stress and smoking : 스트레스를 줄이고 담배를 끊어라
혈관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스트레스와 담배이다. 니코틴과 스트레스 호르몬이 우리 몸의 혈관에게 수축운동을 명령하면서 가장 부담을 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드레날린이 나오고 니코틴이 혈관 속에 들어오는 순간 우리 몸에는 활성산소가 가장 많이 생성된다. 즉 니코틴이 몸속에 들어오거나 스트레스를 받아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 심장으로 모이던 혈액의 흐름이 빨라지고 혈관이 수축되어 활성산소도 급격히 늘어난다. 지금이라도 담배를 끊고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10분 감정 조절 훈련법을 하루 1회 실시하라.
☞치밀어 오르는 화를 다스리는 10분 감정조절 훈련법
● 분노의 순간 눈을 감아라.
● 참을 인을 10회 천천히 되새기자. 참을 인이라고 입으로 나지막이 내뱉어도 상관없다.
●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쉬는 동작을 심장박동이 안정될 때까지 계속하라.
● 눈을 뜨고 숨이 골라졌으면 아무 생각 없이 거닐기 시작하라.
● 이제 자리를 잡고 서거나 앉아서 상처받지 않고 분노의 순간을 잘 지나가게 한 자신을 칭찬하라.
● 10분이 지난 후에 분노를 야기했던 순간이나 대상에 대해 조용히 응시하라. 만약 해결해야 할 대상이면 분노를 반감시킨 그 상태에서 해결의 수순을 밟아라.
2 Sleep : 잠자는 동안 혈관은 젊어진다
사실 혈관에 영향을 미치는 고혈압과 당뇨는 낮은 질의 수면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수면의 질이 낮으면 교감신경계의 항진으로 혈압이 오르고 인슐린이 재생될 시간이 없어 인슐린저항성이 생기게 마련이다. 낮은 질의 수면에는 코골이나 수면무호흡 등으로 인해 깊은 잠을 못 자는 것이 중요한 원인이다. 이것은 숨을 쉬는 호흡근육의 약화와 숨길인 코와 입 주위의 비인두 구강 구조의 취약성으로 인한 것이 크다. 사실 비만이나 수면무호흡증, 심장병 등의 여타 중대질환들도 사실은 잘못된 호흡에서 그 시초를 찾을 수 있다. 산소는 생명을 유지하는 근간이다. 신선한 숲에서 뿜어내는 맑은 공기는 생명을 유지시킬 뿐만 아니라 몸을 정화하는 청정원이다. 필자는 올바른 호흡법으로 코호흡을 강조한다. 시간날 때마다 코호흡 훈련을 시행하면 호흡근육의 단련과 숨길의 구조 개선으로 한결 높은 수면의 질을 누릴 수 있고 혈관을 재생시킬 수 있다.
☞코호흡 훈련법
● 바닥이나 의자에 편안한 자세로 앉는다.
● 허리를 곧게 편다.
● 허리는 곧게 편 상태를 유지하고 배에 손을 갖다 댄다.
● 코를 통해 천천히 가능한 한 깊게 숨을 마시면서 배를 최대한 내민다. 배가 부풀어 오르는 것을 손으로 감지할 수 있을 만큼 숨을 들이마셔야 한다. 이때 어깨와 가슴이 움직이지 않도록 주의한다.
● 숨을 잠시 멈춘다. 숨을 최대한 들이마신 상태에서 1초 정도 숨을 멈춘다.
● 숨을 뱉어내며 배를 완전히 수축시킨다. 코나 입을 통해 천천히 배가 쏙 들어갈 정도로 숨을 내쉰다. 코로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다소 힘들다면 입을 벌려 ‘츠~’하고 소리를 내며 뱉어도 무관하다. 최대한 길게 내뱉는다는 생각으로 호흡한다.
● 차츰 호흡 횟수를 늘려간다. 처음엔 1분에 10회 정도, 익숙해지면 1분에 6~8회 정도까지 호흡한다. 처음에는 3분 정도로 시작해 매일 조금씩 시간을 늘려간다.
3 Exercise: 운동이 혈관을 살린다
운동은 혈관을 부드럽고 유연하게 만든다. 혈관을 살리는 운동은 추운 곳보다는 다소 따뜻한 곳에서, 지나치게 가볍게 입기보다는 몸을 충분히 데울 수 있는 복장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운동전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몸을 빨리 유연하게 하고, 운동 효과도 높이는 방법이다. 혈관은 과한 운동을 싫어한다. 활성산소가 몸에 축적되고 심장이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동은 한 번에 1시간 이내로 땀이 촉촉하게 나거나 약간 숨찰 정도로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순환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운동을 할 때 적절한 수분 섭취는 혈관 재생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운동 20-30분 전에 300-500ml 정도 충분히 수분을 섭취해야 하며, 운동 중에는 10-15분마다 100-150ml 정도 섭취하는 것이 적당하다. 30분 운동이라면 300-500ml 정도 마셔야 한다. 또 운동 후 체중이 줄어든 것은 수분 손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천천히 나눠 적어도 500ml 이상 보충해주어야 한다.
4 Nutrition: 당신이 먹는 것이 바로 혈관이다
혈관은 지나치게 달거나 기름지거나 짠 음식을 싫어한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유독 문제 중의 하나가 짜게 먹는 것이다. WHO(세계보건기구) 권장량이 하루에 5g 이하인데, 우리는 하루 평균 13g 정도를 섭취하고 있으니 권장량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짠 식사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짜게 먹는 습관만 고쳐도 혈관은 쉴 틈을 가진다.
● 국물을 줄인다. 국물에는 다량의 소금이 녹아 있다. 건더기만 먹고 국물을 남겨라. 젓가락으로 식사하면 그릇을 들고 마시지 않는 이상 소금 섭취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 외식과 패스트푸드의 섭취량을 줄인다. 외식을 꼭 해야 할 경우에는 자주 가는 단골집에서 먹되, 싱겁게 조리해달라고 부탁하라.
● 소금 선택제를 실시한다. 소금을 멀리 두어라. 그리고 꺼내 쓰기 힘든 곳에 비치하라. 요리를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소금을 뿌릴 때가 많다. 소금을 꼭 써야 한다면 조금만 치고 다시 꺼내기 힘든 곳에 넣어두어라.
● 짠 반찬은 물에 헹궈 먹어라. 김치나 깍두기, 나물이 매우 짠데도 음식 맛을 버릴까 봐 그냥 먹어서는 안 된다.
● 국물 섭취를 줄이기 위해 젓가락으로만 식사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젓가락 식사는 나트륨의 과다 섭취로 인한 고혈압 발생 가능성을 줄인다. 국물 음식은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문제는 국물 음식 자체라기보다는 국물음식을 먹는 방식에 있다. 영양가가 풍부한 건더기 대신 나트륨과 지방 등이 가득한 국물만 떠먹는 습관이 문제인 것이다. 젓가락 식사를 하면 국물 대신 건더기를 먹게 됨으로써 나트륨의 섭취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우리 몸에서 혈관만큼 참을성이 강한 기관도 없다. 그러나 혈관을 혹사하고 괴롭히면 혈관은 반드시 치명적인 방법으로 복수한다. 혈관의 노화가 시작되는 20대부터 스트레스, 수면, 운동, 영양요법으로 혈관을 젊게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