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브레인트레이닝 상담센터 압구정본점 상담센터장 하나현 원장】
연말연시다. 항상 끝을 보게 되는 새로운 시작점이면 우리는 지나온 시간들을 뒤돌아본다. 하루도 삶이고, 한 달도, 일 년도 삶이다. 삶은 계속해서 흐르고 흘러간다. 하루의 삶을 어떻게 살았는지는 하루가 끝날 때 보고, 한 달을 어떻게 살았는지를 월말에 생각하게 된다.
지금은 1년의 끝을 보고 있고 새로운 1년을 시작하는 시점이다. 지난 2017년 한 해 동안 이런저런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것들에 어떤 의미를 붙일지는 지금 정하기 나름이다. 의미 없고 허송세월만 보냈다고 하며 기억을 쓰레기통으로 집어던져 넣을 것인지, 아니면 소중했던 일들을 생각하며 감사할지 말이다. 이왕이면 건강한 선택을 해보자. ‘감사하기’를 선택하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다.
생각의 힘은 기적을 낳는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엘렌 랭어 교수는 1979년 재밌는 심리실험을 했다. 제목은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다. 서있는 것도 버거워 보이는 주름 가득한 80대 노인 8명을 모집해서 한 외딴 시골에서 일주일 동안 자유롭게 생활하게 했다. 단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 2가지 있었다.
첫째, 20년 전인 1959년으로 돌아갈 것! 20년 전의 영화, TV, 정치, 스포츠 등을 마치 현재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말하기였다.
둘째, 밥짓기, 청소, 설거지 등 집안일은 직접 할 것!
처음에 노인들은 숟가락 들 힘도 없다며 반발했지만 그러면 돌아가야 한다고 하자 어쩔 수 없이 하기 시작했다.
겨우겨우 걸음을 떼며 느릿느릿 지팡이에 의지한 채 서로 도우기도 하며 청소도 하고 설거지를 해냈다. 점차 1959년을 현재로 사는 것이 익숙해져갔다. 그렇게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20년 전처럼 생각하고 움직이고 말하니 몸도 점점 20년 전처럼 회복되어 갔던 것이다. 주름이 펴지기 시작했고 꼬부라졌던 허리가 점점 펴졌으며 무릎도 아프지 않았다. 더 이상 지팡이는 필요 없었다. 심지어 돋보기를 벗어버린 노인들도 생겼다.
약속했던 일주일이 지나고 의사들이 정밀 검진을 해보았다. 아니, 이럴 수가! 시력, 청력, 팔다리 근력 등 노인들의 몸이 젊어진 것이었다! 심지어 기억력과 지능까지 높아졌다. 신체나이가 50대 수준으로 변해 있었다. 그 뒤로 몇 차례 같은 실험을 반복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이 심리실험이 의미하는 것은 뭘까? 우리 뇌의 힘이다. 정확히 말하면 생각의 힘이자 뇌 속의 이미지의 힘이다. 뇌 속 가득 들어찬 이미지들에 따라 몸도 반응한 것이다. 그만큼 생각의 힘은 강력하다. 그리고 신체는 그 생각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몸과 마음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실험을 통해 증명된 셈이다.
감사하기 훈련의 놀라운 ‘힘’
그렇다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 어떤 생각을 하면 좋을까?
심리학에서 발견한 긍정적 마음향상을 위한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명상하기, 봉사하기, 좋은 추억회상하기 등은 모두 일정한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었다. 그중에서 특히 더 뛰어난 효과를 보였던 것은 바로 감사하기 훈련이었다.
감사하기의 효과는 심리학뿐만 아니라 의학이나 뇌과학 분야에서도 입증되었다. 분노나 원망 등 부정적 감정을 느낄 때에는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졌지만 삶에 있어서 감사한 일들에 생각을 집중하자 심장 박동수는 매우 규칙적으로 변했다.
감사하는 마음은 심지어 수면상태에 있을 때보다도 심장 박동수의 변화주기를 더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신의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에이멘 박사는 우리의 생각이나 감정, 행동은 뇌의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아냈다. SPECT방사선 단층 촬영을 통해 우리의 감정과 뇌의 혈액 흐름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했는데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에 사로잡힐 때 전체적으로 뇌 혈류량이 감소하고, 감사한 기분을 느낄 때는 뇌의 혈류량이 크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밖에도 밝혀진 감사의 효과는 다음과 같다.
● 감사하기는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고, 면역계를 강화시킨다.
● 도파민, 세로토닌, 엔도르핀 등 이른바 ‘행복호르몬’이 분비된다.
● 우리 몸의 심장 박동과 혈압이 안정되고 근육이 이완된다.
● 감사를 느끼면 뇌의 사회적 관계 형성에 관련된 부분이 활성화된다.
● 감사를 많이 느끼는 사람은 사회적 관계가 좋고 삶의 만족도가 높다.
컨디션 좋아지고 밝은 생각도 더 하고…
이렇게 효과가 있다고 할지라도 이런 생각이 올라올 수 있다.
‘에이~ 진부한 이야기네.’
‘아니, 감사할 게 없는데 도대체 뭘 감사하라는 거지?’
‘내가 왜 먼저 감사를 해야 하지? 그 사람들이 나한테 감사해야지!’
진부한 이야기 맞다. 필자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진부한 이야기와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직접 실천을 해보니 정말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상쾌해지기 시작했고, 몸의 컨디션이 좋아지고, 그러자 진정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고, 밝은 생각을 더 할 수 있었다.
필자도 처음엔 감사할 게 없었다. 그래서 있는 그 자리에서 찾기 시작했다. 글을 쓰고 있는 종이와 손가락, 글을 볼 수 있도록 해준 눈과 빛… 그렇게 하나하나 감사하기로 선택하자 감사한 것들로 금세 가득 찼다.
그리고 세상이 내 뜻대로 돌아가는 곳이라면 수많은 사람들이 당신에게 달려와 엎드려 절하며 감사를 표현해야 하는 게 맞다. 오히려 그렇게 하지 않는 그 사람들이 괘씸하다는 생각마저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누가 나에게 어떻게 해주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나만 볼 수 있는 나의 마음속에 원망과 괘씸함으로 채우느냐, 감사함으로 채우느냐는 순전히 나의 선택이다.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 그 결과도 당신 차지다.
감사일기 적기로 매일 실천하기
감사하기의 방법은 아주 쉽다. 그날 하루 동안 감사한 것을 3개나 5개를 떠올리며 수첩에 글로 적는 것이다. 감사일기 적기라고 한다. 잠자는 동안 기억이 깊이 저장되기 때문에 하루를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잠들기 전 하면 좋다. 그냥 떠올리기만 하는 것보다 글로 구체적으로 적으면 훨씬 효과가 좋다고 한다.
감사한 일을 적으면 우리의 뇌는 하루를 돌아보며 수많은 일들 중 감사한 순간을 고르게 된다. 그렇게 감사일기 습관을 들이다 보면 신기하게도 우리 뇌는 감사한 일을 찾기 시작한다. 이제 깨어있는 동안에도 감사한 일들에 집중하는 습관이 생기게 된다.
새로운 습관이 하나 만들어지는데 뇌는 적어도 21일은 걸린다고 하니 이 기간 동안 자신을 위한 훈련을 해보자.
하루가 모여 1년이 되고, 인생이 된다. 하루를 잘 살면 1년을 잘 살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기억하는 것만큼의 삶이 우리 뇌에 저장되어 있다. 이왕이면 하루의 감사한 일을 저장하고 1년의 감사한 일들을 뇌 속에 소중하게 간직해보는 것도 좋겠다. 지난 2017년에는 건강다이제스트에 칼럼을 쓰기 시작한 것을 포함해 정말 감사한 일 투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