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신과 전문의 하나현 원장】
“저는 혼자가 편해요. 혼밥(혼자 밥먹기), 혼술(혼자 술먹기), 혼영(혼자 영화보기), 혼자 놀기 달인이에요.” 이전에는 외톨이가 된 기분을 하소연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엔 오히려 자발적으로 자신을 소외시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스스로를 ‘아싸’라고 부르면서 말이다. ‘아싸’가 뭐길래?
자발적 아웃사이더 ‘아싸’
‘아싸’란 ‘아웃사이더’의 줄임말로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전에는 이 용어가 ‘왕따’ 비슷한 의미로 부정적으로 많이 쓰였지만 지금은 보편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개인주의가 만연한데다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이나 피로감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관계에서 멀어지는 이른바 ‘자발적 아싸’를 외치기도 한다.
자발적 아싸가 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한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경우 45% 정도가 자신은 자발적 아싸라고 말하는데, 큰 이유 중 하나는 취업난이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의 문을 통과하기 위해 영어공부, 자격증 등 스펙을 만들기 위해 아예 대학생활에는 관심이 없고 취업준비에 열중하는 것이다. 또 사람 만나는 게 피곤하고 불필요한 감정을 소모하는 것보다 혼자가 더 좋다며 여유 없는 일상에 지쳐 혼자 보내는 시간을 더 좋아하기도 한다.
직장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0명 중 3~4명이 자신은 아웃사이더라고 생각하고 있고, 이 중 한 명은 자발적 아웃사이더라고 자청한다. 왜 그렇게 되는지 살펴봤더니 직장 동료들과 관심사가 달라서, 혼자가 편하고 익숙해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어서, 점심·회식 등의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그렇단다.
‘아싸’에 반대되는 말은 ‘인싸이드’(일명 ‘인싸’)인데, 이는 행사,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관계를 지속하는 사람을 말한다.
인간관계가 좋고 외향적인 성향에 자신을 표현하는 걸 잘한다. 학교나 조직에서는 이런 사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을 문제가 있는 듯이 바라보기도 한다. 현대사회에서는 자기 표현능력과 토론 능력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 경우 점수를 낮게 주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꼭 ‘인싸’가 되어야 할까? 사람은 저마다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고 상황이나 시대에 따라 사람들은 다른 모습을 나타내는 데 말이다.
‘인싸’도 ‘아싸’도 삶의 방식일 뿐~
관계를 통해 즐거움을 얻는 이들은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경험, 또는 목적의식이 있는 뭔가를 하거나 긍정적인 결과를 얻는 것에서 행복을 느낀다. 운동이나 업무 그리고 공부할 때도 누군가와 함께할 때 더 즐거움을 느낀다.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 것,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왁자지껄한 술자리를 갖는 것,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의 다양한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반면, 외부 환경보다는 자신의 내적 환경에 관심을 더 많이 두는 사람들도 있다. ‘아싸’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들은 심리적 에너지를 보존하려고 하기 때문에 사색을 좋아하고, 조용하고, 때론 초연해지기도 한다. 소수의 친밀한 사람과 보낸 시간이 더 소중하게 여겨진다.
조용한 벤치나 카페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것, 혹은 꼭 대화를 하지 않더라도 함께 있는 것을 통해 많은 행복을 경험하는 이들도 있다. 외톨이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주변에 관심도 많고, 다른 사람의 마음도 잘 이해한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거절당하거나 상처받는 게 싫기 때문에 본인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을 조심한다.
<소심해서 좋다>라는 책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성격이란 공통된 성질끼리 묶어 경계를 나눈 것이다. 따라서 하나의 성격이 개인의 모든 모습을 대변할 수 없으며, 이는 처한 상황에 따라 달리 나타날 수 있다. 친구들과 놀 때, 회사에 있을 때, 낯선 병원에 갈 때, 동생과 싸울 때, 데이트를 할 때, 어떤 모임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 홀로 샤워를 할 때, 우리는 각기 다른 모습을 지닌다. 고로 더 좋고 나쁜 성격은 없다. 그 안의 여러 요소들이 상황에 따라 달리 발현될 뿐이다. 내 장점이 누군가에겐 단점이 될 수 있고, 이 장면에서의 부족한 면이 다른 장면에서는 필요한 면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고립된 삶이 정답도 아니지만 수많은 사람과 분주히 만나는 삶이 유일한 정답도 아닐 것이다. 모두가 다 주도적인 사람이 되고 연설가가 되고 세일즈맨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맞는 적당한 일을 찾고, 대신 소통할 수 있는 좁지만 깊은 관계를 두면 된다. 천 명의 사람에게는 천 가지 삶의 방식이 있는 것이다. 그것을 인정할 때 우리의 삶도 조금은 더 나아질 것이다.
하나현 원장은 현재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기반감정코칭학과 전임교수이자, 브레인트레이닝 심리상담센터 압구정점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뇌를 활용한 감정코칭을 통해 사람들이 스스로를 힐링하고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