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신과 전문의 하나현 원장】
2018년이 지나갔다. 개인적으로 2018년은 도저히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울 정도의 힘든 해였다. “고통을 이겨낸 만큼 성장한다.”는 말을 너무 많이 한 탓일까. 누군가에게 따뜻하게 건넨다고 건넨 그 위로의 말이 당사자가 되었을 때는 또 다르게 들릴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시간은 지나고 영원한 고통은 없듯이 필자에게 온 고통의 시간도 아물어간다. 그리고 새로운 희망을 품을 시기다.
2019년 새해가 밝았다. 그냥 돼지띠도 아니고 황금돼지띠의 해라며 희망을 품으며 들떠있을 시기다. 이때쯤이면 우리는 새로운 다짐과 결심을 한다. 금연을 결심하기도 하고 다이어트를 결심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돈을 모으겠다는 결심을 하고 성적을 올리겠다고 주먹을 불끈 쥔다. 필자도 새로운 다짐을 하며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문제는 그 결심이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습관을 새롭게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작심삼일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새로운 결심이라는 것은 ‘변화’를 꿈꾼다는 것인데 우리 뇌는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위험으로 간주한다.
원래 하던 대로 하면 적어도 살아있었기 때문에 생존을 보장받기라도 했다. 하지만 ‘변화’라는 것은 뇌의 입장에서는 안전한지, 위험한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다.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것은 결과만 생각하면 참 설레는 일이지만 그러기 위해 덜 먹고, 더 움직이는 과정이 뇌가 보기엔 굶주리고 몸을 소진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되는 위험한 일인 것처럼 말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새해에 계획한 결심을 연말까지 가서 이룬 사람은 10%도 채 안된다고 한다. 이전의 습관이 단단할수록 그것을 넘어설 만큼의 의지와 시간이 필요하다.
목표를 이루게 하는 소소한 전략 4가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UCLA 의대 교수인 로버트 마우어라는 사람은 결심이나 목표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이 아니라 결심을 실행하는 방법이 틀렸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빈센트 반 고흐는 “위대한 성과는 소소한 일들이 모여 조금씩 이루어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책 <아주 작은 반복의 힘>에서 나온 몇 가지 전략을 소개하겠다.
첫째, ‘작은 질문’을 던진다.
질문이 작아야 대답이 쉬워진다. “어떻게 하면 건강할까?” 라는 질문보다 “좋은 컨디션을 위해 오늘 해 볼 수 있는 일은 뭘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또 “어떻게 하면 전 과목 100점을 맞을까?”보다는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공부 방법은 뭘까?” 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둘째, ‘작은 생각’을 품는다.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피아노를 연습하는 상상을 하면 실제 연습한 사람의 두뇌 활동과 비슷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수영 금메달리스트인 미국의 펠프스는 시합을 시작하기 전 항상 실제 경기를 벌이는 자신의 모습을 생생하게 상상했다고 한다. 단 30초만 그냥 목표행동을 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기만 해본다. 그러면 뇌는 목표행동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가기가 쉬워진다.
셋째, ‘작은 행동’을 시작한다.
너무 작고 쉬운 행동이어서 노력한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는 행동으로 시작한다. 운동을 시작하는 게 목표라면 매일 아침 러닝머신 앞에서 몇 분 동안 그냥 서 있는 것을 시도한다거나, 하루 단 1분씩만 운동을 하는 것이다. 과소비를 중단하는 것이 목표라면 쇼핑카트에서 물건 하나를 빼고 계산한다거나 영어 마스터하는 것이 목표라면 매일 한 단어씩 암기하는 것이다. ‘아, 그것쯤이면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지.’라며 뇌의 저항을 줄일 수 있다. 그러면 운동 1분이 2분이 되는 것은 쉽고, 영어 한 단어가 두 단어가 되는 것은 쉬워지게 된다.
넷째, ‘작은 보상’을 한다.
어떤 일을 달성했을 때 외부 보상이 크면 클수록 ‘내재적 동기’를 위축시킨다고 한다. 데밍 박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싶어 하는데 보상이 너무 커버리면 그것 자체가 목표가 되어버려 원래 목표에 대한 열망이 줄어들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목표하던 작은 일을 성취했을 때 뜨거운 물로 목욕하기, 산책하기, 친구에게 전화하기, 초콜릿 한 조각 먹기 등도 좋은 방법이다. 하찮은 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마음 속 의지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하고, 행동을 지속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필자가 의대 다니던 시절, 시험을 앞두고 공부할 양이 너무 많아 책을 펼치기가 두려웠던 적이 있었다. 그래도 다시 마음을 다잡고 모든 시험 범위를 조각조각 내기 시작했다. 챕터 별로 제목을 나열하고 페이지 분량을 적었다. 그리고는 딱 이 한 챕터만 정복하자, 그다음 이 한 챕터만 정복하자… 이런 마음으로 해 나갔다. 한 챕터씩 공부하는 것은 그래도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아 하나씩 목록을 지워가는 재미를 느끼기도 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시험범위를 비로소 다 공부할 수 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이미 ‘작은 전략’의 위력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다시 한 해가 시작되었고 우리에게는 다시 시작이라는 기회가 주어졌다. 물론 매순간, 매일 매일이 기회라는 깨달음은 덤이다. 수위를 높여 이루려고 덤벼들었던 것은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두었던 것은 또 기회가 있으니 내일로 미루자는 게으름이었으며, 결국 변화를 이뤄내지 못한 것은 변화가 간절하지 않았던 안일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만약 지난날 너무나 고통스러워 변화는커녕 현상유지도 감지덕지였다면 그래도 괜찮다. 아주 작게, 하지만 끊임없이 나아가보자. 그 끝에 남는 게 아주 작은 미소라면 충분할 것 같다.
하나현 원장은 현재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기반감정코칭학과 전임교수이자, 브레인트레이닝 심리상담센터 압구정점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뇌를 활용한 감정코칭을 통해 사람들이 스스로를 힐링하고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