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ND의원 박민수 의학박사】
건강식사법은 쉽고도 일상적이어야 한다. 특별한 음식을 먹지 않고도 식사를 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 건강해진다면 그것만큼 효과적인 건강법은 없을 것이다. 혈관의 3대 위험요인인 고혈압, 당뇨, 비만을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식사법의 기본원칙은 젓가락으로 천천히 거꾸로 먹는 것이다. 이렇게 먹으면 당신의 혈관은 건강해질 것이다. 젓가락으로 먹으면 혈관 속의 나트륨 폭탄이 줄어들고, 천천히 꼭꼭 씹어 먹으면 포만감을 채워 비만이 예방되며, 거꾸로 먹으면 혈당이 낮아져 혈액이 깨끗해진다.
PART 1. 혈압 낮추는 젓가락 식사법
한국인의 혈압을 올리는 가장 큰 원인이 짜게 먹기이고 짜게 먹기의 주된 원인이 바로 국물이다. 고혈압을 예방하기 위해 식탁 위에 젓가락만 남겨놓기를 권유한다. 젓가락 식사는 국물 섭취를 방지하여 소금 섭취량을 줄여준다. 국물 음식은 나트륨을 과다섭취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젓가락 식사를 하면 국물 대신 건더기를 먹게 됨으로써 나트륨의 섭취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건강관리의 기본은 쉽고도 일상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당신은 기존의 식탁에서 한 가지만 바꿈으로써 손쉽게 건강으로 가는 한 가지 팁을 획득할 수 있다. 식탁에서 과감하게 숟가락을 치우고 젓가락만으로 여유 있고 혈압을 낮추는 건강한 식사를 즐겨보기를 바란다. 젓가락 식사법의 효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젓가락 식사는 식사 속도를 늦추어 ‘슬로우 이팅’을 가능하게 한다. 젓가락을 사용하면 음식을 천천히 먹게 되므로 뇌의 포만중추에서 렙틴을 분비할 시간을 충분히 벌어줄 수 있다. 또한 음식을 꼭꼭 씹어 먹으면 턱 근육의 신경을 통해 뇌의 식욕을 관장하는 부위에 자극이 전해져 포만감을 느끼기 쉽다.
둘째, 젓가락 식사는 면역력과 뇌기능을 개선시킨다. 젓가락 식사는 자연스레 침의 분비를 늘려준다. 침 속에는 강력한 면역 물질과 독성 제거 물질이 포함돼 있다. 특히 ‘페록시다아제’라는 효소는 우리 몸에서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젓가락질은 정교한 운동이다. 젓가락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손에 있는 근육을 정밀하게 움직여야 한다. 이러한 미세운동으로 뇌의 운동 피질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면 치매를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 음식을 씹는 저작운동은 신경을 자극하여 뇌혈류를 증가시키고 인지기능을 상승시키는 작용을 한다.
셋째, 젓가락 식사는 국물 섭취를 방지하여 소금 섭취량을 줄여준다. 국물음식은 나트륨을 과다섭취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문제는 국물음식 자체라기보다는 국물음식을 먹는 방식에 있다. 영양가가 풍부한 건더기 대신 나트륨과 지방 등이 가득한 국물만 떠먹는 습관이 문제인 것이다. 젓가락 식사를 하면 국물 대신 건더기를 먹게 됨으로써 나트륨의 섭취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젓가락 식사에 거꾸로 식사를 결합하면 건강식사법의 90%는 완수된다. 젓가락 식사법은 이후에 나오는 거꾸로와 천천히 식사법의 가장 기초적인 도구 식사법이 된다.
PART 2. 혈당을 낮추는 거꾸로 식사법
혈당을 낮추기 위해서는 ‘2 대 1 거꾸로 식사법’을 제안한다. 2 대 1은 탄수화물 음식과 비탄수화물 음식의 비율을 뜻한다. 즉 탄수화물 음식을 1 먹었다면 비탄수화물 음식은 그 두 배인 2를 먹자는 것이다. 거꾸로는 식사의 순서를 바꾸어 에피타이저부터 시작하여 채소를 먼저 먹자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식사를 할 때 밥 한 술에 반찬 한두 가지를 먹는다. 일단 탄수화물 음식부터 섭취하고 다른 음식들을 먹는 것이다. 하지만 거꾸로 식사법이 제안하는 바른 식사는 채소와 단백질 음식들을 먼저 먹고 그 다음에 지방이나 탄수화물이 많이 든 음식을 먹는 것이다. 즉, 밥보다 반찬이 먼저다. 그 요령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2 대 1 거꾸로 식사법’은 우선 과일을 에피타이저로 먹는다. 우리는 보통 과일을 식사를 마친 후 입가심으로 먹는 편이지만 식사 전에 미리 먹으면 입맛을 깨우고 포만감을 주어 식사의 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둘째, 식사를 할 때는 채소 반찬 한 젓가락, 단백질 반찬 한 젓가락을 먼저 먹은 후에 밥 한 술을 뜬다. 이 과정을 1이라고 하자. 다음에는 채소 한 젓가락, 지방이 들어간 반찬 한 젓가락을 먹은 후 밥 한 술을 뜬다. 이 과정을 2라고 하고, 1과 2의 과정을 반복적으로 되풀이하면서 식사를 하면 자연스럽게 탄수화물 음식과 비탄수화물 음식의 비율이 조절된다.
물론 이때 식탁 위에는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 등 각종 영양소가 포함된 음식들이 고루 놓여 있어야 한다.
셋째, ‘2 대 1 식사법’의 또 다른 의미는 음식을 먹는 시간과 음식을 먹는 도중에 나누는 대화 시간의 비율이다. 식사 시간은 최소한 15분 이상은 되어야 하는데, 이는 우리 몸이 배부르다고 느끼기 시작하는 시점이 음식을 먹고 나서 평균 약 15분 정도 후이기 때문이다.
음식을 먹으면서 나누는 대화는 평상시보다 부드럽고 원만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음식의 섭취로 인해 만족을 느낀 우리의 신경이 느슨하게 이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식사 중에 나누는 대화는 자연스럽게 식사 시간을 늘려줄 뿐만 아니라 가족 간의 유대감도 강화시켜주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이 같은 거꾸로 식사법의 건강 효과는 혈당조절 능력에서도 나타났다. 식사를 하면 어느 정도 혈당이 오르는 것이 보통이다. 심한 사람들은 20mg/dl에서 60mg/dl 정도까지도 혈당이 상승한다.
그런데 거꾸로 식사법의 원칙을 지키며 식사를 한 사람들의 혈당은 평균 약 3mg/dl 정도밖에 오르지 않았다. 동일인들에게 일반적인 방법으로 식사를 하게 한 다음 재 본 혈당이 평균 27mg/dl 정도 상승해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결과였다.
☞거꾸로 식사법의 효과
1. 포만감이 높은 채소를 먼저 섭취함으로써 식사량을 줄여준다.
2. 당지수를 낮춤으로써 당뇨 위험을 감소시킨다.
3. 섬유질이 풍부한 식사를 통해 장 건강을 향상시킨다.
4. 오래 씹어야 하는 채소를 먼저 먹게 되면 식사 속도가 자연스럽게 늦춰지는데, 이로 인해 포만중추가 만족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되므로 식사에 대한 만족감이 높아진다.
5. 익숙지 않은 순서로 식사를 하게 되므로 식사 때마다 식사법 자체가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일깨울 수 있다.
PART 3. 혈관에서 지방을 비우는 천천히 식사법
비만한 사람들의 식사습관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바로 식사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것이다.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사람의 식사시간은 대개 10분을 넘지 못한다. 그만큼 빨리 식사를 마친다.
이때 유의할 것이 ‘빨리’ 먹는 것이 ‘적게’ 먹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본인의 1인분을 그냥 빨리 먹는 것이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사람들의 식사모습이다. 이렇게 빨리 식사를 하는 이유는 심리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폭식을 즐기는 욕구 때문이다. 식사시간이 20분 이상 길어지면 식욕억제호르몬인 렙틴호르몬이 나와 음식 먹기가 불쾌해지기 때문에 렙틴이 분비되기 전에 재빨리 음식을 먹어 치우는 것이다. 그래서 다이어트에 자주 실패하는 사람을 옆에서 지켜보면 거의 음식을 씹지 않고 삼키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이렇게 음식을 씹지 않고 삼키는 습관은 비만과 직결된다. 꼭꼭 씹으면 음식을 천천히 먹을 수밖에 없고 식욕억제호르몬 렙틴이 활동할 충분한 여유도 만들어진다. 꼭꼭 씹기만 해도 총 음식 섭취량은 적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빨리 먹기 자체가 미각중독의 즉각성을 강화시켜 더욱 악화시키는 주범이므로 반드시 천천히 먹기를 훈련해야 한다. 이때 도움이 되는 실천지침은 다음과 같다.
첫째, 30번 씹기의 도구로 슬로우푸드를 먹는다. 우리의 입맛은 몇 번 씹지 않고도 부드럽게 삼킬 수 있는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져 있다. 잘 넘어가는 음식은 빨리, 많이 먹고자 하는 욕망에 잘 들어맞는 음식이다. 특히 부드럽게 잘 넘어가는 음식은 입맛을 더 조급하게 만든다. 입맛이 조급해지면 과식과 폭식이 뒤따른다. 스트레스가 있을 때는 입맛 조급증까지 맞물려 더 부드러운 음식에 탐닉하도록 우리를 부추긴다.
반면 질기고 다소 딱딱하며 거친 음식은 입맛의 인내력을 길러준다. 각종 채소, 배아가 살아 있는 곡류, 통째 먹는 과일 등은 오래 씹어야 한다. 처음에는 짜증도 나고 못마땅하겠지만 천천히 먹기 습관이 몸에 배면 그동안 잊고 살았던 음식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현미잡곡밥은 서른 번 이상 씹어도 더 씹을 거리가 남는다. 사람들이 꺼리는 음식 가운데 하나인 생양배추도 스무 번 이상 천천히 씹으면 말할 수 없이 신선하고 달콤한 천연 감미를 느낄 수 있다.
둘째, 미각은 욕구이므로 만족시키면서도 너무 방종하지 않도록 규율을 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너무 누르면 터져버리고 내버려두면 제멋대로 행동해버린다. 따라서 필요할 때 참을 수 있는 능력, 즉 자신의 만족 욕구를 지연시킬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미각충족 지연력 훈련 법칙은 초반기보다 후반기에 먹을 음식의 양을 늘리는 것이다. 대부분의 미각중독인들은 초반에 많은 음식을 먹고 후회한다. 그러고 나서는 후반에 식사량을 조절하는데 우리의 머릿속에는 충분히 먹지 못했다는 불만감이 쌓여 오히려 미각충동만 강해질 수 있다.
전체 먹어야 할 양을 3이라고 한다면 식사시간을 전반과 후반으로 나누어 전반에 1, 후반에 2를 먹는 것이 미각충족 지연력 훈련이다. 전반에 3분의 1만 먹는다면 자연스럽게 천천히 먹기 훈련이 완수된다. 동시에 후반에 전반기보다 많은 양을 먹게 되면 충분히 먹었다는 보상심리를 각인하게 되어 과식충동을 적절하게 막아준다. 물론 충분히 먹는 후반기의 속도기준이 천천히 먹기의 훈련기준이 되어야 한다. 전반기 동안 후반기의 반만 먹으려면 후반기 속도의 절반 정도가 되어야 가능하므로 전체적인 식사시간은 예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다.
셋째, 전체 식사를 채소로만 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식사법이다. 영양소의 균형과 욕구의 적절한 해소를 고려해 자주 실천할 수는 없지만 착한 포만감을 주는 채소로만 하는 식사는 분명히 우리가 가진 포만감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넷째, 미각중독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먹는 모습을 찍어본다. 카메라를 의식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주의하지만 미각중독자들의 식사시간은 분주하고 조급하다. 음식을 앞에 두고 있으니 초연하기가 쉽지 않고 자꾸 식탁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다.
모든 식사는 넘김의 연속으로 이루어진다. 과식은 한 번 넘김의 양이 많거나 넘김의 횟수가 자기 기준보다 많은 경우이며, 폭식은 멀쩡하게 잘 유지되던 넘김의 양이나 총 횟수가 특정 식사에서 과도하게 넘치는 경우이다.
적절한 식사시간을 확보하고 넘김의 양을 적절하게 조절하면서 넘김 횟수를 요령껏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일한 식사시간 안에 넘김 횟수를 제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천천히 꼭꼭 씹거나 씹지 않는 시간, 즉 식사시간 중에 먹지 않는 시간을 최대한 늘리는 방법이다.
자신이 정한 기준에 따라 씹기 속도와 횟수를 조절하는 절대적 천천히 씹기를 우선 훈련한다. 절대적 천천히 씹기를 훈련할 때는 타이머를 이용한다. 비디오에 촬영된 본인의 모습을 보면서 한 번 입안에 들어간 음식을 얼마의 시간 동안 몇 번이나 씹는지를 타이머를 재면서 체크한다.
비디오를 분석한 다음에는 2배 횟수 씹기 훈련을 시행한다. 이전 같으면 10번만 씹고 삼켰을 음식을 20번 씹고 삼키는 훈련이다. 자연스럽게 한 번 입에 들어간 음식을 씹는 시간도 길어진다. 이전에 한 번 들어간 음식을 씹는 시간이 총 30초였으면 훈련을 통해 60초 동안 씹게 된다.
이렇게 되면 훈련 전에 15분 동안 30번 음식을 집던 것이 훈련 후에는 15분 동안 15번 음식을 집는 것으로 바뀐다.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섭취량도 줄어든다.
다섯째, 상대적 천천히 씹기는 다른 사람보다 천천히 먹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식사 자리에서 가장 느린 속도로 식사를 하는 사람을 한 명 고른다. 초반 1분 정도만 바라보면 정확하게 발견할 수 있다.
기준이 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수저가 입과 식탁 사이를 두 번 정도 왕복할 때 한 번가량 왕복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을 기준으로 정했으면 그 사람보다 더 느리게 젓가락과 숟가락을 움직이려고 노력한다. 그 사람이 수저를 들 때 동시에 수저를 들고 놓을 때는 그 사람보다 수저를 늦게 내려 놓는다. 다음번에 수저를 들 때는 동시에 들어도 되지만 한 번쯤은 건너뛰어도 무방하다.
서너 번만 그 사람을 의식하면서 식사를 하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리듬이 몸에 배게 된다. 자유롭게 식사하다가 중간에 한 번 정도 그 사람과의 식사속도를 비교해 본다. 천천히 먹기 훈련의 핵심은 반복을 통한 생체리듬의 조절이다. 지속적으로 반복하여 머리에서뿐만 아니라 손과 입도 천천히 꼭꼭 씹기를 자동화하도록 훈련해야 한다.
박민수 박사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에서 전문의 전임의 과정을 거쳤다. 현재 우리아이 몸맘뇌 성장센터 소장, 대한비만체형학회 이사,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저서로는 <미각교정 다이어트>, <내몸경영>, <건강경영>, <잘못된 입맛이 내몸을 망친다>, <31일 락다이어트습관>, <10년 젊게 10년 더 사는 지금 10분의 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