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민용기 교수】
대한민국 뼈 건강이 위태롭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한 결과에 의하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골다공증 진료 인원이 8.3% 증가했다.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골다공증은 뼈의 강도가 약해져서 골절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상태를 말한다. 골다공증이 있으면 가볍게 부딪히거나 주저앉아도 골절이 생길 수 있다.
골다공증으로 인해 주로 손목, 척추, 고관절 골절이 발생하는데 특히 고관절이 골절되면 1년 이내 사망률이 크게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뼈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일을 미리 막지 못하면 평생 골골대며 살아야 한다. 골다공증을 빠르게 진행하는 대표 골밀도 도둑 5인방과 확실한 골다공증 예방법을 알아본다.
노년 되면 뼈 건강 비상
우리 뼈는 흡수되어 없어지고 한편으로는 새로 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거쳐 유지된다. 30대까지는 없어지는 뼈보다 만들어지는 뼈가 더 많아서 골밀도가 올라가지만 그 이후에는 골밀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골밀도는 아주 천천히 떨어지기 때문에 골다공증에는 아무런 자각 증세가 없다. 골다공증의 증세는 뼈가 약해진 후 손상을 받아 골절이 일어나야 나타난다. 겨울철에 넘어져서 쉽게 손목이 부러질 수 있고, 알지 못하는 가벼운 손상에도 척추가 납작해지는 압박골절이 올 수 있다. 척추 압박골절로 인해 허리 통증이 생겨도 몇 주 지나면 괜찮아져서 그냥 넘기기 쉽다. 하지만 이를 방치하면 만성 통증으로 발전하거나 허리가 굽는 변형이 올 수 있으므로 이러한 허리통증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민용기 교수는 “골다공증은 치료보다 예방이 효과적”이라며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성장기에 뼈를 최대한 튼튼하게 하고 골다공증의 위험인자를 조기에 제거해 뼈가 약해지는 환경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골다공증이 잘 생기는 조건
골다공증은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흔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의하면 2016년 기준 여성 골다공증 환자가 남성 골다공증 환자보다 15배나 더 많았다. 이러한 결과는 남녀 간의 골격 차이 때문이다. 보통 남성이 여성보다 뼈 크기가 크고 단단한 부분이 두껍다. 또 여성은 폐경 후에는 골밀도가 빠른 속도로 감소할 수 있다.
민용기 교수는 “부모, 형제 중에 골다공증 골절이 있는 사람, 운동하지 않고 앉아서만 지내는 사람, 야윈 사람, 일찍 폐경이 된 사람, 갑상선 호르몬이나 스테로이드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 등은 골다공증이 잘 생긴다.”며 “이러한 상황이라면 칼슘 섭취와 규칙적인 운동에 힘쓰고 골밀도 검사를 받아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골다공증이 생기는 조건에 해당하지 않아도 65세 전후라면 골밀도 검사를 받아서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골다공증 예방이나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한편 무릎 통증이 골다공증 때문이라고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 이러한 통증은 골다공증 때문이 아니라 퇴행성관절염이거나 무릎의 인대, 힘줄 등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골다공증은 앞서 말한 대로 증상으로 알아내기 어렵다.
골밀도 도둑 5인방 현명한 대처법
골다공증의 대표적인 원인은 노화다. 노화로 인해 칼슘 배설이 증가하고,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가 골다공증이 생긴다. 하지만 노화는 누구도 막지 못한다. 노화를 제외하고 우리가 조절할 수 있는 골밀도 대표 도둑에는 5가지가 있다.
칼슘 섭취가 부족한 습관
칼슘 섭취가 일정 수준 이하면 뼈가 소실되기 때문에 평소 음식을 통해 충분한 칼슘을 섭취해야 한다. 뼈에 좋다고 칼슘 보충제를 많이 섭취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노인이거나 신장 기능이 나쁜 경우에 칼슘 보충제를 섭취하면 심혈관질환의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므로 섭취에 신중해야 한다.
《☞ 칼슘이 풍부한 식품 리스트》
1. 우유 및 유제품 : 우유, 요구르트, 치즈 등
2. 콩류 : 콩, 두부 등
3. 뼈째 먹는 생선 : 멸치, 미꾸라지, 뱅어포 등
4. 생선류 : 새우, 명태, 돔, 청어, 조기 등
5. 녹색잎 나물류 : 무청, 깻잎순, 달래, 열무, 냉이, 쑥갓, 근대 등
햇빛을 멀리하는 습관
칼슘을 효과적으로 장에서 흡수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농도의 비타민 D가 필요하다. 비타민 D는 햇볕을 쬐면 피부에서 만들어진다. 비타민 D는 음식이나 약물을 통해 섭취하기도 하지만 자외선으로 활성화시켜야 효과를 볼 수 있어 평소 햇볕을 충분히 쬐는 습관이 꼭 필요하다.
흡연하는 습관
흡연자의 골량은 비흡연자보다 적다. 일반적으로 흡연을 하는 여성은 여성호르몬의 농도가 낮아지고 일찍 폐경이 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뼈의 강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에스트로겐 분비가 중지되면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담배의 독소가 뼈를 만드는 세포를 약하게 한다는 보고도 있다. 뼈 건강을 위해 꼭 금연하자.
운동 멀리하는 습관
뼈는 적절한 자극이 있어야 골질을 잘 유지할 수 있다. 민용기 교수는 “빠르게 걷기, 조깅, 테니스 등 근육과 뼈에 힘이 들어가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비타민 D 보충을 위해 햇빛이 있는 곳에서 운동하면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운동을 통해 균형 감각이 좋아지면 낙상의 위험도 줄어든다.
과음하는 습관
술을 지나치게 마시면 새로운 뼈를 만드는 세포(조골세포)가 억제되며 영양의 불균형이 발생하므로 골다공증의 위험도가 증가한다. 특히 여성은 적은 양의 술에도 골밀도 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 잔의 술도 되도록 멀리하자.
민용기 교수는 골다공증, 칼슘대사 이상, 갱년기장애, 고지혈증, 내분비질환 등을 전문으로 진료한다. 대한골대사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대한내분비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