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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과 이브사이] 우리 부부 섹스 윤활제, 똑똑한 사용설명서

2012년 02월 건강다이제스트 봄빛호 88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미즈러브여성비뇨기과 김경희 원장】

지난해 연말 제약회사 릴리는 ‘글로벌 성생활 패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34세 이상 한국인의 평균 성관계 횟수는 1주일에 1.04회에 불과했다. 13개국 중 꼴찌를 장식한 횟수다. 어쩌면 이런 결과는 이미 예정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에는 부부의 행복한 성관계를 가로 막는 벽이 많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섹스 윤활제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다. 많은 이들은 윤활제를 색안경을 끼고 보고 있다. 잘만 쓰면 아내와 남편의 건강한 섹스를 도와주는 효자, 섹스 윤활제에 대해서 알아본다.

사례 _ 아내여! 참지 말고 밝히자!

경기도 시흥에 사는 주부 이 씨(50세)는 TV를 보다가 멈칫했다. “아파도 함께 뛰는 동료를 위해서 참고 운동을 했다.”는 한 스포츠 스타의 인터뷰를 듣자 어젯밤 일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그 스포츠 스타와 자신의 신세가 비슷했다. 이 씨 역시 남편 때문에 아픔을 참고 섹스를 하고 있는 것.

폐경 직후부터 질 윤활액이 잘 나오지 않지만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남편은 예전과 똑같이 왕성한 성생활을 원하고 있다. 아직도 팔팔한 남편을 보면 윤활액이 줄어서 아프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당분간은 이렇게 참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성관계를 할 때마다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고통스럽기 짝이 없다.

이 씨처럼 많은 중년 여성이 폐경 전후 질 건조증을 경험하고 있다. 폐경 전부터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질 윤활액 분비가 줄어들면 성교통이 생기기 마련이다.

미즈러브여성비뇨기과 김경희 원장은 “폐경 이후 질 건조증이 심한 경우 성관계를 할 때 윤활제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질 건조증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윤활제만 사용하면 된다는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다. 필요하다면 호르몬 치료와 같은 갱년기 치료도 함께 하는 것이 좋다. 윤활제는 질 건조증을 치료하는 치료제가 아니다. 일시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남편이 아내의 몸 상태와는 상관없이 성욕만을 해소하기 위해서 윤활제를 쓴다면 부부관계에 금이 갈 수도 있다. 장기간 습관적으로 쓰면 질 내 환경변화에 따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므로 사용한다면 주기적으로 전문의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반대로 윤활제 사용이 내키지 않아서 아예 성관계를 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김경희 원장은 “질 건조증 때문에 아프다고 성관계를 하지 않으면 질 윤활액 분비가 더 줄어든다.”며 “필요하다면 적절하게 윤활제를 사용하면서 꾸준히 성관계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케겔 운동을 하고 수분 섭취에 신경 쓰면 윤활액 분비에 도움이 된다.

폐경 여성의 전유물 아니야

질 건조증은 폐경기 중년, 노년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에는 젊은 여성이 질 건조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혈압이 높거나 질염에 자주 걸리고, 분만할 때 질 신경 손상을 입었다면 질 건조증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수면제, 항우울제, 식욕억제제 같은 약을 먹고 있다면 질 윤활액 분비가 잘 안 되기도 한다. 김경희 원장은 “이때도 원래 있는 질환 치료를 하면서 성관계를 할 때는 질 윤활제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특별한 질환이 없어도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거나 피곤해도 질 윤활액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섹스 준비 단계인 전희 시간이 짧아도 질 윤활액이 적게 나오기도 한다.

김경희 원장은 “질 윤활액이 나오지 않는다고 무작정 성관계를 피하거나 아파도 참고 성관계를 하는 것 모두 부부 사이에는 결코 좋지 않다.”고 조언한다. 부부가 함께 질 윤활액이 나오지 않는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윤활제를 통해 둘 다 만족스러운 성관계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생활용품처럼 사용해야

그럼 윤활제, 부부들은 얼마나 사용하고 있을까? 김경희 원장은 “날이 갈수록 콘돔 시장이 커지는 것처럼 윤활제 시장도 계속 커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만큼 사용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는 이야기다.

예전에는 윤활제라고 하면 섹스토이를 떠올리며 특별한 취향을 가진 사람만 쓰는 성인용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다가 수명이 점차 길어지고 폐경 이후에도 활발한 성관계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긴 후에는 폐경기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왔다.

김경희 원장은 “윤활제는 특별한 성인용품이 아닌 부부의 생활용품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맞다.”고 이야기한다. 질 건조증 등 특정한 질환이 있지 않아도 필요하다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여성이 콘돔을 이용할 때의 불편한 느낌이 싫다면 윤활제를 쓰면 도움이 된다. 윤활제를 사용해서 전희를 하면 만족감이 높아질 수도 있다.

윤활제 100% 활용법

윤활제는 성분에 따라 크게 수용성 제품과 지용성 제품으로 나눈다. 수용성 제품은 세정제를 쓰지 않아도 물에 잘 씻긴다. 윤활제 일부가 몸에 남는다고 해도 질 분비물과 함께 거의 배출되므로 지용성 제품보다 질염에 걸릴 가능성이 적다. 지용성 제품은 꼼꼼히 씻어내야 한다.

부부에게 지용성 윤활제가 맞는다면 몸에만 바르거나 외음부에만 살짝 발라 질 내에 들어가지 않게 주의한다. 또한 지용성 제품은 콘돔의 라텍스 성분을 녹여서 피임이 실패할 수 있다. 김경희 원장은 “윤활제를 처음 쓴다면 천연 성분으로 된 수용성 윤활제 중에서 부부에게 맞는 것을 사용하길 권한다.”고 말한다.

애무 단계에서 전희를 즐길 때는 윤활제를 손으로 비벼서 원하는 부위에 바르면 차가운 느낌을 없앨 수 있다. 삽입 직전이라면 여성의 외음부에 살짝 발라 스며들게 하거나 남성의 페니스에 바른다.

내 몸에 맞는 윤활제 선택은?

그럼 어떤 윤활제를 고르는 것이 좋을까? 간혹 윤활제를 한 번 써보고 불편하거나 만족하지 않아서 ‘윤활제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단정 짓는 부부도 있다.

김경희 원장은 “윤활제를 이용해서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 아마 부부에게 맞지 않은 윤활제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윤활제는 종류도 많고 가격과 효과가 천차만별이다. 김경희 원장이 밝히는 윤활제 똑똑하게 고르는 법은 다음과 같다.

1. 병원 처방, 약국 판매 윤활제를 고른다

윤활제 사용을 머뭇거리는 이유 중 하나가 ‘쓰고 나서 몸에 안 좋으면 어쩌나?’ 하는 염려 때문일 것이다. 보통 병원에서 의사가 처방을 해주거나 약국에서 팔고 있는 제품은 안전성 면에서 검증을 거친 제품이다.

2. 가격이 터무니없이 싼 것은 피한다

싸다고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검증이 되지 않은 제품일 가능성이 크다. 간혹 같은 제품인데도 유난히 가격이 싸다면 가짜일 수 있다.

3. 윤활제도 유통기한이 있다

윤활제를 살 때는 유통기한을 확인한다. 오래 둬서 유통기한이 지난 윤활제라면 아까워하지 말고 버린다.

4. 성분을 확인한다

염증이 잘 생기는 사람이라면 성분 중에 논옥시놀-9와 같은 살정제 성분이 들어 있는 제품은 피한다. 또 성기 부분에 사용해도 되는지 확인해본다.

김경희 원장은 “때에 따라서는 윤활제로 더 만족스러운 부부관계를 할 수 있다.”며 “부부에게 맞는 윤활제를 찾아 이용해 보는 것도 부부의 사랑을 높이는 방법의 하나”라고 덧붙인다.

김경희 원장은 여성비뇨기과 전문의이자 성의학 전문가이다. 서울특별시립동부병원에서 여성 비뇨기과 과장을 역임했다. 현재 미즈러브여성비뇨기과에서 요실금 전문 클리닉, 여성 성형 클리닉 등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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