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현초 영양생리학 박사】
심장발작이나 뇌졸중으로 운명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중에서도 혈액순환장애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전혀 놀라운 일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심장혈관 질환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사망원인이며, 2015년 한 해 동안 무려 1500만 명이 그로 인해 생명을 잃었다고 한다. 이 질환은 지난 15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6년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2016년에 심장혈관 질환으로 사망한 숫자는 인구 10만 명당 114.6명으로 암으로 사망한 숫자(10만 명당 153.0명) 다음으로 두 번째로 높다.
심장혈관 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은 없을까?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액의 점도를 낮추고, 혈관의 유연성을 높이며, 독소를 제거하여 동맥경화를 미리 예방하면 더 좋지 않을까? 그리 할 수 있다면 “돌연사”도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심장혈관 질환의 주범은 ‘동맥경화’
심장혈관 질환은 동맥경화로부터 시작된다. 동맥 내벽에 산화콜레스테롤과 같은 해로운 물질이 유착되어 플라크가 쌓이고 거기에 칼슘이 유입되어 석회화되면 동맥이 단단해지는 현상, 즉 동맥경화가 발생한다.
그런데 동맥경화에 관하여 간과하기 쉬운 것이 있다. 흔히 생각하듯이 동맥경화는 어느 한 곳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신적 증상이다. 다시 말해 동맥경화는 심장의 관상동맥뿐만 아니라 두뇌, 폐, 신장, 다리 등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동맥경화로 발전하는 폐쇄 현상은 큰 혈관뿐 아니라 작은 혈관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각 조직에서 산소교환은 작은 혈관, 즉 모세혈관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심장혈관에 해로운 중금속 중독
심장혈관 질환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중금속에 노출되면 심장혈관 질환의 발생 확률이 현저하게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납과 같은 중금속이 혈관 내벽을 형성하는 상피세포에 침투하면 아주 중요한 신호전달물질인 산화질소(Nitric Oxide: NO)가 제대로 생성되지 않는다. 산화질소는 혈압 조절의 기본 메커니즘인 혈관의 수축과 이완에 관여한다. 중금속 때문에 이 같은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고혈압이 발생하며, 콜레스테를 수치가 높아지고, 동맥경화, 당뇨병, 혈전 형성, 심부전 등으로 고생할 수도 있다. (중금속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산화질소와 같은 신호전달 물질과 그들의 메커니즘에 관하여 상세히 다룰 기회가 있을 것이다.)
동맥경화를 치료하고 예방하며 중금속을 해독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는 “킬레이션(chelation)” 요법이다.
킬레이션 요법 뭐길래?
킬레이션(chelation)? 이 생소한 단어는 도대체 무슨 뜻일까? 이 말은 게나 가재의 집게발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킬레(chele)’에서 유래했다. 킬레이션 요법은 어떤 영양소나 약초를 투여하여 그 물질이 혈관을 따라 순환하면서 중금속 같은 인체에 해로운 물질을 집게발로 끄집어내듯이 체외로 배출시키는 방법이다.
킬레이션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킬레이션 요법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물질은 EDTA(Ethylene Diamine Tetraacetic Acid)이다. EDTA는 아미노산의 하나로 1935년 독일에서 합성되었으며, 1941년 미국에서 처음 특허 물질로 등록되었다. EDTA는 1940년대에 하수배관공들이 배관에 침착된 칼슘을 제거하기 위하여 사용하였으며, 배터리 공장과 해군에서는 배에 사용한 페인트에 의해 납에 중독된 직원들을 해독하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1950년 초 몇몇 의사들이 납과 같은 중금속에 중독된 환자들을 EDTA로 치료하던 중 심장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상태가 호전되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관상동맥경화 증상 중의 하나인 협심증이 완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기억력, 청력, 시력, 후각 등 다른 기능도 향상되었던 것이다.
이를 계기로 킬레이션에 관한 연구와 관심은 점점 높아져서 지금 미국에서는 1500명 이상의 의사들이 킬레이션 요법을 시술하고 있으며, 100만 명 이상의 심장혈관 질환 환자들이 치료를 받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몇몇 병원에서 시술하고 있다.
킬레이션의 효능 어떻길래?
EDTA는 비교적 큰 동맥뿐만 아니라 수술이 불가능한 미세혈관이나 뇌혈관까지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체내에 축적된 불필요한 중금속이나 독성물질과 결합하여 재빨리 소변으로 배출하여 제거하는 효능으로 주목 받고 있다. 그동안 연구 발표된 킬레이션의 효능은 크게 4가지다.
1 중금속 해독작용 : 우리 몸에는 끊임없이 독소가 생기고, 또 그것을 제거하는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중금속이나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소가 너무 많이 쌓이면 신진대사 균형이 깨져 여러 가지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이미 언급했듯이 킬레이션은 중금속 중독이나 다른 독소 해독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현재 EDTA 킬레이션은 미국 FDA와 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에서 인정하는 납, 수은, 알루미늄, 카드뮴 중독을 해독하는 표준 치료법이다.
2 혈관청소 효과 : EDTA는 동맥 안쪽 벽에 달라붙어 있는 플라크나 칼슘 침전물과 같은 불필요한 물질들을 끄집어내어 소변을 통하여 체외로 배출시켜서 동맥경화를 치료하고 예방한다. 또 혈관을 부드럽게 하여 수축과 이완작용을 할 때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하여 고혈압을 예방한다.
3 항산화 효과 : EDTA는 매우 우수한 항산화제로 활성산소(free radicals)를 중화시켜 세포막, DNA와 효소 체계를 보호한다. 세포의 화학반응 과정이나 중금속과 같은 해로운 물질은 여러 가지 활성산소를 생성한다. 활성산소는 세포를 파괴하고 우리의 건강에 지대한 악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활성산소가 동맥 내벽에 붙으면 작은 상처가 생긴다. ‘지질 과산화(lipid peroxidation)’라고 불리는 이 과정은 동맥경화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이다. 결국 그 상처 부위에 지방, 콜레스테롤, 중금속, 칼슘 침전물 등이 쌓이면 동맥이 좁아지는 것이다. 동맥경화를 해결하는 비결은 활성산소들이 동맥을 파괴하기 전에 항산화제를 사용하여 활성산소를 중화시키면 된다.
4 노화방지 : 활성산소는 세포를 파괴하여 늙게 하는데, 나이 들면서 점점 더 많은 활성산소가 생성된다. EDTA는 매우 강력한 항산화제로 활성산소를 처리하여 노화를 방지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흔히 간과되는 가장 설득력 있는 노화방지 기능 중의 하나는 EDTA가 세포의 미토콘드리아를 소생시킨다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의 ‘발전소’로, 그곳에서 생명의 근원인 ATP가 생성된다. ATP 없이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다. 미토콘드리아의 숫자 감소와 기능 저하는 노화 진행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는 것은 오래 전부터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 외에도 EDTA 킬레이션의 효과는 수없이 많다. 지금까지 보고된 치료 효과는 다음과 같다.
● 콜레스테롤 침착물 예방
●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저하
● 황반변성 감소
● 동맥 혈전 용해
● 관절염 예방
● 심장부정맥 정상화
● 치매 증상 완화
● 세포내 칼륨 증강
● 뇌졸중과 심장발작 완화
● 심장 기능 향상
● 암 예방
● 부정맥 완화
마치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효과가 다양하다. 이는 중금속과 활성산소가 그만큼 건강에 전반적으로 해롭다는 방증이며, EDTA를 사용하여 중금속을 해독하고 활성산소를 중화시키면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겠다. 또 킬레이션으로 혈관을 세척하면 인체의 모든 기관, 조직 및 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이 원활하게 공급되어 건강을 유지할 수도 있다.
킬레이션 치료 요령
치료 방법은 간단하다. EDTA가 들어 있는 수액을 정맥주사로 맞으면 된다.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EDTA에 다른 비타민이나 미네랄 같은 영양제를 첨가하기도 한다. 매주 2~3회 정도 치료를 받으며, 대개 20~30회 지속적으로 반복한다. 그 이후에는 매달 한두 번씩 유지 프로그램으로 주사를 맞기도 한다. 1회 정맥주사에 보통 2~3 시간 소요된다.
내복용 EDTA도 있다
정맥주사뿐만 아니라 내복용으로 개발된 EDTA 제품도 있다. 심각한 혈관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정맥주사 요법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내복용 EDTA도 매우 유용하다. 정맥주사에 비하여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이 더 걸리는데도 불구하고 내복용 EDTA도 매우 안전하고 강력한 킬레이션으로 점점 인식되어 가고 있다.
정맥주사 킬레이션 과정을 마친 후에 유지 프로그램을 원하거나, 정맥주사를 싫어하거나, 정맥주사를 맞을 수 없는 환경에 있거나, 병원을 방문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사용한다. 북미에서는 EDTA에 킬레이션 기능이 있는 여러 가지 비타민과 약초를 조합하여 만든 몇 가지 내복용 킬레이션 제품들이 시판되고 있다.
킬레이션 안전한가?
킬레이션 요법은 매우 효과적이며 부작용이 거의 없다. 심장혈관 질환자들에게 주로 시술하는 혈관형성술(angioplasty)이나 심장우회 수술(bypass surgery)보다 훨씬 더 안전하고, 킬레이션에 주로 사용되는 EDTA는 아스피린보다 독성이 3.5배 약하다고 한다.
요즈음 킬레이션 요법을 선호하는 의사와 환자의 숫자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신장 기능이 약한 사람들은 주의하여야 한다. EDTA와 결합된 중금속이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되는 과정에서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을 맺으며…
전 세계적으로 아직도 심장혈관 질환으로 가장 많이 사망한다. 심장혈관 질환의 가장 큰 원인은 동맥경화이다. EDTA는 중금속을 해독하고, 동맥 플라크를 제거하며, 활성산소를 중화시켜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치료한다. EDTA 킬레이션으로 건강과 젊음을 유지하면 어떨까?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