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피옥희 기자】
【도움말 |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윤하나 교수】
제 아무리 남녀평등을 부르짖고, 성차별에 반기를 들지만 ‘성性문화’ 만큼은 유난히 차별이 심하다. 아니, 차별이 아니라 성性을 아예 남성의 전유물로만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생각해보라. ‘정력이 센 남자’는 각광을 받되, ‘밝히는 여자’는 손가락질 받지 않는가. 이제 편견을 버리고 정정당당하게 여성의 오르가즘을 얘기해보도록 하자.
성생활은 남자만 하나?
모름지기 음식은 같이 먹어야 제 맛이고 쾌감은 함께 느껴야 더 즐거운 법. 하물며 손바닥도 부딪쳐야 소리가 나거늘 성생활은 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우리의 성문화는 어떤가? 모든 성생활은 마치 남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래서 성욕은 남성만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여성은 그저 보조적인 존재라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여성의 성생활을 ‘출산’이란 의무감으로 꽁꽁 묶어버리기까지 한다.
이제라도 여성들의 성 욕구는 분출되어야 한다. 삼시 세끼 때가 되면 배가 고프듯,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성욕이 고프게 마련. 여성의 성기능장애, 그 중에서도 오르가즘 장애를 논하기 전에 제일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러니까 여성에게도 남성과 똑같은 성욕이 있다는 것. 그래서 성욕을 분출하는 데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윤하나 교수는 “전체 비율로 봤을 때 남성은 15% 정도 성기능 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은 남성보다 더욱 심합니다. 현재 여성의 30% 이상, 전체 3분의 1 이상이 성기능 장애를 갖고 있고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 환자들은 쉽게 병원을 찾지 않습니다. 병원에 오는 것 자체가 그들에겐 곧 용기죠.”라고 말한다.
여성의 성 바로알기
▶남성은 누드에 약하고, 여성은 무드에 약하다?
농담처럼 내뱉는 이 말은 꽤나 의미심장한 말이다. 남성과는 달리 여성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복잡한 감정을 갖고 있다. 분위기와 감정이 모두 맞아 떨어졌을 때 비로소 성관계를 할 준비가 된 것이다. 서로 사랑하고 신뢰하는 파트너라면 이러한 복합적인 환경에 각별히 신경 쓰도록!
▶여성은 성적 쾌감을 잘 못 느낀다?
결론부터 말하면 여성도 남성과 똑같다. 다만 남성보다 쾌감을 느끼는 시간이 다소 느려서 남성이 절정에 도달했다 해도, 여성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사정 후 ‘사랑의 애무’를 통해 못다한(?) 쾌감을 자극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
▶여성은 30대 이후부터 성에 눈을 뜬다?
여성의 몸은 ‘개발지’와도 같다. 개발하면 할수록 발전하는 것과 똑같은 원리. 30대 이후에는 결혼을 하고 신체적, 심리적, 경제적인 안정궤도에 오른 상태. 좋아하는 체위도 생기고, 어떻게 하면 쾌감이 극대화 되는지 깨닫는다는 말씀!
▶정력에 좋은 음식은 남자만 먹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가부장적 문화의 부산물이다. 사람의 몸은 다 똑같다. 남성의 정력에 좋은 음식은 여성에게도 좋다. 몸에 좋은 음식은 같이 먹어라. 성생활은 혼자가 아니라 둘이 함께 하는 것이 아니던가!
▶여성 비아그라는 없나?
아직까지는 없다. 남성의 경우 남성호르몬이 부족하면 투여하고, 발기부전이면 발기를 촉진시키는 약을 먹는 등의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여성은 복합적인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남성만큼의 효과를 볼 순 없다.
오르가즘 장애, 스스로 깨닫는 게 중요!
오르가즘이란 쉽게 말해 ‘쾌감이나 흥분의 절정에 다다르는 것’이다. 물론 오르가즘은 질에 페니스를 삽입해서 느낄 수도 있고, 애무를 통해 느낄 수도 있고, 그 외, 다른 자극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오르가즘 장애를 판단하는 일은 개인이 느끼는 것이 가장 크다.
윤하나 교수는 “오르가즘 장애는 파트너에게 만족하지 못했을 때, 자신이 쾌감을 느끼는 체위나 성감대에 충분한 자극을 받지 못했을 때, 사고나 수술로 인해 신경전달에 이상이 생겼을 때 나타납니다. 물론 몸은 흥분에 자연스레 반응을 하는데 마음이 안 따라 주는 경우도 오르가즘 장애라 할 수 있습니다.”고 말한다.
오르가즘 장애를 검사하는 방법은 신경감각이 정상인지를 체크하는 것이다. 진동기를 대고 ‘얼마만큼 둔한가? 얼마만큼 민감한 부분까지 느낄 수 있나? 얼마나 약한 진동까지 느낄 수 있나?’를 체크하고 혈액순환이 잘 되는지도 검사한다. 또 평상시의 상태와 자극을 줬을 때의 상태 변화를 알아본다. 그 변화가 정상적인 범위에 있는지 그 이하인지를 체크해 몸이 반응하는 정도를 파악한다.
이러한 검사를 통해 몸이 반응하는 정도를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 이유인즉슨, 오르가즘의 영향을 간접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의 반응은 전혀 문제가 없는데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한다면 정신적·심리적인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럴 때에는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TIP. 혹시 나도? 오르가즘 장애 자가진단법
1. 자신의 성감대가 어딘지 잘 모른다.
2. 애무나 성교 시에도 흥분이 잘 되지 않는다.
3. 성생활 파트너가 불만족스럽다.
4. 흥분을 해도 극한의 쾌감을 느껴본 적이 없다.
5. 성추행이나 성폭력과 같이 성에 대한 안 좋은 경험이 있다.
6.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성생활 자체에 흥미를 잃는다.
7. 성교 때는 오르가즘을 못 느끼고, 자위행위로만 오르가즘을 느낀다.
8. 자위행위를 할 때에도 오르가즘을 전혀 못 느낀다.
9. 사고나 수술 등으로 인해 신경전달 기능에 문제가 있다.
10. 밤마다 성생활 자체가 두렵고 싫어진다.
※위의 항목 중 3개 이상만 돼도 오르가즘 장애를 의심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