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지영아 기자】
【도움말 | 백병원 이비인후과 유영삼 교수】
대부분 사람들은 목소리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특별한 원인 없이 쉰 목소리가 지속된다면 후두암을 의심해봐야 한다. 초기증상을 방치하면 암이 점차 진행돼 호흡곤란뿐 아니라 목소리, 심지어 목숨까지 잃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서운 병 ‘후두암’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후두암은 60세 이상의 연령에서 그 발생이 절정에 이르며 남성에게서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특징이다. 후두암의 주요 위험인자는 담배와 술로 후두암에 걸린 환자의 흡연율은 90% 이상이다.
또한 알코올도 후두암의 발암을 촉진하는데, 특히 성대가 있는 부분인 성문상에 발생하는 암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쉰 목소리 3주 이상 지속되면 ‘의심’
백병원 이비인후과 유영삼 교수는 “후두암을 부위별로 보면 성문(성대)에 발생하는 암이 대부분입니다. 후두의 내면과 기관은 가는 털이 나있는 상피로 덮여 있지만, 성대만은 매끄러운 편평상피로 덮여 있습니다. 이곳에 담배나 술 등 계속적인 자극이 주어지면 상피의 재생빈도가 증가해 재생시의 유전자 이상이 암 발생을 초래합니다.”라고 설명한다.
후두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성문암은 거의 모든 환자에게서 목이 쉬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때 목소리는 잡음이 들어간 것처럼 거칠고 투박한 상태가 된다.
따라서 3주 이상 목이 쉬어 있는 경우는 빨리 전문의에게 진찰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암이 진행되면 목은 더 심하게 쉬며 성문이 좁아지기 때문에 숨쉬기가 힘들어지는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동시에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고 가래에 혈액이 섞여 나오기도 한다.
☞후두암 초기증상
▶ 한 달 이상 목이 쉰다.
▶ 목에 이물감이 느껴진다.
▶ 가래에 혈액이 섞여 나온다.
▶ 호흡곤란 증세가 있다.
금연·금주는 필수!
후두암도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조기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후두암 전체의 치료율은 약 70%로 두경부암 중에서도 높은 치료율을 보인다.
유 교수는 “조기에 발견하면 목소리를 잃지 않으면서 치료할 수 있지만 진행됐을 경우 후두 전부를 제거하는 후두전적출술이 실시되므로 음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조기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특히 후두암은 그 원인이 분명한 만큼 예방이 절대적으로 가능한 질병이다. 비흡연자에서의 발병률이 전체 후두암의 5% 이하에 불과하므로 무엇보다도 금연하는 것이 첫째다. 음주 역시 흡연과 상승작용을 하므로 흡연 다음으로 위험한 후두암의 발현인자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간접흡연에 노출된 환자도 담배연기를 흡입해 흡연자와 마찬가지로 후두암의 위험성이 증가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후두암 예방수칙
▶ 금연한다.
▶ 금주한다.
▶ 간접흡연도 주의한다.
후두암을 이겨낸 유경효 씨의 체험담
“성대수술 후 술·담배 끊고 제2의 인생 살아요”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경찰들을 상대로 5년 정도 강의를 하고 다녔던 유경효 씨(71)는 언제부턴가 목이 조금씩 쉬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목이 조금 따끔거리고 침을 삼킬 때마다 목에 뭔가 걸려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냥 넘기곤 했다.
“평소 술과 담배를 즐겨하고 강의를 다니면서 성대를 많이 써서 쉰 목소리가 난다고 생각했습니다. 목이 가끔 따끔거렸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좀 쉬면 나아질 거라고 믿었죠.”
하지만 쉰 목소리와 목의 통증은 점점 심해져갔다. 설마 하는 마음에 찾은 종합병원에서 그는 결국 후두암 말기라는 상상할 수도 없는 진단결과를 받았다.
수술을 성공적으로 하더라도 성대를 완전히 절제해야 하므로 음성을 잃게 된다는 말에 유경효 씨는 다시 한 번 절망했다. 가족들에게 줄 장례 절차를 담은 유서까지 쓰고 수술대에 오른 그는 다행히 큰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일상생활로 돌아올 수 있었다.
“수술은 무사히 마쳤으나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어서 답답했습니다. 정말 자살까지 생각한 적도 있었죠. 하지만 저를 극진히 보살펴 준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계속 소리를 내려고 애썼지요. 소리가 조금 나기 시작할 때부터는 독학으로 식도발성법을 익혀서 말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수술 후 소리를 조금씩 낼 수 있게 된 유경효 씨는 부인과 함께 식도발성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시간만 나면 그는 떠듬떠듬 신문이나 책을 읽고 아내는 그의 발음을 교정해 주었다.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자 말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했습니다. 집사람이 옆에서 많이 도와줘서 1년 후에는 다른 사람들과 대화가 가능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후두암 말기 수술 후 말이 가능한 사람은 거의 없다는데 저는 기적같은 일이라고 하더군요.”
후두암 수술을 받고 말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감에 빠져 있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식도발성법을 연습해 대화가 가능하게 된 유경효 씨.
그는 수술 후에는 담배와 술은 절대 입에 대지 않으며 작은 농장을 소일거리로 가꾸며 맑은 공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한때 자살까지 결심했지만 긍정적인 삶의 자세로 다시 목소리를 찾은 유경효 씨는 “일반 사람들의 음성처럼 정확하진 않지만 스스로 말을 한다는 것은 음성을 잃을 뻔한 저에게 너무 큰 행복입니다. 말을 못한다고 움츠려 있으면 상황은 더욱 나빠집니다. 매사에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생각을 가지고 실천하면 안 되는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