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
규칙적인 검진을 받던 73세 여성이 최근 불면증으로 고생한다고 했다. 최근 가까운 친척이 과거에 빌려간 돈을 수년간 갚지 않고 있는데, 그래도 잘 지내려고 여러 번 함께 식사도 하면서 지냈다. 그런데 요즘에는 자신이 사주겠다고 만나자고 해도 자꾸 피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자신을 경제적으로만 이용하려고 하는 것 같아 사람에 대한 믿음이 깨져 마음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자면, 우선 나와 사고방식이나 행동 방식이 다른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주 되새기는 것이 도움이 된다. 사실 여러 번 신세를 지거나 도움을 받고도 나 몰라라 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사실상 마음이 편할까? 옛말에 “도둑맞은 사람은 발 뻗고 자지만, 도둑질 한 사람은 편히 못 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는 오히려 손해를 입은 사람보다는 의도적으로 손해를 입힌 사람이 더 마음이 불편하다는 뜻일 것이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상대편에게 손해를 입힐 의도가 없었는데, 안 좋은 일을 하게 될 때도 있어, 이때는 오히려 불편한 마음에 피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역으로 뒤집어 보면, 어찌되었건 손해를 입은 사람은 손해 입을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럴 때는 내가 베풀 수 있는 입장에 있다는 사실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이 마음의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의 언행은 주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이런 경험은 앞으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더 적절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공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스스로 베풀었다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환자 입장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세상의 모든 일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좋은 면과 안 좋은 면을 함께 가지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좀 더 밝은 면을 보도록 노력하면 희망과 함께 해결의 길도 보이고 건강을 잃는 법도 없겠지만, 부정적인 면만 보게 되면 문제를 해결하기도 어렵고 건강도 잃게 되기 쉽다.
세상 모든 일은 어떤 순간에도 상황을 보는 시각에 따라 나에게 유리하게도 불리하게도 생각할 수 있다. 이해관계와 금전적인 득실은 후에 얼마든지 새롭게 변화시킬 수도 있겠지만, 건강은 잃으면 다시 되찾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 꼭 기억했으면 한다.
박민선 교수는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로 비만, 피로, 건강노화 전문의다.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 학술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활발한 방송활동으로 일반인들에게 친숙하며, 주요 저서는 <건강 100세 따라잡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