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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과 이브사이] 이혼해! vs 이혼 안 해! 동상이몽 해결법

2018년 08월 건강다이제스트 행운호 92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서울가정문제상담소 김미영 소장】

흔히 이혼을 극단적인 선택이라고 한다. 이 극단적인 용기는 기억과 경험에서 나온다. 서로 안 맞는다고 확신했던 기억, 배우자와 싸우고 화냈던 경험이 쌓이면 결혼생활 유지와 이혼 중에 자신에게 더 유리한 것을 찾게 된다. 그 결과 이혼이 자신에게 유리하고 유리한 삶을 새로 찾을 용기가 있다면 배우자에게 이혼을 선포한다. 예상되는 배우자의 반응은 두 가지다. ‘좋아, 이혼해!’와 ‘난 이혼 못 해!’

만약 한쪽은 이혼을 요구하고 한쪽은 이혼하지 않겠다고 하면 이때는 꼭 이혼이 최선인지 돌아보자. 끝까지 가는 것을 막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배우자의 이혼 발언은 부부를 더 단단하게 할 성장통일지도 모른다. 이혼을 둘러싼 동상이몽을 해결하고 새출발하는 법을 알아본다.

#장면 하나. 화가 나지만 붙잡고 싶은 아내

가슴에 불이 붙은 듯 화가 치밀었다. 화가 좀 식으면 억울함이 솟구쳐 올랐다. 해경(가명) 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남편이 이해되지 않았다. 아이가 대학생이 되었으니 남편과 더 재밌게 살아보려고 했다. 그런데 이혼이라니! 결혼한 지 22년이 됐지만 남편은 그동안 별 불만 없이 살았다. 갑자기 이혼할 이유는 한 가지밖에 없다. 분명 바람이다. 자존심이 상하지만 바람부터 끝내야 했다. 남편을 추궁했다. 그런데 충격적이다. 말 잘 듣던 순둥이 남편이 대화를 거부했다. 이혼한다고 하면 해경 씨의 이야기를 들어주겠다고 차갑게 돌아섰다.

#장면 둘. 20년 넘게 참다 폭발한 남편

가슴에 불이 붙은 듯 화가 치밀었다. 철중(가명) 씨에게 아내는 늘 그런 식이었다. 아이 앞에서도, 부모님 앞에서도, 심지어 자신의 직장동료 앞에서도. 언제나 자신을 철저히 무시했다. 대놓고 자존심을 깔아뭉갰다. 아내의 말대로 하면 안 될 일도 척척 풀릴 거라 으스대며 대장 노릇을 했다.

실제로 아내의 사업은 술술 풀렸고 날로 승승장구했다. 그럴수록 아내가 싫고 부담스러웠다. 집보다 밖이 편했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를 보며 갈라서자는 말을 꾹꾹 눌러 담았다. 아이가 대학생이 되고 얼마 안 가 아내에게 말했다. “이혼해!” 아내가 당황했다. 도끼눈을 하고 ‘바람피우는 시시한 남자’로 몰아갔다. 그러면 그렇지. 죽어도 아내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혼자 비참하게 늙을지라도 빨리 이혼 도장을 찍고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다.

이혼을 둘러싼 동상이몽, 왜?

결혼처럼 이혼도 합의가 필요하다. 같이결혼생활을 했는데 한쪽은 계속 살고 싶다고 하고 한쪽은 더는 못 산다고 한다. 왜 그럴까?

서울가정문제상담소 김미영 소장은 “부부 상담을 의뢰하는 이런 부부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배우자의 상처가 깊어져 있다는 것”이라며 “어긋난 애착 유형의 전형적인 구조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어긋난 애착 유형이란 사람과의 친밀감 형성이 어려워서 갈등이 생기면 극복이 어려운 경우다. 애착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유대감을 뜻하는데 친밀한 감정을 느끼고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억제한다.

김미영 소장은 “가부장·가모장 같은 왜곡된 부부 권력, 밀어내고 방어하고 공격하는 잘못된 대화 패턴, 고부갈등·장서갈등, 폭력·중독·경제관 차이·양육관 차이 등에서 문제가 시작되는 일이 흔하다.”고 말한다.

이밖에도 다툼의 원인을 배우자에 돌리는 무개념 방어기제,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상대에게는 엄격한 이중잣대, 정서적 불안이 있어 스트레스에 취약한 성격 등이 배우자를 끊임없이 괴롭혀 이혼을 요구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혼해! vs 이혼 못 해! 진짜 속사정

이혼만이 답이라는 배우자는 상처가 깊어서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상태다. 이혼하는 것이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보다 자신에게도, 자녀에게도 유익하다고 여긴다. 대체로 폭력, 알코올 중독, 외도, 빚, 본가와의 지나친 유착 등이 이혼 사유다. 변화도 없고 미래도 없는 결혼생활을 빨리 청산하고 새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에 이혼을 밀어붙인다.

반대로 상대방이 사랑은 끝났음을 알리고 이혼하자는데 왜 붙잡는 걸까? 아직 사랑해서일까? 김미영 소장은 “이 경우는 보통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되돌리고 싶다는 희망적인 이유도 있지만 심리적이나 경제적으로 의지할 사람이 없어지는 두려움, 주위의 편견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불안함, 가족이란 덩어리로부터 분리되는 외로움을 거부하는 등의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떠난 마음 되돌려 행복해지는 노하우

이혼하고 더 행복해진다면 이혼하는 것이 맞다. 반면 서로가 노력해서 해결될 문제라면 오히려 ‘이혼 선포’가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될 계기가 될 수 있다. 김미영 소장은 한쪽은 이혼을 원하고 한쪽은 이혼을 원하지 않을 경우 함께 노력해 이혼에 이르지 않을 방법을 소개한다.

노력한 다음에 해도 늦지 않는 이혼! 이혼 원하는 배우자는…이렇게!

1. 이성을 되찾는다. 감정적으로 이혼을 하려고 하지는 않는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이혼은 도피가 아닌 더 행복해지려고 하는 선택임을 고려해야 한다.

2. 반성하는 사람 기회 하나 더 준다. 배우자가 진심으로 반성한다면 사과를 받아주고 문제가 재발하지 않는지 관찰하며 지내본다.

3. 자녀의 마음도 헤아린다. 이혼 후가 이혼 전보다 더 행복할 것인지 자신의 입장과 자녀의 입장을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관계 회복에 올인! 이혼 원하지 않는다면… 이렇게!

1. 진정한 사과가 우선이다. 배우자와의 대화를 통해 상처 주고 아프게 한 일을 먼저 사과한다.

2. 다시 태어난다는 각오 정도는 필요하다. 상대에게 이혼은 취소가 아닌 보류다. 사과 후에는 배우자가 이혼을 결심하게 만든 잘못된 행동이나 말을 하지 않는다.

3. 배우자의 욕구와 감정을 존중한다. 배우자의 상처가 회복될 때까지 배우자가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그것을 채워주려고 노력한다.

4. 배우자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 대화패턴, 생활방식, 잘못된 습관 등 배우자가 원하지 않을 것 같은 행동까지 삼간다.

김미영 소장은 “사람은 누구나 아픈 만큼 성숙한다.”며 “지금 안 것을 그때도 알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종종 후회한다.”고 말한다. 살면서 늘 바른 판단만 하는 것도 아니다. 30대 때는 그 선택이 최선이라고 여겼지만 40대가 되고 50대가 되면 잘못된 판단이라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

노력해보고 이혼해도 늦지 않다. 이혼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이혼하지 않을 방법을 찾지 않고 섣불리 이혼하는 것은 문제다. 감정적 이혼의 경우 가정공동체의 해체로 자녀의 행복권을 뺏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내 감정이 중요하다고 아버지 또는 어머니와 함께 살지 못하는 자녀의 감정은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부부는 자각과 노력으로 성숙하는 동반성장 관계다. 김미영 소장은 “사람의 기질은 안 바뀌지만 사람의 행동, 태도, 패턴, 습성, 관념 등은 인식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갈등 해결이 쉽지 않다면 부부 상담 등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김미영 소장은 부부갈등, 가족갈등 상담전문가다. 심리상담사, 사회복지사, 법학사이며 서울동부지방법원 이혼상담위원, 한국가족복지학회 상임이사, 여성가족부전문강사연합회 상임대표, KBS·MBC·SBS 상담자문의원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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