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금연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폐암을 예방하세요!”
건강을 챙겨야겠다고 느끼는 순간은 주로 아팠을 때다. 특별히 아픈 데가 없으면 열심히 사느라 건강은 뒷전이다. 여기 열심히 살수록 건강하기를 강요(?)받는 의사가 있다. 삼성서울병원 흉부외과 최용수 교수다. 건강을 바라는 사람은 최용수 교수에게 폐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다. 인사치레가 아닌 그의 건강을 진심으로 바란다. 오래도록 건강해서 자신처럼 아픈 사람에게 희망이 되어달라는 거다. 이것보다 더 확실한 좋은 의사라는 보증이 있을까? 이것보다 의사로서 기가 팍팍 사는 이유가 있을까? 생사의 갈림길에 선 폐암 환자에게 제2의 산소가 되어주는 의사 최용수 교수를 만나 폐암 예방법을 들어봤다.
3D 흉강경 수술 권위자
폐암은 사망률로 악명 높은 암이다. 우리나라 암 사망률 1위가 폐암이다. 1기 폐암일 때 수술해도 5년 생존율이 70% 정도다. 그래서 폐암은 유독 두려운 암으로 꼽힌다.
폐암 중에서도 가장 발생 빈도가 높은 폐선암은 폐 말초 부위에 잘 생기는데 주로 수술로 치료한다. 최용수 교수는 폐선암 흉강경 수술의 권위자다. 흉강경 수술은 가슴 전체를 열어야 하는 개흉술보다 통증이 덜하고 회복이 빠르지만 난이도가 훨씬 높은 수술이다. 최용수 교수는 여기서 더 나아가 3년 전부터 3D 흉강경 수술을 하고 있다. 3D 흉강경의 최대 장점은 선명하고 정확한 시야 확보다. 어질어질한 3D 화면에 적응하기까지 오래 걸렸지만 환자에게 더 좋은 수술이라고 확신한 이상 열심히 수술법을 익혀 나갔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900례가 넘는 3D 흉강경 수술을 했다.
“로봇 수술의 장점 중 하나가 3D 카메라인데 그 장점을 누리면서 환자 바로 옆에서 수술하는 것이 바로 3D 흉강경 수술입니다.”
폐암 생존율을 높일 치료법은 날로 발전해가고 있지만 폐암은 초기에 거의 증상이 없어 심각한 상태가 되어서야 진단받는 사람이 많다. 폐암 증상이 나타나려면 혹이 크거나 기관지를 침범해야 하는데 요즘 늘어나고 있는 폐선암은 말초 부위에서 발생해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 다행히 올해에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폐암은 단순 엑스선 검사로는 진단이 어렵고 흉부 CT를 찍어야 하는데 올해 7월부터 국가암검진에 2년마다 저선량 흉부 CT 폐암 검진이 추가됩니다. 검진 대상은 만 54~74세 남녀 중 30갑년(하루에 피우는 담뱃갑 수×흡연한 연수) 이상의 흡연력이 있는 흡연자입니다. 검진 대상자는 반드시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검사 비용도 부담 없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검사 비용은 1인당 약 11만 원이지만 이 중 10%만 본인 부담이고 나머지 90%는 건강보험 급여로 지급된다.
가장 확실한 폐암 예방법은 ‘금연’
국가검진 대상자에서 알 수 있듯 흡연은 폐암의 가장 큰 발병요인이다. 폐암을 예방하고 싶다면 당장 담배를 끊어야 한다. 줄이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금연을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간접흡연도 주의해야 한다.
담배 연기에 이어 앞으로 폐를 두고두고 괴롭힐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미세먼지다. 미세먼지 예보에 관심을 두고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황사마스크 착용이 필수다.
“이밖에도 폐암을 예방하려면 균형 있는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이 중요합니다. 특히 검증되지 않은 암에 좋다는 식품을 먹는 데 돈과 시간을 투자할 것이 아니라 하루 1시간씩 꾸준히 운동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최용수 교수는 진료실을 찾는 환자에게 운동할 것을 늘 강조한다. 단순히 운동하라는 말에서 끝나지 않고 구체적으로 어떤 운동이 좋은지 설명해준다. 계단 오르기는 최용수 교수가 강력히 추천하는 운동이다.
최용수 교수 역시 운동을 자주 한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일주일에 3번은 꼭 1시간씩 병원에 있는 피트니스센터에서 체지방을 줄이는 근력운동 위주로 운동한다.
바쁜 시간을 쪼개 피트니스센터로 가는 발걸음에는 더 좋은 의사가 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 수술을 잘하고 진료를 성의 있게 보려면 건강은 필수라고 여겨서다. 마음관리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평소 좋아하는 영화와 책, 그리고 음악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해 복잡한 머리로 진료실이나 수술실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애쓴다.
절망을 안심으로 바꾸는 의사
오랫동안 폐암 환자와 함께 울고 웃어온 최용수 교수는 병원에서 인기 의사로 통한다.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환자와 보호자를 가족이나 지인처럼 대한다.
“저를 찾아오시는 분들은 암이라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으로 마주한 분들입니다. 그분들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역할을 조금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공감하고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암이라는 청천벽력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심정을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는 것, 이해가 될 때까지 차분하게 여러 번 설명하는 것은 최용수 교수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소통이다. 환자의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어 숨은 병과 최상의 치료법을 찾을 때가 많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최용수 교수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환자의 메시지를 보면 설명을 잘해준다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설명을 잘하는 최용수 교수가 말문이 막히는 순간도 있다. 수술했는데 재발한 환자다. 그 말을 꺼내는 게 가장 쉽지 않다. 최용수 교수도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인데 당사자는 오죽할지 마음이 쓰인다. 이럴 때는 그동안 쌓은 신뢰가 빛을 발한다. 떨어지지 않는 입으로 차분하게 설명하고 이후의 대책을 함께 세운다. 암이 재발했다고 말하는 의사에게 감사하다며 인사하고 나갈 환자는 몇이나 될까? 최용수 교수의 진료실에서는 이런 장면이 흔하게 벌어진다.
한편, 한없이 따뜻했던 최용수 교수가 냉정하게 수술을 거부하는 환자가 있다. 폐암 수술을 앞두고도 담배를 끊지 못한 환자다. 담배를 피우면 수술해도 기관지 섬모운동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가래 배출이 안 되고 폐렴이 잘 생긴다. 수술 후에 재발도 잘 된다.
최용수 교수는 담배를 피운다면 단호하게 예약된 수술을 연기한다. 수술하려고 입원했어도 예외는 아니다. 최소한 4주 금연을 해야 수술한다. 담배에 관해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수술실을 벗어나지 못하는 외과의사의 바람
최용수 교수는 후배와 제자에게 쉴 때는 일 생각하지 말고 푹 쉬라는 조언을 한다. 하지만 정작 최용수 교수 본인은 그렇게 살지 못한다. 어려운 수술을 앞둔 날에는 어김없이 수술실에서 수술하는 꿈을 꾼다. 걱정했던 것보다 수술이 잘 된 것을 확인하고 퇴근했어도 마음은 자꾸 병원에 가 있다.
최용수 교수는 특히 수술 후 합병증 최소화와 사망률 최소화에 신경 쓴다. 환자에게는 한없이 따뜻했던 눈매가 날카롭게 빛나는 유일한 곳이 수술실이다. 최용수 교수가 들어간 수술실에서는 비교적 쉬운 수술, 어려운 수술 구분 없이 늘 긴장감이 흐른다. 매 수술마다 암이라는 공포에 갇혀 떨다가 자신을 찾아온 환자를 생각하며 모든 집중력과 기술 그리고 에너지를 쏟아 붓는다.
“비행기 사고 확률보다 수술 후 사망률을 낮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제가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노력이라고 봅니다.”
자신이 수술실에서 만든 희망의 데이터가 더 많은 폐암 환자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하는 최용수 교수! 오늘도 그는 수술실 앞에서 책임감과 열정이 차곡차곡 쌓인 어깨를 작게 들썩이며 길게 호흡을 가다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