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허미숙 기자】
【도움말 | 한남대 식품영양학과 이미숙 교수】
장수하는 사람들은 뭘 먹지?
얼마 전 한 대형 프로젝트가 세상 사람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른바 ?한국의 백세인 조사단’의 발족이 바로 그것이었다.
서울대 산하 체력과학노화연구소와 조선일보가 공동으로 기획한 이 조사에서는 흥미로운 사실이 속속 발표됐다. 우리나라 백세인의 장수 비결이 다각적으로 조명됐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끌었던 것은 ?도대체 우리나라 백세인은 무얼 먹을까’ 하는 문제였다. 이 조사단에서 식생활 부분 연구진으로 참여했던 한남대 식품영양학과 이미숙 교수로부터 그 해답을 들어본다.
들어가기 전에!
과연 우리나라 장수자들이 무엇을 좋아할까 하는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어떤 사람은 육식을 금하고 채식을 하라고 권하기도 하고 또다른 사람은 육식을 끊으면 안 된다며 반기를 드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렇듯 저마다의 이론과 경험에 묶인 정보를 쏟아내는 바람에 마땅한 기준이 없었던 것이 엄연한 현실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루어진 한국의 백세인 조사단은 전국의 100세 장수자 150여 명을 직접 면담하여 과학적, 실증적으로 한국인의 장수법칙을 밝혀내 관심을 모았다.
이 조사단에 참가한 연구진들 가운데 식생활 분야를 담당했던 한남대 이미숙 교수는 ?한국 노화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우리나라 장수인의 식생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자는 우리나라의 장수 벨트지역으로 밝혀진 담양, 곡성, 구례, 순창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90세 이상의 장수인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이 가운데 남자는 26명, 여자는 65명으로 총 91명을 대상으로 어떤 식습관을 갖고 있는지, 좋아하는 식품군은 무엇인지, 또 어떤 식품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등을 다각적으로 연구하여 흥미로운 결론을 세상에 내놓았다.
자, 그럼 직접 면담을 통해 밝혀진 우리나라 초장수자들의 식생활 비결을 이미숙 교수의 도움말로 한 번 들여다보자.
▶조사지역: 우리나라 장수벨트지역(담양, 곡성, 구례, 순창)에 거주하는 사람
▶인원: 90세 이상의 남녀 91명 (남자: 26명, 여자 65명)
▶평균 연령: 96.5세
▶학력은 80% 이상이 무학
▶80% 이상이 가족과 함께 살고 있음
장수인들의 건강습관은 특별하다?
장수벨트 지역에 사는 장수인들이라고 해서 어떤 특별한 건강습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는 게 이미숙 교수의 설명이다.
모두들 알고 있고 또 실천하기 쉬운 것들이어서 어떤 특별한 것을 기대했다면 실망스러운 결론이었을 것이라고 털어놓는다.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번 조사 대상자 중 자신이 건강하다고 여기는 대상자는 약 66% 였고, 보약이나 영양제, 건강식품 등의 섭취자는 33%에 불과했다.
▶흡연자는 대상자의 21% 정도였는데 평균 1일 흡연량은 13개피였다.
▶음주자는 26%에 불과했으며 하루 1회 이하 음주자가 82%였다. 여기서 말하는 1회 음류량은 소주잔 1잔 이하를 말하는 것이다.
▶틀니는 대부분이 없었으며 치아 때문에 음식 섭취가 불편한 대상자는 48% 정도였다.
▶수면 시간은 73% 정도가 9시간 이상이었다.
▶식사 시간은 대부분 20분 내외였다.
이상과 같이 우리나라 장수인들은 흡연과 음주를 절제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이 교수는 전한다.
장수인들의 식습관은 어떠할까?
식습관의 문제는 아직도 많은 논란 속에 휩싸여 있다. 두 끼를 먹으라는 사람, 혹은 세 끼를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사람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두 끼를 먹어야 하나, 아니면 세 끼를 다 먹는 것이 좋은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데 이번 조사 결과에 의하면 장수자들은 대부분 확실한 몇 가지 식습관을 고수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게 이 교수의 귀띔이다.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조사 대상자 중 91%가
규칙적인 식사를 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대부분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만 먹는다.”고 답변했고 ?이것이 건강을 지키는 장수의 비결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이다.
일례로 새벽 4~5시에 일어나 6시에 아침 식사를 하고 점심은 12시에 먹으며 저녁은 오후 6시를 넘기지 않는다는 식의 규칙적인 식사패턴을 지키는 경우가 많았다는 전언이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자신에게 맞는 식사 리듬과 패턴을 알아내어 규칙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이 교수는 말한다.
특히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습관을 들이면 과식이나 폭식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몸이 요구하는 양만을 섭취할 수 있고, 또 편식을 하지 않음으로써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최대한 섭취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덧붙인다.
따라서 규칙적인 식습관은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효과적으로 섭취하면서도 신체에 무리를 주지 않는 매우 좋은 방법이라는 게 이 교수의 결론이다.
조사 대상자 중 94%가
하루 세 끼 식사를 했다.
이번 조사 대상자들은 대부분 하루 세 끼 밥을 최고의 보약으로 여겼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아마도 경제적으로 궁핍했던 시기를 거쳐온 사람들이어서 가리는 반찬없이 하루 세 끼 식사에 충실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식사 형태에서 매 끼니마다 밥과 국, 그리고 반찬이 있는 식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난 점은 다소 이채로운 결과라 할 것입니다.”
즉 장수벨트 지역의 장수인들은 특별히 음식이나 반찬을 가리지는 않지만 밥과 함께 반찬, 국이나 찌개가 골고루 갖추어진 식사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조사 대상자 중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사람이 79%였다.
장수벨트 지역의 장수인들은 규칙적인 식사를 하고 하루 세 끼 식사를 하는 것 외에 한 가지 특이한 사항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것은 장수자들 가운데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에 대해서 이 교수는 “아마도 혼자서 식사를 하게 되면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것보다 균형잡힌 식사를 하기가 어렵고 식사 시간이나 식사량이 불규칙해질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 교수에 따르면 “식사를 할 때 영양소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가족과 함께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야말로 최고로 값진 영양소라는 주장이다.
이외에 식욕이 좋고(82%), 식사가 즐거운 대상자가 많았다(81%)는 것도 장수인들의 중요한 식습관으로 조사됐다고 이 교수는 덧붙인다.
장수인들이 좋아하는
베스트 식품군 5가지
식생활은 장수를 위한 기초공사라고 볼 때 장수벨트 지역의 장수인들이 좋아하는 식품군이 무엇일까 하는 것은 결코 소홀히 다룰 수 없는 문제일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에 의하면 장수인들이 좋아하는 식품군은 비교적 뚜렷한 선호도를 나타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조사 대상자 중 95% 이상이 과일류를 좋아했다.
▶조사 대상자 중 94% 이상이 두류를 좋아했다.
▶조사 대상자 중 93% 이상이 버섯류를 좋아했다.
▶조사 대상자 중 92% 이상이 채소류를 좋아했다.
그런 반면 우유나 유제품, 육류, 난류 등 동물성 지방은 싫어하는 비율이 높았다고 이 교수는 덧붙인다.
이렇듯 장수인들이 좋아하는 식품군은 과일류, 두류, 버섯류, 채소류의 순이라고 결론 지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섭취량은 채소류, 과일류, 두류(특히 된장), 버섯류의 순이었다.
이 같은 결론에 대해 이미숙 교수는 ?식품영양학적 관점에서 볼 때도 이들 식품은 모두 장수식품으로 손꼽히는 것들”이라고 밝히고 ?이들 식품군에는 비교적 비타민과 무기질 뿐만 아니라 항산화물질 등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인체의 노화를 막아주는 작용을 한다는 점도 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수인들이 좋아하는 음식 &
싫어하는 음식
우리가 매일매일 먹는 음식이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실제로 음식은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다. 사람은 음식을 통해 사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제공받는다. 그것은 곧 삶의 원동력이 되어 인간의 생명을 유지시킨다.
그래서 음식은 곧 생명이다. 우리 몸의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이렇듯 중요한 것이 음식이다보니 어떤 것을 먹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은 뜨겁다. 실제로 어떤 음식이 몸에 좋다고 소문이라도 날라치면 슈퍼의 식품 진열장에서는 하루 아침에 동이 난다.
음식이 건강하게 사는 것과도 연관이 깊고 또 오래오래 장수하는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고 여기는 탓이리라.
그런 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 장수벨트 지역에 사는 장수인들은 과연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또 어떤 음식을 싫어하는가 하는 문제는 만인의 궁금증일 것이다.
이 궁금증에 대해 이미숙 교수는 ?결론은 지극히 평범했다.”는 말로 대신한다.
어떤 특정한 음식은 없었다는 귀띔이다. 장수의 비결이 지극히 평범하고 전통적인 음식을 평생동안 먹어온 결과라는 것이다.
이는 그 만큼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한식이 건강에 좋은 식단임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이며, 또 서구식을 무조건 따라가는 요즘 젊은 세대들이 귀담아 듣고 실천해야 할 과제라고 이 교수는 덧붙인다.
이번 조사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장수인들이 좋아하는 베스트 음식>
▶조사 대상자 중 98% 이상이 밥류를 꼽았다.
▶조사 대상자 중 95% 이상이 나물류를 꼽았다.
▶조사 대상자 중 94% 이상이 조림류를 꼽았다.
▶조사 대상자 중 92% 이상이 생채와 무침류를 꼽았다.
▶조사 대상자 중 91% 이상이 국이나 탕류, 찜류, 구이류를 꼽았다.
<장수인들이 싫어하는 베스트 음식>
▶조사 대상자 중 43% 정도가 죽과 스프류를 꼽았다.
▶조사 대상자 중 36% 정도가 장아찌류를 꼽았다.
▶조사 대상자 중 34% 정도가 젓갈류를 꼽았다.
▶조사 대상자 중 28% 정도가 튀김류를 꼽았다.
이렇듯 장수인들이라고 해서 어떤 특정 음식을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밥과 채소를 중심으로 한 소박한 밥상을 좋아했고 데친 나물을 즐겨 먹는 경향을 보였다는 게 이미숙 교수의 설명이다.
“그런 반면 노인에게 적당한 음식으로 여겨졌던 죽과 스프를 싫어하는 음식으로 꼽은 것은 다소 의외였습니다. 그러나 장아찌류와 젓갈류 등 비교적 짠 음식을 싫어하는 것은 노년기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의 과다 섭취는 고혈압이나 심장병 등의 발생에 어느 정도 관여를 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란다.
이상이 우리나라 장수벨트 지역에 사는 90세 이상 장수인들의 식생활 실태다.
?모두들 흡연과 음주를 절제하고 충분한 활동과 수면을 취하며 채소류, 과일류, 두류, 버섯류 등 식물성 식품군을 좋아하고 육류, 난류 등 동물성 식품군을 적게 먹으면서 규칙적인 세 끼 식사를 함으로써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게 이미숙 교수의 최종 결론이다.
따라서 건강을 지키고 장수하는 식생활의 비결은 결코 먼데 있지 않다. 평범한 진리를 실천하면서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것, 그것이 최고의 장수 비결임을 이번 조사 결과는 입증해주고 있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