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유은정 원장 (유은정의 좋은의원)】
“도대체 내 삶이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무엇을 해도 만족이 없고 하루하루가 너무 피곤해요.”
대기업에 다니는 워킹맘 M에게 과연 무엇이 그리도 부족한 걸까? 어려서부터 눈에 보이는 성공을 위해 열심히 달려왔지만, 지금 너무 불행하다는 M 씨. 마치 달리는 기차에서 당장 뛰어내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얼핏봐도 번아웃증후군으로 보였다. 직장인의 90%가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진 번아웃증후군!
번아웃증후군은 단순히 일에 지친 육체적 스트레스가 아니다. 수면장애, 우울증, 인지능력 저하, 대인기피, 심리적 회피 같은 질병까지 유발한다. 심하면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들을 자신도 모르게 저지르게 된다.
심리검사 결과를 보면 종종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많다. 내 모습 그대로가 아니라 남이 원하는 삶을 살다 보면 어느새 지치기 마련이다.
휴대폰을 충전하듯이 우리의 몸과 마음도 재충전이 필요하다는 사인을 무시하지 말자. 겉으로 보이는 남과 자신에 대한 기대수준에 맞추기 위해 틀에 박힌 생활을 하다 보면 만족은 없고 하루하루 피곤하고 불행해진다. 잠시라도 이 고통을 잊기 위해서 강렬하고 짜릿한 자극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고통을 잊는 일종의 마취제가 필요한 것이다. 일, 운동, 술, 담배, 사랑, 섹스, 쇼핑, 인터넷 중독 등등.
M 역시 자신이 그려놓은 기준에 맞춰 사는 모범생이었지만, 남몰래 이성을 만나면서 외도를 일삼았다.
“내가 이러고 다니는 줄 아무도 모를 거예요. 이젠 떳떳하게 살고 싶어요.”
고백에서 변화에 대한 동기와 의지가 단호해 보였다. 그렇지만 외도를 그만둔다고 해도 계속되는 공허함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그 이야기를 들은 얼마 후 나는 교회에서 진행하는 치유 세미나에 등록했다. 세상에서 경험하지 못한 신령하고 소중한 ‘금은보화‘를 볼 것이라는 기도를 받고 대단한 치유를 경험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2박 3일 세미나에서 마지막까지 ‘금은보화’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기도시간에 나는 기도했다. ‘도대체 말씀하셨던 금은보화는 무엇인가요?’
너무나도 유머러스하게 영어 한 문장으로 간단명료한 답변이 마음을 울려왔다.
‘The precious is YOU.’
“뭐? 금은보화가 나라고?”
이 간단한 기도 속에서 나는 뜻밖에 무너졌다. 치유 세미나에 참석해서도 ‘내가 어떻게 참가자들을 도울 것인가?’ ‘어떤 기적을 볼 것인가?’ ‘진료에 어떻게 적용할까?’라는 생각에만 전념했던 나. 내가 얼마나 일 중심적으로 살아왔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신의 관심은 내가 행하는 일도, 상담도, 힐링도 아닌, ‘나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
그 이후 나는 나를 위한 재충전 시간을 의도적으로 가장 우선순위에 두기 시작했다. 재충전을 통해 일과 개인적 삶의 균형은 덤으로 찾아왔고, 나를 만나는 환자분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줄 수 있었다.
앞으로 저성장시대라고 모두들 힘들어한다. 두려워하지 말고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우리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자. 이제는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부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재충전을 통해 마음의 평안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하루하루 습관을 가져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TIP.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재충전
1. 일이 끝나고 집에 들어가기 전 미니여행하기
잠시 슈퍼에 들러서 장을 보기도 하고,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차 한 잔을 마시기도 하고, 동네 한 바퀴를 멍하게 돌면서 ‘slow time’을 가진다. 내 삶이 마치 ‘컵에 물이 찰랑찰랑 차있듯’ 여유가 없으면 어느새 ‘왈칵!’ 쏟아진다. 행복한 습관, 가정과 일의 조율은 결국 ‘남 탓’에 있지 않다. 이런 작은 일상의 습관들이 일터와 집을 구분지어 준다.
2. 일과에서 도망쳐 나홀로 시간 갖기
일상을 반복하다 보면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다.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시간이 바로 목욕시간이다. 내 몸을 씻겨내면서 스트레칭도 하고 머릿속 부정적인 생각과 불쾌한 감정을 벗겨내자. 로즈향이 나는 거품 목욕을 하다 보면 직장상사의 말 한마디나 아이들의 못마땅한 습관도 별로 중요하지 않게 느껴진다. 하루에 한 번, 욕조에 몸을 담그는 반신욕을 생활습관으로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