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허미숙 기자】
【도움말 | 고도일병원 만성피로클리닉 이동환 원장】
OECD 34개국 가운데 근로시간이 두 번째로 긴 나라!?대한민국 근로자에게 따라붙는 꼬리표다.
그래서일까? 너나할 것이 없이 죽도록 일한다. 일복이 넘쳐나는 사회다. 직장인 10명 중 6명은 일상적으로 야근을 하고, 살려고 일하는데 일하다가 죽을 것 같다며 하소연하는 사람도 많다. 과로가 일상이 되어버린 사회! 그런데 그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백세인생의 삶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돌연사의 원인이 되고 있고, 당뇨나 고혈압, 심장병 등 만성질환을 잉태시키는 싹도 되고 있다. 티 안 나게 숨어 있으면서 알게 모르게 우리 생명을 서서히 갉아먹는 원흉 과로! 그 덫에서 벗어날 해법은 과연 없을까?
PART 1. 배우 유해진의 절규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
우리가 너무 피곤한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일까? 배우 유해진은 이 광고로 2015년 최고의 대세남이 되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말이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사회! 너도나도 피곤해서 못 살겠다고 하소연하는 세상! 어린 아이부터 팔순 노인에 이르기까지 지금 대한민국은 피곤해서 못 살겠다고 난리다. 힘들어서 쉬고 싶다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치열한 경쟁사회가 낳은 비극일 것이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넘어 일해야 하고, 우리 사회는 또 그런 삶을 성공한 삶이라 끊임없이 종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이 화근이 되고 있다. 과로를 조장하는 사회가 우리 건강을 위협하는 복병이 되고 있다.
고도일병원 만성피로클리닉 이동환 원장은 “삶의 부담이 자신의 체력을 넘어서면 우리 몸에 무리를 주게 되는데 그것이 만성적으로 누적되면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PART 2. 과로는 질병의 싹! 왜?
이동환 원장은 “과로가 질병을 일으키는 이유는 우리 몸을 긴장 모드로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우리 몸에는 결코 달갑지 않은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
첫째, 과로를 하면 자율신경이 흐트러지게 된다.
자율신경은 우리 몸속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신경이다. 일례로 운동신경, 감각신경은 손가락을 움직이고 싶을 때 움직인다. 하지만 자율신경은 다르다. 내 마음대로 안 된다. ▶혈관을 확장시키고 수축시킨다든가 ▶위 운동, 장 운동을 빨리 하거나 늦게 하거나 ▶방광에서 소변보는 것을 자극하는 것 등은 모두 자율신경의 몫이다.
이러한 자율신경은 두 갈래 신경이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면서 작동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다. 이 중 ▶교감신경은 흥분시키는 신경이고 ▶부교감신경은 이완시키는 신경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런데 과로를 하고 오랫동안 긴장을 하게 되면 이 두 신경의 균형에도 차질이 빚어진다.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장 움직임부터 위 움직임, 심지어 혈관 수축까지 여러 가지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 그 여파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우리 몸속에 있는 모든 장부의 기능을 떨어뜨리게 된다.
이동환 원장은 “소화불량도 오고, 과민성도 오고, 혈액순환도 잘 안 된다.”며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지면 숱한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다.”고 말한다.?
둘째, 과로를 하면 우리 몸속에 활성산소를 증가시킨다.
활성산소는 스트레스가 심하고 휴식이 없는 삶을 살 때 우리 몸속에서 생겨나는 나쁜 독소다. 그런데 문제는 활성산소가 우리 몸에 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는 데 있다. 우리 몸 구석구석을 산화시키면서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원흉이 된다.
특히 혈관을 막히게 하는 콜레스테롤이 활성산소와 만나게 되면 콜레스테롤이 산화되면서 혈관벽에 잘 끼거나 염증을 일으키게 된다. 동맥경화의 시작인 셈이다.
이동환 원장은 “혈관의 건강을 위해서도 활성산소가 적게 생성되도록 해야 한다.”며 “과로한 삶을 살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우리 몸의 총체적인 건강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셋째, 과로를 하면 신경독소가 생긴다.
휴식 없이 과로한 삶을 살게 되면 대사활동에 따른 찌꺼기들이 나오게 된다. 이러한 찌꺼기에는 신경독소도 있다.
이것은 충분한 수면이나 휴식을 취하면 자정작용이 일어나게 되면서 제거된다. 그런데 무리하게 과로하고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삶을 살면 우리 몸에 차곡차곡 축적되면서 각종 질병의 씨앗이 된다.
넷째, 과로하면 부신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온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과로하거나 긴장 상태가 지속될 때 필연적으로 나오는 물질이 스트레스 호르몬이다. 이러한 스트레스 호르몬이 계속 나오게 되면 호르몬이 대사되는 과정에서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들을 빨리 고갈시킨다. 주로 비타민 C, 마그네슘, 비타민 B군이 고갈된다.
따라서 과로하면 이들 영양소의 고갈이 심해진다. 그렇게 되면 우리 몸의 면역력이 떨어진다. 활성산소를 이길 수 있는 힘도 약해진다.
특히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내가 활동할 때 써야 할 에너지도 만들어지지 않게 된다.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를 내는 ATP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비타민 B군과 마그네슘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로는 또 다른 과로를 부르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게 되면서 우리 몸에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된다.
이동환 원장은 “결론적으로 말해 과로는 질병으로 가는 모든 길들의 원인 제공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PART 3. 혹시 나도 과로? 과로하고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들
1. 휴식을 취해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2. 목뒤, 어깨 등에 긴장이 많이 와서 통증이 느껴진다.
3. 오후만 되면 뒷골이 땅기면서 두통이 나타난다.
4. 눈도 침침해진다.
5. 집중력이 저하되고 기억력도 떨어진다.
6. 자주 얼굴이 후끈 달아오른다. 자율신경의 균형이 흐트러졌기 때문이다.
7. 혈액순환이 잘 안 되어 손발이 차가워진다.
8. 장기능이 나빠져 설사나 변비가 잘 생긴다.
어쩔 수 없이 과로하고 있고, 과로한 삶이 습관이 되어버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동환 원장은 “이미 우리가 사는 세상은 스트레스 안 받고 과로하지 않은 삶을 살기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시스템”이라며 “그래서 최선의 선택은 과로를 해도 병으로 진전되지 않게끔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한다. 이때 과로의 덫에서 벗어날 전략으로 삼아야 할 지침은 크게 3가지다.
■ 1 과로하면 고갈되는 영양소를?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도움!
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고갈되는 영양소인 비타민 C, 마그네슘, 비타민 B군이 결핍되지 않도록 한다. 여기에 오메가-3도 추가하면 좋다. 오메가-3와 마그네슘은 예민한 신경을 누그러뜨려 준다.
이런 영양소들이 평소 몸에 충분히 비축돼 있으면 과로나 스트레스가 심해도 훨씬 더 유연하게 이겨낼 수 있다.
■ 2 틈나는 대로 근육 스트레칭 운동을 꾸준히 한다.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지지 않게 하려면 틈틈이 부교감신경을 자극해서 몸을 이완시키는 게 좋다. 이때 하면 좋은 운동이 근육 스트레칭이다. 목 부위부터 시작해 온몸 구석구석을 이완시키는 스트레칭을 꾸준히 해준다. 하루 5~10분 정도면 충분하다. 근육을 이완시켜 주면 신경 안정이 된다. 부교감신경이 자극되면서 신경 안정이 된다.
부교감신경을 안정시키는 또 하나의 방법은 심호흡이다. 복식호흡을 하는 것이다. 복식호흡이라고 해서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면 된다. 천천히 들이마시고 조금 멈췄다가 천천히 내쉬기를 하면 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3초 정도 천천히 들이마시고 1~2초 쉬었다가 5초 정도 천천히 내쉬면 된다.
그런 식으로 하면 횡격막이 왔다 갔다 하면서 횡격막 뒤에 있는 부교감신경을 자극하게 된다. 이것이 신경안정을 시켜준다. 생활하는 틈틈이 심호흡만 중간 중간 해도 몸이 많이 이완되면서 과로가 부르는 긴장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 3 과로를 부르는 음식을 피하자.
첫 번째로 피해야 할 음식은 카페인이다. 카페인의 각성효과로 인해 마시면 당장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고 피로가 줄어드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순 사기다. 내 몸에서 에너지가 나와서 쓰는 것이 아니라 각성시켜서 쓰는 것이기 때문에 각성효과가 떨어지면 더 피곤한 악순환을 부른다. 한마디로 각성효과는 미래의 에너지를 빌려 쓰는 격이다.
과로를 풀겠다고 휴식 없이 카페인에 의존하게 되면 그 끝은 비참하다. 카페인 중독에 빠지고 과로의 덫에서 좀체 헤어 나올 수 없게 되면서 몸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카페인은 반드시 줄여야 한다. 정말 피곤하면 카페인의 힘을 빌리지 말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휴식을 취해서 내 몸에 에너지를 비축해서 써야 한다.
두 번째로 피해야 할 음식은 단 음식이다. 혈당을 올리기 때문이다. 혈당이 올라가면 인슐린이 나오고, 저혈당이 생긴다. 저혈당이 생기면 저혈당을 막아주기 위해 호르몬이 나오는데 이들 호르몬은 모두 부신에서 나온다. 그 부신호르몬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오는 호르몬이다. 이 말은 단 음식을 먹는 것은 몸에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스트레스를 주는 음식이 우리 몸에 좋을 리는 결코 없을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며 밤잠도 설쳐가며 과로의 덫에 빠져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동환 원장은 “인생은 힘을 빼야 힘이 생긴다.”며 “하루하루 너무 힘을 주면서 살지 말라.”고 권한다.
인생을 긴 호흡으로 보고 힘 빼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생활하는 틈틈이 휴식도 취하고, 심호흡도 하고, 근육 스트레칭도 하면서 삶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하루 10분 혹은 20분만 투자해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므로 지금 과로하고 있다면 당장 실천해보자.
이동환 원장은 가정의학과 전문의이면서 만성피로 전문가로 명성이 높다. 만성피로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고도일병원 만성피로센터에서 진료 중이다. 주요 저서로 <당신의 세포가 병들어가고 있다><하루에 몇 번이나 행복하세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