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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라이프] 지친 뇌 되살리는 제대로 ‘멍’ 때리기

2016년 08월 건강다이제스트 휴식호

【건강다이제스트 | 김선영 기자】

【도움말 |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동원 교수】

이른 바 ‘멍 때리기’가 떠오르고 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기란 의학적으로 가능할까, 불가능할까? 혹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척 하기는?

멍 때리기가 유행을 타는 현상은 현대인들의 지치고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자구책에 다름 아니다.

이 기류를 타고 2014년부터 매해 멍 때리기 대회도 개최되고 있다. 스마트폰, TV,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로 인한 정보 과잉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뇌를 쉬게 하자는 취지다. 외신은 한국의 ‘Space out Contest’를 집중 보도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면 우리 뇌는 온전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을까? <멍 때려라>의 저자이기도 한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동원 교수에게 멍 때리기의 숨은 의미에 대해 들어보았다.

스마트폰이 바꾼 세상

지하철, 커피숍, 음식점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를 가도 목이 빠져라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풍경이 익숙한 시대가 되었다. 스마트폰의 발명으로 같은 공간에 있어도 함께 하지 않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적극적이고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는 광고 카피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도 지금의 시대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스마트폰 터치 하나로도 실시간으로 검색되는 불필요한 정보의 홍수 속에 현대인들은 지쳤고, 뇌마저 휴식이 필요한 시대다. 그런데 뇌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건 가능할까?

흔히 하는 오해 중 하나는 멍 때리기는 뇌의 휴식 상태이며 ‘멍 때리기=아무것도 하지 않음’ 이라는 공식이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가 밥을 먹으면 소화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소화되는 동안 겉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위나 장은 열심히 일을 한다. 뇌 역시 마찬가지다. 뇌에 정보가 입력되면 입력된 정보들을 소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들어온 정보를 재구성하고 편집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과정이 바로 이 소화의 과정이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디지털 기기의 등장으로 정보의 수집은 매우 쉽고 빠르다. 뇌는 정보의 입력에만 끊임없이 혹사당하다 보니 들어온 정보를 잘 소화하여 지혜로 만드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멍 때리기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그 이유다. 멍 때리기를 통해 사색을 하며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동원 교수는 “멍 때릴 때의 뇌파는 아주 집중을 할 때의 뇌파와 파형은 다르지만 굉장히 활발하게 뇌가 활성화되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뇌는 항상 생각이 꺼지지 않는 기계와 같아서 뇌가 깨어있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안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인식을 못할 뿐이지 뇌는 계속 활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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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때려라! 왜?

정보가 계속해서 입력만 되면 뇌의 지혜로 남지 못한다. 이를테면,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바로 기사를 쓰기는 어렵다. 인터뷰한 내용을 곱씹어보고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이 있다면 더 나은 기사를 쓸 수 있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하며 멍하니 있을 때 어떤 사람은 “일 안 하고 뭐하냐?”고 비난할 수도 있다. 훨씬 더 나은 기사를 뇌 속에서 만들어 가는 과정이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핀잔을 듣기 일쑤다.

우리나라는 멍 때리기에 부정적이고 인색하다. 일부 직장인들은 사무실에서는 상사 눈치가 보여서라도 아무것도 안 할 수 없기 때문에 하다못해 옆 사람과 메신저라도 하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

맡은 프로젝트에 대한 궁리를 하거나 더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생각을 하고 있을 수도 있는데 겉으로는 아무것도 안 하고 멍 때리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너는 월급 받고 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냐?”고 몰아붙이기보다 멍 때릴 수 있는 자기만의 시간을 확보해주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신동원 교수는 “멍 때리기는 죽은 정보를 살아있는 지혜로 만들며, 과거의 경험과 정보를 잘 정리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또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시뮬레이션도 멍 때리기를 통하여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미래에 다가올 상황이나 문제에 대한 대비를 미리부터 하여 더 나은 문제 해결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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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멍 때림’을 극복하라

멍 때리기에도 ‘좋은 멍 때림’과 ‘나쁜 멍 때림’이 있다. ‘좋은 멍 때림’은 과거의 여러 경험과 정보를 편집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반면 ‘나쁜 멍 때림’은 원하지 않는 생각에 계속해서 머무르게 한다. 원하지 않는 생각을 하면 걱정·우울·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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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멍 때림’에서 벗어나는 방법 중 하나는 명상이다. 명상은 잡생각을 없애고 하나에 집중하여 마음의 평안을 찾는 행위다. 집중할 수 있도록 뇌를 트레이닝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명상에 관한 과학적인 증거가 없었는데 현대의학은 뇌영상 기술이 워낙 발전하여 명상하는 동안의 뇌영상 소견들이 많이 나온다. 명상의 효과에 관한 과학적인 증거들이 나오는 것이다.

명상은 적극적인 집중이다. 자기 주도적으로 집중을 훈련하는 방법인 것이다. ‘나쁜 멍 때림’에서 벗어나게 하고 우울과 불안, 특히 불안을 없애는 데 효과가 있다.

사람들은 보통 명상하는 동안 마음을 비운다고 말한다. 그러나 명상조차도 아주 적극적으로 집중할 수 있도록 뇌를 훈련하는 과정이지 뇌를 비우는 과정은 아니다. 신동원 교수는 “깨어있는 동안 아무 생각을 안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신동원 교수는 “일상에서 명상하는 방법으로 자기 몸의 감각에 최대한 집중할 것”을 추천한다. 걸을 때 발바닥이 땅에 닿는 감촉, 뺨에 부는 바람, 주변의 자잘한 소음들을 비롯해 호흡할 때조차도 자기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다. 자기 몸의 감각에 집중하는 것은 일상생활 중 언제라도 실천 가능한 손쉬운 방법이다.

제대로 멍 때리기 요령

이제 막 멍 때리기의 세계에 입문하려는 멍 때리기 초보자에게 신동원 교수는 “당신은 지금 가장 창조적인 일을 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디스에 너무 연연해하지 마라.”고 조언한다. 신동원 교수가 추천하는 제대로 멍 때리기 요령은 다음과 같다.

1. ‘나쁜 멍 때림’ 하지 마라.

2. 디지털 기기를 멀리 하라. 앉아서 계속 스마트폰을 보면 제대로 멍 때리기 어렵다.

3. 수시로 멍 때려라. 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걸을 때 등 이동할 때만이라도 제대로 멍 때려라.

4. 혼자서 멍 때려라. 가끔 혼자만의 멍 때리는 시간도 필요하다.

5. 타인의 멍 때림을 디스하지 마라.

 

신동원

신동원 교수는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후 세브란스병원에서 정신과와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그 후 뉴저지주립대학교 신경과학연구소와 시카고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정신과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멍 때려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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