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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듣는다] 나에게 화가 났을 때… “부족한 나를 인정하세요!”

2018년 10월 건강다이제스트 결실호 14p

【건강다이제스트 |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강준 교수】

조그만 일에도 욱하고 화가 나기 쉬운, 스트레스 많고 살기 힘든 시기이다. 타인에게 화나는 일도 많지만 나 자신에게 화나는 일도 참 많다. 이렇게 나에 대해 화가 났을 때 가장 쉬운 해결 방법은 내가 아닌 남 탓을 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방법은 미숙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 ‘나’를 파악한 뒤 잘못된 점을 교정하고 자존감을 바로 세우는 것이 근본적인 방법이다. 내게 화가 나면 나를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1단계 : 나의 화를 알라!

나도 모르게 갑자기 벌컥 화가 나는 순간, 그 감정을 읽고 알아차린다면 이미 반 이상 치료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내가 무엇 때문에 화가 났고, 현재 어떤 상태인지 알아차리는 것이 화를 다스리는 첫걸음이다.

일반적으로 나에 대해 화가 나는 경우는 자신에게 실망했을 경우가 많다. 자존심에 손상을 입었을 때라든지, 열등감으로 괴로울 때 자신에게 화가 나기 마련이다. 이럴 땐 내가 화나는 이유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화가 나서 느껴지는 몸의 변화도 알아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벌겋게 얼굴이 달아오르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쉬기 답답해지는 내 몸의 변화를 감지하고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 다음, 잠시 눈을 감고 마음을 다스리고 화를 견디어 보도록 한다. 물론 무조건 참고 견디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나 자신에게 화난 점을 머릿속으로 정리해 보아도 좋고,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같이 해결해보는 것도 좋다. 글을 써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머릿속에 뒤엉킨 복잡한 고민과 감정들이 한 줄, 두 줄 글을 쓰는 동안 저절로 정리되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화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가라앉을 때까지 지켜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화라는 감정에 휩쓸리게 되면 나를 올바르게 바라보지 못하고 자기에게 유리한 방식대로만 보게 되어 화는 더욱 치밀어 오르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가 정신과 의사가 되어서 화내고 있는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화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보도록 하자.

2단계 : 부족한 나를 인정하라!

화가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 마음에 안 드는 과거의 ‘나’를 지워버리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 과거-현재-미래가 이어져 있는 나를 컴퓨터 버튼 누르듯이 리셋(reset)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못마땅한 과거를 받아들이고 부족한 나를 인정하고 용서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래도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용기가 작동하는 순간 화가 가라앉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열등감을 인정하고 실제의 내 능력과 현실에 맞게 계획을 세워 실천해 나간다면 남들이 뭐라고 하건 나 자신에게 떳떳하기 때문에 화를 낼 필요가 없어진다.

만약 위의 방법이 실패했다면 그냥 시간이 흘러가길 기다리는 것도 괜찮다. 다행스럽게도 사람의 감정이라는 건 순간적이고 꽤나 변덕이 심해서 그대로 유지되지 않는다.

한 번 마음을 정리했으면 여러 차례 되풀이 생각할 필요는 없다. 보통은 시간 낭비인 경우가 많다.

이강준 교수는 일산백병원에서 우울증 및 스트레스 장애, 치매 등을 전문으로 진료한다. 생명사랑센터를 운영하고 대한노인정신의학회 총무이사, 한국정신신체의학회 간행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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