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더운 여름철, 식사 메뉴를 정할 때 흔히 두 부류로 나뉜다.
‘이열치열(以熱治熱)’파와 ‘이열치냉(以熱治冷)’파다. 뜨거운 국물을 후루룩 마시며 땀을 흠뻑 흘리면 더위가 물러간다는 사람도 있고, 더울 때는 시원한 곳에서 차가운 음식을 먹는 것이 최고라는 사람도 있다.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한 가지. 여름 더위 즉, 여름철의 외부 열은 꼭 물리쳐야만 하는 대상일까? 유명한 아이스크림 이름처럼 꼭 더위를 사냥해야 내 몸에 좋은 걸까? 그 궁금증을 말끔히 풀어본다.
PART 1. 약이 되는 열 – 암 환자의 희망 ‘온열치료’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인천성모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계철승 교수】
암세포는 뜨거운 것이 싫어!
예부터 열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좋은 치료법으로 꼽혔다. 의학의 성인이라고 부르는 히포크라테스는 “약으로 치료할 수 없는 병은 수술해서 치료할 수 있고, 수술할 수 없는 병은 불(火)을 이용해서 치료할 수 있다.”고 했다. 기원전 3500년 전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집트의 파피루스 문서에도 유방 종양 환자를 열을 이용해 치료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현재도 열을 이용한 치료는 암 환자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인천성모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계철승 교수는 “암 환자의 열 치료는 일반적으로 온열치료라고 하는 온열요법과 50도 이상의 고열을 종양 내에서 발생시켜 종양을 치료하는 소작술 두 가지”라고 설명한다.
온열요법의 치료 원리는 이렇다. 종양의 내부 온도를 체온보다 높은 40~42도 이상으로 높이면 종양으로 흘러가는 혈액량이 줄어든다. 그러면 종양에 영양과 산소 공급이 줄어들면서 암세포가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 되는 것이다.
암 환자의 희망 ‘온열치료’
그럼 요즘처럼 더운 날에도 온열요법으로 효과를 볼 수 있을까? 계철승 교수는 “최근에는 치료 기술의 발전으로 종양 부위에 비교적 정확하게 열이 전달되므로 온열치료를 하더라도 전신의 체온이 올라가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단, 검증된 온열요법 기술이나 장비를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효과가 없는 것은 물론 화상, 탈수, 저혈압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계철승 교수는 “온열요법은 부작용의 빈도나 정도가 매우 적긴 하지만 암 치료의 한 가지 방법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치료를 할 수 있고 효과도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암 환자마다 질환의 상태나 건강 상태가 다르므로 온열치료 여부는 전문의와 상의한 후에 결정하는 것이 좋다. 특히 말기 암 환자가 무분별하게 온열요법을 시행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또한 단순히 온열치료만 받으면 암이 치료된다는 생각은 실망만 키울 수 있다. 온열요법이 암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치료 방법인 것은 맞지만 아직 기술적, 의학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도 많기 때문이다.
계철승 교수는 가톨릭전이재발암병원 병원장과 토모테라피센터장이며 뇌종양, 두경부암, 폐암, 식도암, 비뇨기암, 피부암, 육종 등을 전문으로 진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