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허미숙 기자】
【도움말 | 부산대병원 통합의학과 김진목 교수】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멘부커상 수상이 몰고 온 후폭풍이다. 이 소설을 보면서 새삼 든 생각은 채식과 육식에 대한 편견의 여전함이다. 어느 날 갑자기 냉장고 속 음식을 다 버리면서 시작되는 채식주의 선언! 그것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갈등은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다. 오늘날 먹거리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채식과 육식을 둘러싼 끝없는 논쟁도 이 소설과 별반 다르지 않아 우려스럽다. <채식의 배신>과 <육식의 종말>이 극단적으로 대립하면서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채식주의 혹은 육식주의, 이 둘의 끝없는 대립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채식과 육식의 조화로운 화해법에 대해 알아봤다.
PART 1. 채식의 배신 vs 육식의 종말 오류와 진실
여성들의 워너비 이효리가 한 방송에서 채식주의자임을 밝히면서 채식 열풍이 불었다.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이하늬도 당당히 채식주의자임을 밝혀 채식 열풍을 이어나갔다.
대중스타들의 잇따른 채식주의 선언은 종종 그 자체만으로도 인구에 회자될 만큼 큰 화제성을 몰고 다닌다. 그리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면서 채식 혹은 육식을 둘러싼 지리한 공방도 이어진다.
채식과 육식! 그것은 언제나 팽팽한 공방전을 벌여야 할 만큼 타협할 수 없는 어젠다일까?
<통합 암 치료 로드맵>의 저자인 부산대병원 통합의학과 김진목 교수는 “채식을 하든 육식을 하든 제대로 먹는다면 건강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일까? 한강의 소설에서도 주인공이 채식을 선언하면서 주변 인물들과의 갈등도 시작된다. 채식에 대해 가족도 사회도 알 수 없는 적대감을 보인다. 채식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고, 채식은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도 소설 속 관점과 별로 다르지 않다. 채식한다고 하면 쌍심지부터 켜고 달려드는 사람이 많다. “그걸 왜 하냐고?” “고기를 먹어야 힘이 난다.”며 온갖 회유와 협박을 일삼는다.
이것은 채식 혹은 육식을 둘러싼 전문가 그룹에서도 마찬가지다. 두 개의 날선 시선이 공존하며 끊임없이 반목과 대립을 계속하고 있다.
<채식의 배신>과 <육식의 종말>은 그 상징물과도 같다. <채식의 배신>을 쓴 리어 키스(Lierre Keith)는 20년 간 동물성 식품을 입에 전혀 대지 않는 극단적인 비건생활을 실천하다가 몸을 망쳤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종교처럼 신봉했던 채식주의가 실은 자기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만든 주범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대척점에 있는 <육식의 종말>은 “인류의 음식에서 육류를 제외하는 것이야말로 향후 수십 년 동안 우리가 이루어야 할 중요한 과업”이라고 주장했다.
이 책의 저자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현대 문명의 위기를 초래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인간의 식생활”이라며 “특히 고기를 먹기 시작하면서 파생되기 시작한 문제가 여러 분야에 걸쳐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켰다.”고 주장했다.
이 두 책에서 보이는 극명한 간극만큼이나 채식주의자와 육식주의자의 신경전도 극단적이고 편향적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도대체 무엇을 먹어야 할지 혼란스럽다.
김진목 교수는 “학술적인 발표와 달리 대중적인 발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장치로 극단적인 내용이 많고, 따라서 편견과 오류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채식의 배신>과 <육식의 종말>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채식의 배신>은 채식의 문제점들을 고발하고 있지만 저자가 경험한 채식이 과연 올바른 채식이었는지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육식의 종말> 또한 육식의 문제점을 과장되게 강조하여 육식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과도한 걱정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목 교수는 “육식이든 채식이든 올바른 식습관이 중요하다.”며 “채식과 육식의 끝없는 논쟁도 그 선상에서 논의돼야 할 문제”라고 말한다.
PART 2. 채식주의자가 빠지기 쉬운 건강 함정
채식 혹은 육식을 둘러싼 끝없는 공방전은 둘 다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채식도 그렇고 육식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채식주의자가 빠지기 쉬운 건강 함정은 뭘까? 김진목 교수는 “채식을 하게 될 때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영양의 불균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 중에서 식물성 식품에는 미미하거나 없고, 오직 동물성 식품으로만 섭취해야 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채식만 하게 될 때 결핍의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영양소는 다음과 같다.
1. 철분과 칼슘은 채소류에도 풍부하지만 흡수율이 낮아서 부족해지기 쉽다.
2. 필수아미노산과 아연의 결핍 가능성이 높으므로 콩이나 견과류를 통해 보충해야 한다.
3. 채소에는 비타민 D가 거의 없기 때문에 비타민 D 결핍을 주의해야 한다. 표고버섯을 먹으면 비타민 D를 섭취할 수 있다고 하지만 표고버섯의 비타민 D는 우리 몸에서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고 함유량도 들쭉날쭉이므로 햇볕을 쬐어서 비타민 D를 합성해야 한다.
4. 채식을 할 때 가장 결핍되기 쉬운 영양소로 비타민 B12가 있다. 비타민 B12가 부족할 경우 피로물질인 젖산이 과도하게 쌓인다. 김진목 교수는 “채식을 할 때는 잠시 소홀히 하면 금세 영양불량에 걸릴 수 있다.”며 “그래서 채식을 할 때는 뭔가가 모자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PART 3. 육식주의자가 빠지기 쉬운 건강 함정
육식도 건강상 약점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오늘날 축산은 고도로 밀집된 대량 축산이다. 공장식 축산이기 때문이다. 한정된 영역에서 빽빽하게 밀집시켜 먹이기만 하고 운동은 최대한 제한한다. 몸무게를 최대한 늘리려는 속셈이다.
그 결과 축산 환경은 말할 수 없이 나빠졌다. 가축들의 면역력도 떨어져 각종 전염병에도 속수무책이다. 이를 막기 위해 철저한 소독이 들어가고 예방적 차원에서 항생제 투여는 필수적인 일이 됐다. 그 소독제와 항생제가 문제가 된다. 이들은 모두 화학물질들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가축들의 먹이가 되는 사료도 전부 화학적 농업의 결과물들로 만들기 때문에 화학물질의 범벅이고,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성장촉진제나 호르몬제까지 첨가한다. 김진목 교수는 “육식 속에는 수많은 화학물질이 섞여 있어서 문제가 된다.”며 “그것은 건강한 육식이 사라지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PART 4. 채식을 건강식으로~ 실천법 10계명
미국의 폴 브래그는 “육식과 채식에는 우열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자연의학자다. 그것은 그가 먹는 것과 건강, 수명의 관계를 밝히기 위해 오지에서 원시생활을 하는 여러 부족을 직접 관찰한 뒤 내린 결론이기도 하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육식만으로도 건강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고기를 전혀 먹지 않고도 놀랄 만큼 건강하게 사는 사람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조건이 있다. 김진목 교수는 “채식이든 육식이든 건강식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건강한 채식을 실천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김진목 교수가 추천하는 채식을 건강식으로 실천하는 10계명은 다음과 같다.
1 현미밥을 먹어야 한다
채식을 실천하면서 현미밥을 먹지 않는 것은 앙꼬 없는 찐빵과 진배없다. 현미 속에는 여러 가지 비타민, 미네랄, 식물영양소와 섬유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으므로 현미밥을 먹어야 영양불균형을 줄일 수 있다.
2 무조건 골고루 먹어야 한다
채식을 한다면서 배추나 상추만 먹는다면 심각한 영양불균형이 초래된다. 식물에는 동물과 달리 영양밀도가 낮기 때문에 골고루 먹지 않으면 안 된다. 잎채소뿐만 아니라 줄기, 뿌리, 열매, 과일, 해조류까지 골고루 먹어야 한다.
3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
식물은 섬유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특히 현미는 씨앗이기 때문에 영양성분이 단단한 껍질 속에 싸여 있으므로 꼭꼭 씹어야 영양성분을 흡수할 수 있다. 많은 양을 오랫동안 씹으려면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녹즙기나 믹서로 갈아서 먹는 것도 바람직하다.
4 가공식품을 피한다
채식을 지향하면서 흰밥, 흰빵, 국수, 과자, 떡, 감자튀김 등을 열심히 먹는 사람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제대로 된 채식이라고 말할 수 없다. 채식은 가능한 한 자연 그대로의 것을, 가공을 덜한 상태로, 조리를 덜한 상태로 먹어야 한다.
5 동물성 성분은 눈에 보이지 않게 숨어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고기, 생선, 계란, 우유 등 동물성 성분이 숨어있는 식품이 우리 주위에는 아주 많다. 빵 속에도 우유와 계란이 들어 있으며, 대부분의 가공식품들은 한 가지 이상의 동물성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6 식물은 깨끗이 씻어 먹어야 한다
동물에 비해 식물에 화학물질이 덜 함유되어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농약 등의 화학물질이 묻어 있을 확률을 생각해서 꼼꼼하게 잘 씻어서 먹어야 한다. 건강을 위해 채식을 오랫동안 실천한 후에 농약 중독에 빠졌다는 우스개소리를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7 복합탄수화물을 먹는다
채식을 실천한다면서 단순 탄수화물인 밥, 빵, 떡, 국수, 과자, 설탕 등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식품을 많이 먹으면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 섬유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복합탄수화물을 잘 챙겨 먹어야 한다. 대표적인 복합탄수화물로는 현미, 잡곡류, 콩류, 견과류, 해조류, 버섯류, 껍질째 먹는 과일 등이 있다.
8 푸드 마일리지가 짧은 식품을 먹는다
마트에 가면 중국산 채소부터 알록달록 열대과일까지 없는 게 없다. 국제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우리가 즐겨 먹는 식품의 대부분이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서 수확된 것들이다.
지금 먹기 좋게 잘 익었더라도 보통 수 주 내지 수 개월 전에 수확했던 것들이니 덜 익었을 때 수확할 수밖에 없었다. 또 유통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익거나 약품처리로 익힌 것들이므로 영양성분이 제대로 함유되어 있을 턱이 없다.
9 가능하면 자연 그대로의 형태로 먹는다
채소와 과일이 자연 그대로의 상태일 때 함유하고 있던 영양소들이 가공하거나 조리하는 과정에서 많이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 가능하면 자연 그대로의 형태로 먹도록 한다.
10 전체를 먹자
식물의 껍질에 영양소가 더 많다. 곡물의 껍질에는 속보다 수십 배 더 많은 비타민과 미네랄이 있고, 섬유질도 겉껍질에 훨씬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다.
채소의 껍질에도 섬유질이 풍부하고, 과일의 껍질에는 식물영양소가 풍부하다. 물론 농약이 두려워서 껍질을 깨끗이 도려내고 먹으면 안심은 되지만 알짜 영양소를 모두 버리는 결과가 되므로 깨끗이 잘 씻어서 껍질째 먹도록 노력하자.
식초와 담금주를 섞은 물에 채소나 과일을 15분 정도 담갔다가 흐르는 물에 씻어내면 대부분의 농약과 이물질은 제거된다고 하니 참고하자.
PART 5. 육식을 건강식으로~ 실천법 10계명
고기를 먹으면서도 ‘건강에 괜찮을까?’ 늘 불안한 ‘내사랑 고기파’도 건강식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면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김진목 교수가 추천하는 ‘육식을 건강식으로 실천법 10계명’은 다음과 같다.
1 살코기를 먹는다
육식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방조직인 비계에 있다. 지방조직에는 각종 화학물질이나 중금속이 저장되어 있고, 콜레스테롤의 주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우리나라의 고기 등급제는 지방의 함유량으로 결정되어 등급이 높을수록 지방의 함유량도 높다. 이른바 마블링이 잘 이루어져 있는 고기를 최고로 친다. 이런 고기는 맛은 좋을지 몰라도 건강에는 결코 좋지 않다.
2 가공육을 먹지 않는다
햄이나 소시지 등 가공육은 값싸고 먹기 편한 장점으로 모두들 즐겨 먹지만 되도록 멀리해야 할 식품이다.
가공육을 만들 때 들어가는 아질산나트륨은 일급 발암물질이기 때문이다. 아질산나트륨이 함유되지 않은 가공육을 잘 찾아 먹든지, 아예 가공육을 먹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3 훈제육을 먹지 않는다
오리고기나 쇠고기는 훈제제품이 많다. 훈제는 연기에 그을리는 과정에서 발암물질이 만들어지므로 먹지 말아야 한다.
4 구워 먹지 않는다
고기가 타게 되면 벤조피렌이라는 일급 발암물질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이젠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삶는 것에 비해 맛이 월등히 좋아지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구이를 즐기고 있다. 구이를 최대한 절제해야 하며, 구이를 먹게 되더라도 까맣게 탄 부분은 도려내어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
5 통조림 식품을 먹지 않는다
먹방, 쿡방이 인기를 끌면서 통조림 생선의 소비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심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깡통 속에 식품을 보관하면 녹이 슬 가능성이 높으므로 깡통 내면을 방청처리를 하게 되는데 주로 비스페놀A를 쓴다. 이것은 일급 발암물질이다.
원래 깡통 속에 음식물을 보관하는 목적은 연중 계속적으로 수확하기 어려운 식품이거나 전쟁 등으로 조리가 어려운 경우에도 쉽게 먹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 식품이든 연중 구할 수 있다. 전투식량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다. 냉장고도 잘 발달되어 있어 통조림 속에 식품을 보관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캠핑문화 혹은 요리문화가 유행하면서 통조림 식품도 활개를 치고 있는데 가능한 한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6 육포 섭취를 피한다
육포는 휴대성이 좋고 조미료를 첨가하여 맛도 좋기 때문에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MSG 같은 합성조미료도 첨가되며, 무엇보다 방부제가 첨가되기 때문에 건강에는 나쁘다.
7 고기 섭취량을 줄이자
단백질은 잘 알려져 있듯이 성장의 주원료다. 성장기의 아동이나 운동선수들에게는 많이 필요하지만 일반적인 성인의 경우에는 체중 1kg당 0.9g 정도면 충분하다. 이보다 많이 섭취하면 간과 신장에 큰 부담을 주게 된다. 단백질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소비되고 남은 것은 저장되지 않고 그날그날 바로 배설시켜야 하는데 그 일을 간과 신장이 담당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음식점에서 파는 고기 1인분은 보통 150g을 상회하므로 1인분만 먹어도 1일 섭취량을 훌쩍 넘게 된다.
8 흰살 생선을 먹는다
고기에 비해 생선은 지방 함유량이 적으므로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즐겨 먹는 편이다. 특히 오메가-3가 많이 함유된 등푸른 생선을 찾아 먹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유기오염물질 등의 화학물질과 중금속은 지방조직에 축적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오메가-3를 섭취하기 위해서는 먹이사슬의 하층에 있는 멸치 등에서 섭취하는 것이 낫고, 지방 함유량이 적은 흰살 생선을 먹는 것이 좋다.
9 먹이사슬의 상부에 있는 크기가 큰 생선을 피한다
고기나 생선을 먹게 될 때는 먹이사슬에 신경을 써야 한다. 먹이사슬의 하부에 위치한 작은 동물은 먹이 속에 존재하는 화학물질이나 중금속을 매일 먹어서 상위 포식자에게 그대로 옮겨주며, 그 상위 포식자는 더욱 축적되는 방식으로 먹이사슬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먹이사슬의 상부로 올라갈수록 화학물질이나 중금속의 축적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누적된다.
우리가 즐겨 먹는 소, 돼지, 닭은 먹이사슬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생선, 특히 자연산 생선은 먹이사슬이 존재하며, 상부로 올라갈수록 화학물질이나 중금속의 축적량이 늘어난다. 따라서 덩치가 큰 생선은 화학물질과 중금속에 오염되어 있을 확률이 월등히 높은 편이다.
10 고기나 생선을 먹을 경우 채소를 충분히 곁들이자
고기나 생선 속에 들어있는 화학물질이나 중금속, 콜레스테롤의 섭취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섬유질을 듬뿍 섭취하는 것이 최선이다. 채소의 주성분은 섬유질이므로 고기나 생선을 먹을 때 채소와 함께 섭취하면 금상첨화다. 특히 발암물질들도 섬유질에 흡착되어 대변으로 빨리 배설되기 때문에 고기나 생선을 먹을 때는 반드시 충분한 양의 채소를 함께 먹도록 하자.
PART 6. 암과 채식 vs 암과 육식?오해와 진실
암을 이겨내고 5년 생존자의 주인공이 된 사람들을 만나보면 이구동성으로 먹거리를 바꾼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육류를 끊고 채식으로 바꾼 것이 주효했다고 말한다.
이 같은 주장이 회자되면서 채식=암 치유식으로 통한다. 그래서 많은 암 환자들이 채식을 선택한다. 정말 채식은 암 치유식일까?
이는 많은 암 주치의들의 주장과도 상충된다. 대부분의 암 주치의들은 항암치료 중에는 음식을 골고루 잘 먹을 것을 강조한다. 특히 고기와 생선 등 고단백식사를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 환자들은 유별나게 채식을 고집하며, 항암치료로 체중감소가 심해도 음식을 가려 먹는다. 말기 암을 진단받고도 장기간 생존한 사람들을 추적 관찰하여 공통점을 밝힌 논문에 의하면 대부분 철저한 채식을 하였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항암치료를 받지 않고 관리할 때의 식생활이었음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김진목 교수는 “항암치료로 체력 소모가 심하고 면역이 급격히 감소되는 시기에는 고기든, 생선이든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물론 식물만으로도 다양한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식물은 거의 대부분 영양밀도가 낮기 때문에 다양한 식물을 섞어 먹어야 충분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으므로 다양한 식단이 중요하다. 특히 욕지기가 심해서 음식을 섭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식물이든 동물이든 가리지 말고 뭐든지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말하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표한 암의 가장 많은 원인은 먹거리이며, 그중 육식이나 육가공식품이 발암작용을 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인데 아무 것이나 잘 먹으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 아니냐?”고 항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항암치료 중에는 체력과 근육의 손실이 매우 크기 때문에 고단백 식사를 하라는 것이며, 당연히 고기와 생선을 많이 먹으라는 의미이다.
영양적인 측면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귀결임에 틀림없다. 다만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은 오늘날의 고기나 생선 속에는 수많은 화학물질이나 중금속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을 고려해서 채식이든 육식이든 건강식으로 실천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김진목 교수는 “암과 채식 혹은 암과 육식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은 체력과 체중이 유지되는 한은 채식 위주로 식사를 하는 것이 좋겠지만 체중감소가 심한 경우에는 고기든 생선이든 가리지 말고 많이 먹는 것”이라고 말한다.
PART 7. 채식과 육식의 ?조화로운 화해를 위해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것들
최근 20~30년 동안 음식과 질병의 상관관계를 연구해온 숱한 과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동안 균형 있는 식사의 한 축으로 알려져 왔던 동물성 식품이 더 이상 건강에 이롭지 않다는 연구 결과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동물성 식품은 암, 당뇨, 고혈압 등 각종 생활습관병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과거 채식에 동조하지 않았던 미국 국립아카데미나 미국 영양사협회조차도 이미 채식의 장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하고 있을 정도다.
의사회원만 4000명이 넘는 미국의 <책임 있는 의사회(PCRM: Physician’s Committee for Responsible Medicine)>의 가장 중요한 활동 중 하나도 채식을 권장하는 것이다.
‘왜 육식이 건강에 나쁘다는 것일까? 육식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문헌도 많고 대부분의 영양학자나 의사들은 균형 있는 식사를 강조하면서 육식을 꼭 하라고 하는데, 채식을 강조하는 것은 너무 편협된 의견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김진목 교수는 “문제는 육식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고 육식 속에 포함되어 있는 화학물질이 문제가 된다.”고 말한다.
앞서도 밝혔듯이 오늘날의 축산업은 고도로 밀집된 대량 축산이고, 그로 인해 육식은 수많은 화학물질들의 파티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채식을 할 것인가, 육식을 할 것인가의 문제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보다도 화학물질에 오염되지 않는 음식을 먹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는 것이다.
김진목 교수는 “결론적으로 채식을 하든 육식을 하든 화학물질을 기준으로 먹거리를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상대적으로 오염이 덜한 채식을 하는 경우라도 올바르지 않은 방법의 채식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채식 혹은 육식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소모적인 논쟁은 이제 종지부를 찍자. 채식이라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고 육식이라고 건강을 망치는 것도 아니다. 채식도 건강식이 될 수 있고, 육식도 건강식이 될 수 있다. 채식을 건강식으로 실천하면 된다. 육식도 건강식으로 실천하면 된다. 채식과 육식의 조화로운 화해도 여기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