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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의 행복테라피] 흙수저·은수저·금수저 논란 속으로…

2016년 03월 건강다이제스트 봄빛호

【건강다이제스트 |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연구소장)】?

흙수저 은수저 금수저 수저계급론

요새 고위공직자들이 자녀의 취직을 청탁해서 문제가 되었다.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좋은 자리라는 생각이 들면 민간 기업에도 청탁을 했다. 드러나는 것이 이 정도니 안 드러나는 것을 포함하면 엄청날 것이다. 모 대기업은 일반직원은 20대 신입사원까지 희망퇴직을 강요하면서 임원 자제는 새로 진출하는 사업에 자리를 마련해줘서 문제가 되었다.

그런데 청탁이 가능한 대단한 이를 부모로 두는 경우까지는 아니더라도 부모의 경제적 여건이 자녀의 장래를 결정하는 것이 사실이다. 평균연령이 늘어나다 보니 부모도 자신의 노후를 걱정해야 한다. 과거 같이 자녀의 미래를 위해서 희생만 할 수는 없다. 그러다 보니 부모의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경우 대학에 들어가면 미안해서 더 이상 부모에게 손을 벌리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대학 다니는 내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학점은 낮고, 그러다 보면 정규직 취직은 꿈도 꿀 수 없다. 경기는 안 좋고 쥐꼬리만 한 월급 받으면서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다 보면 공기만 먹고, 물만 마시면서 돈을 모아도 집 살 돈은커녕 전세 얻을 돈도 마련하지 못한다. 집을 마련하지 못해서 결혼을 포기한다는 젊은이가 속출하고 있다. 너무나 사랑해서 결혼을 하는 경우 죽어라고 맞벌이로 일을 해도 월세 내고 어린이 집에 돈을 내고 나면 아무 것도 손에 쥐지 못한다.

돈 걱정에 잠이 안 온다. 그러다 보니 ‘돈 걱정증후군’이라는 용어마저 생겼다.

경제가 성장을 할 때는 새로운 일자리도 생기고, 승진도 되고, 월급도 매년 올라가기에 상생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양보를 하지 않는다. 가진 이들은 절대로 내놓지 않으려 하면서 기회를 독점하려 한다. 없는 사람들은 절망 속에 서로 양보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단어! 흙수저, 은수저, 금수저 논란이다.

은수저에서 가지 친 금수저, 흙수저까지~

금수저, 흙수저 이야기는 원래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다(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는 영어 속담에서 비롯되었다. 부모가 잘 살기 때문에 유리한 점을 많이 타고 태어났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금도끼, 은도끼, 쇠도끼 전래동화와 융합이 되면서 은수저가 빠져나가고 대신 금수저, 흙수저로 바뀌었다.

금도끼, 은도끼, 쇠도끼 전래동화는 사실 금수저, 흙수저와 반대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어느 날 나무꾼이 도끼를 잃어버렸다.

산신령이 나타난다. 나무꾼에게 금도끼가 네 것이냐고 물어본다. 나무꾼이 아니라고 한다. 이번에는 나무꾼에게 은도끼가 네 것이냐고 다시 물어본다. 나무꾼은 아니라고 한다. 마지막에 쇠도끼가 네 것이냐고 물어본다. 나무꾼은 자신의 것이라고 한다. 학교에서는 이 전래동화를 들려주면서 초등학생들에게 정직하면 복을 받는다고 가르친다.

그런데 심리학자들은 다르게 해석을 한다. 나무꾼은 일단 자신이 나무꾼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정체성이 분명하다. 그런데 금도끼, 은도끼로는 나무를 벨 수 없다. 그래서 나무를 베기에 가장 적절한 쇠도끼를 되찾고자 한 것이다.

나무꾼이 나무꾼으로서의 삶을 거부했다면 그는 금도끼, 은도끼를 선택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무꾼으로서의 삶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쇠도끼를 선택했고 결과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다.

금수저, 흙수저라는 용어의 기저에는 부자일수록, 지위가 높을수록 행복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이 부유한 이들이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부모 잘 만나서 금수저라고 생각되는 이들이 자살하기도 한다. 흙수저로 태어났지만 따뜻한 부모 밑에서 성장해서 행복한 이들이 있고, 부자로 태어났지만 어려서부터 학대를 받으면서 불행한 삶을 사는 이들도 있다.

금수저라고 다 행복한 것도 아니고 흙수저라고 다 불행한 것이 아니다. 결국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면서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흙수저라도 행복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① 일단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자. ② 다른 가치를 추구하자. ③ 언젠가 세상은 바뀔 것이라는 것을 믿자. ④ 나를 사랑하도록 노력하자.

1 일단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자

“용꼬리보다 뱀머리”라는 속담이 있다. 중학교 때까지 전교 1등을 하던 아이가 특목고에 간 후 거의 꼴찌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좌절해서 공부를 손에서 놓았다. 부모는 그 아이가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모인 특목고에 가면 무조건 잘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동네 고등학교를 가느니만 못한 결과가 온 것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형편을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라면서 칼로 자르듯이 구분하고자 한다. 그런데 칼로 자르듯이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로 개인을 계급 혹은 계층으로 구분을 할 수 있을까?

같은 소득이더라도 어떠한 삶을 사는지는 천지 차이다. 그런데 앞서 특목고에 가서 절망한 학생처럼 내가 흙수저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면 현재의 계급이나 계층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에 빠진다.

그런데 어느 시대, 어느 세상에서도 자신의 운명을 바꾸는 이들은 존재했다. 금수저로 태어났지만 무책임하게 어영부영하면서 흙수저로 전락하는 이들이 틀림없이 있다. 마찬가지로 흙수저로 태어났지만 최고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면서 인생을 바꾸는 이들도 있다.

금수저들은 세상이 바뀌지 않기를 바란다. 항상 지금 같기를 바란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의 변화를 보지 못한다. 하지만 흙수저들은 세상이 바뀌기를 원하기에 금수저들이 놓치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금수저가 놓친 행운을 흙수저가 낚아채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선 현재 내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자. 그러다 보면 역전의 기회가 찾아온다.

2 다른 가치를 추구하자

인생의 목적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삶이 달라진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 이후 금전적인 가치를 인생의 최우선에 놓는 것을 당연시했다. 넓은 집에 사는 이는 좁은 집에 사는 이보다 성공한 것이다. 통장에 잔고가 많으면 많을수록 성공한 것이다. 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와서, 아무리 좋은 일을 하고 있더라도 돈을 많이 벌지 못하면 인생을 헛살고 있다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아무리 개인이 노력을 해도 부자가 될 수 없는 세상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인생의 성공 여부를 판단할 때 다른 가치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금수저들이 고속도로를 쌩쌩 달려 나보다 앞서 가는 것을 보면 화가 난다. 아무리 그들을 따라잡으려 해도 안 된다. 그럴 때 그들이 가지 않는 다른 길로 가면 어떨까?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처음 가면 어떨까? 내가 새로운 길을 만들면 어떨까?

3 언젠가 세상은 바뀐다

1960년대에는 장교가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 중 하나였다. 1970년대,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장교로 예편을 하면 기업에 취직을 할 때 유리했다. 당시에는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도 치열했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서는 육군사관학교에 지원하는 남성 지원자가 줄어들면서 지금은 여성생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일반대학과 육군사관학교 사이에서 갈등을 하다가 육사를 지원했던 이의 입장에서는 들어갈 때의 기대와 나와서의 경험 사이의 갭이 너무 크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의과대학도 마찬가지다. 1970년에는 일반외과가 가장 인기였다. 1980년대에는 내과가 가장 인기였다. 1990년대에는 정형외과, 이비인후과가 가장 인기였다. 2000년대에는 영상진단학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가 가장 인기다. 1970년대 가장 인기였던 일반외과를 지원했던 이는 2016년 지금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공무원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금수저들에 밀려서 흙수저가 공무원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 대기업에 들어갔다고 자랑하던 금수저는 현재 구조조정으로 인해서 정리해고를 당하고, 어쩔 수 없이 공무원이 되었던 흙수저는 안정적인 노후를 계획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렇듯 세상은 바뀌게 되어있다. 좋은 자리는 금수저들이 모두 독차지하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 금수저들이 차지하는 좋은 자리가 세월이 흐르면 나쁜 자리가 되게 마련이고, 지금 나에게 주어진 자리가 나중에는 좋은 자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4 나를 사랑하도록 노력하자

대개 인생이 안 풀릴 때 자신에 대해서 흙수저라며 원망하게 된다. 인생이 잘 풀릴 때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부모님 밑에서 큰 것이 오히려 더 긍지가 된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흙수저라는 것이 내 인생을 망친 것 같다. 그러나 내 인생이 다시 상승하면 그때는 흙수저에 대한 원망도 덜해진다.

그런데 스스로 흙수저라고 생각하면서 분노에 휩싸이게 되면 맹목적이 된다. 다른 길이 보이지 않는다. 인생의 다른 측면이 보이지 않는다. 인생에는 공적인 부분과 사적인 부분이 존재한다. 사람들은 재산, 지위, 학벌 같은 공적인 측면을 가지고 스스로에 대해 흙수저라며 자조하고는 한다.

하지만 사적인 부분은 다르다.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는 객관적으로 점수를 매길 수 없다. 나만이 온전히 내 행복의 점수를 매길 수 있다. 불행한 금수저보다는 행복한 흙수저가 낫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인생을 행복하다고 느낄지 혹은 불행하다고 느낄지의 상당부분은 타고 태어난다. 불행한 이의 상당수는 미칠 것 같은 행운을 경험하는 순간이 지나가면 죽을 때까지 불행하다. 행복한 과거와 불행한 현재를 비교하면서 차라리 행운이 없었더라면 하면서 더더욱 불행하다고 느낀다.

행복한 이의 상당수는 죽을 것 같은 불행만 넘기면 죽을 때까지 행복하다. 불행으로 인해서 평범한 행복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면서 과거보다 더 행복하다고 느낀다.

흙수저여서 불행한 것이 아니라 불행해서 흙수저라고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나를 사랑하도록 노력하자. 그러다 보면 흙수저여도 지금보다는 더 행복해질 것이다.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암에 걸린 금수저보다 흙수저가 낫다!

조선시대에는 양반은 영원히 금수저일 것 같고, 평민은 영원히 흙수저일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잘못된 세상은 스스로 무너지거나 혹은 외부의 압력에 의해서 무너지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금수저와 흙수저가 뒤집어지게 마련이다.

지금 금수저라고 해서 자자손손 영원히 잘 살 수는 없다. 그리고 금수저도 늙고, 은수저도 늙고, 흙수저도 늙는다. 금수저도 죽고, 은수저도 죽고, 흙수저도 죽는다. 암에 걸린 금수저보다는 건강한 흙수저가 더 낫다.

마지막으로 넓은 집에 살지 못하는 대신 넓은 공원에 가서 산책을 하자. 비싼 물건을 소유하지 못하는 대신 박물관에 가서 금수저도 소유할 수 없는 귀한 물건을 감상하자. 비싼 식당에 못 간다고 속상해하는 대신 금수저도 먹지 못할 맛있는 라면을 끓여서 먹어보자.

흙수저라며 절망하지 말자. 대신 1. 일단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자. 2. 다른 가치를 추구하자. 3. 언젠가 세상은 바뀐다는 것을 잊지 말자. 4. 나를 사랑하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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