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건강칼럼니스트 문종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피해자는 수없이 많아도 가해자는 없다. 수사도 지지부진하여 피해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 사건은 사회적 파장이 컸음에도 국가는 이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고 있다. 누구를 위한 국가인지 속이 터질 지경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4만여 종이며 이 중 유해화학물질로 분류되는 것이 약 2000여 종으로 추산된다. 그리고 연간?400여 종 이상의 새로운 화학물질이 국내로 유입돼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이 하루에 접하는 화학물질 수는 약 126개로 조사됐으며, 이러한 화학물질은 여성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렇게 많은 화학물질이 넘쳐나는 것은 편리한 생활에 익숙해진 현대인의 습성 때문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유해화학물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A ▶생식기관 기형을 부르는 프탈레이트 ▶잔류성유기염소계농약인 DDT ▶기억력과 학습능력 장애를 유발하는 난연제의 일종인 PBDE ▶1급 발암물질이면서 피부염과 아토피를 일으키는 6가크롬 ▶가구 접착제, 단열제 등의 건축자재에 많이 사용되는 1급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키즈카페나 유치원 등에서 사용되는 항균비누에 함유된 트리클로산 ▶소시지 등에 함유된 아질산나트륨 ▶플라스틱을 포함한 염소화합물을 태울 때 발생하는 맹독성 화학물질인 다이옥신 ▶그리고 마지막으로 물티슈나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되는 독성물질 4종(PGH, PHMG, CMIT,
MIT) 등을 언급할 수 있다.
이들 물질들은 대체로 한두 번은 유해화학물질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들이다. 그러면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된 PHMG와 PGH란 물질은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을까? 이 둘은 살균제나 부패 방지제로 흔히 사용되는 구아디닌계 화학물질이다. 살균력이 뛰어나고 물에 잘 녹아 가습기 살균제뿐만 아니라 샴푸와 물티슈, 부직포, 일부 의류 등에도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에서는 아직 가습기 살균제 흡입 독성에 관한 연구사례가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유독물질로 분류돼 있지도 않다.
인체에 안전한 살균제는 없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설치한 폐손상조사위원회의 역학조사 결과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피해를 본 것이 확실한 사람은 329명이고,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의 인과관계가 ‘확실’(definite)로 분류된 사람은 117명, 그리고 이러한 인과관계로 인해 사망했다고 판정한 사람은 68명이었다.
그런데 사실은 가습기 살균제가 출시된 1994년부터 문제가 발생한 2012년까지 발생한 잠재적 피해자는 184만 명에 이른다는 추정치도 있다. 어떤 방식으로 이러한 추정치가 나왔는지 알 수는 없지만 수백 만 개나 팔려나간 가습기 살균제가 본질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이 정도의 피해자는 발생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에 피해자들이 보상을 요구하자 가습기 살균제 개발 당시에는 흡입독성을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알 수 없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화학물질이 이처럼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 날마다 쏟아지는 수많은 화학물질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파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는 정부를 믿고 우리가 어떻게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겠는가?
인체에 안전한 살균제는 없다. 가습기 살균제는 오염된 가습기 내부를 살균하는 것이 아니라 실내 공기를 살균하는 기능으로 설명돼 있다. “가습기 물통에 세정제를 넣은 상태에서 물을 붓고 가습기를 작동시키세요.”
이 내용은 가습기 살균제가 실내 공기 중으로 분사돼 나오는 것을 설명하고 있으며, 공기 중으로 분사된 살균제를 흡입하게 됨으로써 폐 섬유화 등의 문제가 발생, 사망에까지 이르게 하는 것이다. 즉 가습기 살균제가 아니라 공기 살균제였던 것이다.
이런 과정을 이해했다면 손을 포함한 피부에 묻거나 먹거나 흡입했을 때에 인체에 유해한지에 대한 검사는 당연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 정도도 예측하고 준비하지 못했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가습기 살균제 사고가 발생한 후 취해진 조치는 한 가지다. 2011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반 공산품이던 가습기 살균제를 의약외품으로 분류했다. 그 이후 현재까지 의약외품으로 공식 승인받은 가습기 살균제는 없다.
자신의 건강 자신이 지켜야
“세상에 믿을 놈 한 명도 없다.”는 말이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국민의 입장에서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정부는 필요가 없다. 국민안전이 최우선이라고 강변하다가 정작 문제가 발생하면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피해자만 만들어내고 가해자는 찾지 않는 형태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 스스로를 믿을 수 있도록 공부하고 노력하는 길밖에 없다. 만약에 여러분이 살균제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상식만 있었다면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살균제는 세균을 죽이는 물질이며, 밀폐된 공간에서 이를 뿌리면 우리들의 몸도 큰 피해를 입게 된다.”는 사실을….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자
기업이 소비자의 건강을 생각해주는 일은 없다. 오로지 기업은 영리가 최고의 가치이자 목표다. 우리 국민은 대기업에 대해서 아주 큰 아량을 베푼다. “그렇게 큰 기업에서 설마!” 그 설마가 사람 잡는 일이 너무 많다. 우리의 삶 전반을 지배하면서 그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즐기고 있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는 기꺼이 국민 건강까지 담보로 잡을 수 있는 그런 집단에 아량은 사치일 뿐이다.
유해 화학물질은 우리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악용하면서 점차 우리들의 삶 깊숙이 들어와 자리매김 하고 있다. 그것이 독인지 약인지도 모른 채 사용하다 보면 어느새 우리의 몸은 원인 모를 병에 걸려있다.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된 PHMG와 PGH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비스페놀-A나 포름알데히드, 다이옥신 등은 언론에 많이 노출되면서 알려져 있으나 그것보다 훨씬 다양한 유해 화학물질이 우리 생활 전반에 퍼져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작은 것을 얻기 위해 큰 것을 내주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우리들의 삶의 공간에서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모조리 없앤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항균·멸균·살균 관련 제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공기청정기도 가습기 살균제만큼이나 사용에 주의를 해야 한다. 물티슈나 항균비누 대신 손수건이나 천연비누를 사용하면 좋겠다.
살균제 대신 내 몸 저항성부터 키우자
외부에서 원천적으로 세균을 봉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99% 살균, 항균 효과 100% 등의 선전에 속으면 안 된다. 가장 현명한 것은 어떤 환경에서도 내 몸과 마음을 지킬 수 있도록 체내 면역력과 자연치유력이 발현될 수 있도록 좋은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 몸은 놀라운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우리 몸을 믿어보자. 그리고 내 몸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내 몸과 마음에 봉사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