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내분비내과 윤지완 교수】
얼마 전 또 한 번의 충격적인 결과가 발표됐다. 대한당뇨병학회는 2012년 한국인 당뇨병 연구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만 30세 이상 성인의 당뇨병 환자 유병률은 10.1%이며, 당뇨병 전 단계인 공복혈당장애 유병률은 19.9%에 달한다고 밝혔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이대로라면 2010년 320만 명이었던 당뇨병 환자가 2050년에는 591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국민병이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을 만한 어마어마한 수치다.
이렇게 당뇨병 환자가 많아지고 관심이 커지면서 당뇨병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도 덩달아 늘어났다. 병을 제대로 알아야 그 병을 이겨낼 수도, 예방할 수도 있는 법. 당뇨병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아 본다.?
우물쭈물하다간 큰일 나는 당뇨 환자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한다. 이는 당뇨병에도 해당하는 말이다. 누가 이것이 좋다고 하면 이렇게 해보고, 저것이 좋다고 하면 저렇게 해본다. 그게 진짜 좋으면 상관없지만 잘못된 정보라면 병을 키우는 꼴이다. 당뇨병은 다른 급성질환과 달리 짧은 시간에 완치되지 않는다. 꾸준히 관리를 해야 하며, 아픈 곳이 없는 상태에서도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망막병증 등 치명적인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당뇨병 합병증은 당뇨병에 걸린 기간이 길수록, 혈당 조절 정도가 나쁠수록 많이 발생한다. 따라서 당뇨병인 것을 알았다면 잘못된 정보에 휘둘릴 시간이 없다. 빨리 제대로 된 관리에 힘써야 합병증의 그림자로부터 멀리 달아날 수 있다.
당뇨병, 오해하면 아니되오~!?당뇨병에 대한 단골 오해 5가지
1. 당뇨병 걸리면 먹고 싶은 거 못 먹는다?
이전에는 당뇨병에 걸리면 전체적인 칼로리를 제한하고 여러 식품군 별로 일정한 비율과 양을 엄격하게 지키는 방법을 권장했다. 이럴 경우에는 적정한 비율과 양을 계산하는 방법이 복잡하고, 전에 먹는 식사와 전혀 다른 식사를 해야 해서 그대로 따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 달라졌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내분비내과 윤지완 교수는 “최근에는 전반적인 식생활 패턴은 크게 바꾸지 않고 문제가 되는 한두 가지의 식습관을 집중적으로 교정하는 방법이 강조되고 있다.”고 말한다.
당뇨병에 걸리면 먹고 싶은 것을 못 먹는다기보다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 당뇨병 환자에게 좋은 식단은 어느 누가 먹어도 좋은 식단이기 때문이다.
윤지완 교수는 “기본적으로 고칼로리 식사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지방 함량이 낮고, 염분과 당분이 많지 않은 음식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방 중에서도 특히 동물성 기름에 많이 들어있는 포화지방산이나 가공식품에 많이 포함된 트랜스지방을 주의해야 한다.
도정이 많이 된 밀가루나 곡식보다는 현미, 통밀을 선택해야 하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먹는 것도 중요하다.
안된다고 하면 더욱 먹고 싶은 것이 사람이다. 당뇨병 환자도 다량의 탄수화물이 들어있는 빵, 면 요리, 초콜릿, 디저트 등이 간절하게 먹고 싶을 수 있다. 윤지완 교수는 “전반적으로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면 이런 음식을 조금 먹는 것은 괜찮다.”며 “하지만 먹은 후에는 적절한 운동으로 먹은 칼로리를 소모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흔히 당뇨병 환자는 단 과일을 먹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 먹지 말아야 할 과일은 없다. 단, 조금만 먹어야 한다.
2. 당뇨병 걸리면 합병증은 반드시 온다?
윤지완 교수는 “고혈당인 상태가 계속되면 여러 가지 급성·만성 합병증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식사요법, 운동요법, 약물요법을 통해 혈당을 정상으로 유지하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지킨다면 합병증은 예방할 수 있다.
윤지완 교수는 “아울러 적절한 체중과 혈압,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유지해야 한다.”며 “합병증의 진행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정기적인 검사도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3. 당뇨병, 젊은 사람은 잘 안 걸린다?
2012 한국인 당뇨병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성인 10명 중 1명은 당뇨병 환자고, 2명은 잠재적 당뇨병 상태다. 윤지완 교수는 “성인 10명 중 3명이 고혈당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밝히고 “이 중 30~44세의 당뇨병과 공복혈당장애 유병률이 18.4%나 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젊다고 해도 당뇨병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다. 혈당이 심각한 경우가 될 때까지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으므로 젊다고 해도 당뇨병 예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4. 부모님이 당뇨병 아니니까 나는 괜찮다?
윤지완 교수는 “일반적인 제 2형 당뇨병은 유전적인 요인과 관계가 있지만 환경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고 말한다. 식생활의 서구화에 따른 고열량·고지방·고단백 식단과 운동부족, 스트레스 등이 당뇨병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환경이다.
윤지완 교수는 “당뇨병 가족력이 없는 사람도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당뇨병이 충분히 생길 수 있다.”며 “부모님이 당뇨병이 아니었다고 해도 당뇨병 예방을 위해 건강한 식습관, 적정한 체중 유지, 규칙적인 운동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5. 마른 사람은 당뇨병 안 걸린다?
비만이 당뇨병에 걸리게 하는 위험한 인자인 것은 분명하다. 우리 몸이 비만이 되고 운동이 부족하면 인슐린이 근육, 간, 지방 조직에서 제 기능을 못하게 된다. 이것을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한다. 인슐린 저항성이 심해지면 췌장은 인슐린을 더 많이 분비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도 한계에 다다르게 되는데, 이 단계가 바로 당뇨병이다.
하지만 날씬하다고 해서 당뇨병에 안 걸리는 것은 아니다. 요즘 들어 주목받고 있는 마른비만인 사람을 봐도 알 수 있다. 마른비만이란 복부비만이 없더라도 비만인 사람과 비슷하게 혈당과 혈압이 높고, 혈중 중성지방이 높은 사람을 말한다. 이런 사람들도 당뇨병 발생 위험이 높다.
윤지완 교수는 “비만이어도 제 2형 당뇨병이 안 생길 수 있고, 반대로 정상체중이거나 저체중이어도 제 2형 당뇨병은 생길 수 있다.”며 “날씬하다고 해서 당뇨병에 걸리지 않을 거라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한다.
윤지완 교수는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서 당뇨병 등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 대한내분비학회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