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조아름 기자】
【도움말 | 아주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김범택 교수】
서울 사당동에 사는 33살의 이유진 씨는 아침에 일어나 잼을 듬뿍 바른 빵과 과일맛 요거트를 먹고 출근한다. 그리고 출근하자마자 달달한 믹스커피 한 잔을 타 마신 후 업무에 돌입한다. 점심식사 때는 매콤달콤한 찜닭과 콜라를 먹었고, 식후 입가심용으로 휘핑크림이 잔뜩 올라간 캐러멜마끼야또를 마신다. 그리고 오후 4시경 동료들과 떡볶이를 간식으로 먹고, 퇴근해서는 친구들을 만나 양념치킨에 맥주 한 잔을 한다. 그러고선 친구들과 카페에 들러 과일주스와 초콜릿케이크를 먹으며 남은 수다를 떨고 귀가한다. 과연 그녀가 오늘 하루 먹은 음식 중 설탕 혹은 단맛을 내는 첨가제가 들어가지 않은 것은 몇 개나 될까??
넘쳐나는 단맛의 뿌리칠 수 없는 유혹
우리 국민의 연간 1인당 설탕 소비량은 26kg이다(2009년 기준).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약 75kg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양이다. 밥 한 공기를 먹을 때 설탕도 1/3 공기를 먹은 셈이다. 누군가는 “설마 그렇게 많이 먹겠어?”라며 의심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의식하지 않은 사이 먹게 되는 설탕의 양은 의외로 엄청나다. 시중에 파는 과자나 음료, 빵이나 음식에 들어가는 각종 소스와 양념들….
이처럼 식당, 학교, 직장, 가정, 마트 등 우리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곳마다 설탕이 듬뿍 든 음식들이 넘쳐나고 있다.
물론 단맛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아주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김범택 교수는 “단맛은 우리 뇌에서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부위를 활성화시키며, 긴장감^스트레스를 줄여줘 기분전환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단맛, 즉 설탕을 ‘나쁜 식품’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앞서 말한 설탕의 좋은 효과들은 일시적이며, 설탕을 과잉 섭취할 경우 오히려 우리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기 때문이다.
달콤하지만 위험한 당신, 설탕
단맛의 대표격인 설탕은 포도당과 과당이라는 두 개의 단순당이 모여 정제되어 만들어진 결정체다. 사실 이것만 봐서는 설탕이 좋다, 안 좋다 판단할 수 없다. 적당한 양을 먹는 것은 그렇게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지나치게 먹을 경우 우리 몸에 불러일으키는 설탕의 영향은 크다.
김범택 교수는 “단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생기가 넘치는 것은 잠시뿐 결과적으로 비만을 유발하고 뇌를 마비시켜 식탐을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설탕과 같은 단맛을 내는 식품들은 빨리 체내에 흡수되기 때문에 혈당을 급격하게 상승시킨다. 혈당이 갑자기 올라갈 경우 이를 낮추기 위해 인슐린이 과다 분비되고, 이는 설탕과 같은 탄수화물류를 우리 몸의 체지방으로 축적시킨다. 또 급격하게 올라갔던 혈당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다시 허기를 느끼게 된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설탕의 단맛은 우리의 뇌가 잘 인식하지 못한다. 이는 우리가 식사 후 배가 불러도 달콤한 디저트를 먹을 수 있는 이유이며, 햄버거를 먹을 때 꼭 콜라가 따라오는 이유다. 특히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햄버거를 물과 함께 먹을 때보다 콜라와 먹을 때 더 많이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콜라에 함유된 탄산과 다른 성분들의 영향도 있겠지만, 결국 콜라의 단맛은 우리의 뇌가 포만감을 느끼는 데 방해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찾는 초콜릿이나 사탕도 중독될 수 있다. 중독은 서서히 그 양이 늘어나며, 스트레스를 받을 때 찾게 되는 특징이 있다.
김범택 교수는 “흔히들 중독이라 하면 담배나 술, 마약 등을 떠올리지만 설탕 역시 뇌의 중독중추를 자극해 단 것을 계속 먹게 한다.”며 “이 경우 일시적으로 기분은 좋지만 장기적으로는 뇌가 단맛에 길들여져 더 많은 단맛을 원하게 되고 이것이 또다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한다.
그래서 비만환자들 중에는 단맛에 중독되어 있는 경우도 많고 우울증을 갖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시중에 넘쳐나는 단맛 식품들을 과감하게 물리치고 설탕 섭취를 줄이는 방법, 무엇이 있을까?
1. 영양성분표를 꼼꼼하게 본다
가공식품은 영양성분표에 당류 함량이 표시되어 있다. 설탕이나 액상과당 등 식품 속 당류 함량을 확인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이러한 습관으로 당 섭취를 줄일 수 있다.
특히 김범택 교수는 “액상과당은 옥수수녹말을 변환시켜 만든 과당으로 액체 형태이기 때문에 과자나 여러 식품에 널리 쓰인다.”며 “눈에 보이는 설탕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라고 경고한다.
2. 다양한 맛을 추구하는 식생활로 교정한다
다양한 맛을 접하고 이러한 맛이 맛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 된다. 우리는 다양한 미각수용체를 가지고 있는데, 이 역시 계속 자극을 줘야만 발달하기 때문이다. 단맛만 추구할 경우 단맛이 가장 맛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김범택 교수는 “다양한 식재료와 조리법으로 단맛 외에도 다양한 맛을 맛있게 느끼게 하자.”며 “특히 어릴 때 평생 입맛이 결정되는 만큼 부모가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3. 효소액, 과즙, 꿀 등으로 대체한다
효소액이나 과즙, 꿀 등도 단맛이 난다. 이 역시 엄연히 따지면 설탕과 같은 과당이다. 하지만 조금 차이가 있다. 김범택 교수는 “같은 과당이더라도 자연에서 얻은 만큼 당 외에 다른 성분들을 가지고 있고, 단맛의 맛이나 깊이가 다르다.”고 말한다.
또 필요할 경우 인공감미료로 대체할 수도 있다. 김범택 교수는 “사카린이나 아스파탐과 같은 인공감미료는 당이 아닌 아미노산 결합체이기 때문에 구조가 아예 다르다.”며 “고도비만 혹은 당뇨 환자들처럼 설탕 섭취를 줄여야 되는 상황이라면 인공감미료로 대체시키기도 한다.”고 덧붙인다.
4. 청량음료 대신 물을 마신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수시로 마시는 청량음료의 양도 무시할 수 없다. 이보다는 가능한 물을 마시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5. 스스로 행복해야 된다
긴장했을 때, 불안할 때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우리 몸은 보상기전으로 단맛을 찾는다. 김범택 교수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단맛을 찾는 것보다는 운동, 편안함을 주는 심호흡하기, 행복했을 때의 기억 떠올리기 등의 다른 방식으로 행복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TIP. 당뇨환자들을 위한 설탕 대체 감미료
당뇨환자들은 설탕을 사용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혈당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단맛이 꼭 필요할 경우 설탕 대신 설탕 대체 감미료를 이용하자.
● 아스파탐 : 아미노산 계열의 감미료로 국내에서는 화인스위트, 그린스위트 등의 제품명으로 시판 중이다. 설탕보다 180배 강한 단맛을 내며 큰 부작용이 없어 안전한 설탕 대용품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 사카린 : 설탕보다 단맛이 300배 강하고, 전혀 열량이 없는 물질이다. 체중증가나 혈당증가를 유발하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임산부는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 수크랄로스 : 최신의 설탕 대체 감미료로 설탕보다 600배 강한 단맛을 가지고 있으며, 설탕의 구조를 약간 변형시켜 만든 것으로 맛도 설탕에 제일 가깝다.
김범택 교수는 현재 아주대학교병원에서 비만클리닉을 담당하고 있다. 대한비만학회 홍보간사, 대한가정의학회 교육위원, 대한임상영양의학회, 가정의학회 비만연구회 회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