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마인드21 진로학습연구소 김진구 소장】
초등학교 2학년 수찬이는 엄마 민경 씨가 ‘공부’란 말만 꺼내도 딴청을 부린다. 이럴 때마다 민경 씨의 속은 바짝바짝 타들어 간다. 6살 때까지만 해도 공부를 좋아했던 수찬이는 학교에 들어가고 난 후부터 공부 거부감을 보였다. 공부도, 숙제도 정말 하기 싫은데 민경 씨의 잔소리가 무서워 울며 겨자 먹기로 하고 있는 눈치다. 매일 저녁 공부전쟁을 벌이는 민경 씨와 수찬이. 수찬이를 공부 좋아하는 아이로 만들 방법은 없는 걸까?
공부 잘하면 공부 좋아할까?
많은 부모는 아이가 한 번 100점을 맞아보면 공부의 즐거움을 맛볼 것이고 그로 인해 학습 동기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단 열심히 가르치거나 공부를 많이 하게 해서 좋은 성적을 받도록 애쓴다.
그러나 마인드21 진로학습연구소 김진구 소장은 “100점 자체가 아이의 학습 동기를 높여주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갓 돌이 지난 아이가 그림책을 넘기면서 봤다고 해보자. 사실 아이에게 남는 것은 그림책 속의 그림이 아니라 그 책을 볼 때 느꼈던 어머니의 사랑스러운 눈빛, 책을 읽어주는 따뜻한 목소리 등이다.
김진구 소장은 “학습 동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학습 상황에서 성공이나 실패 그 자체가 아니라 결과에 대한 반응”이라고 말한다. 100점 또는 50점을 받아왔을 때 부모의 반응으로 자신의 능력을 검증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김진구 소장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의 능력은 ‘잘한다.’와 ‘못한다.’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 스탠포드대학 심리학자인 캐롤 드웩 박사는 능력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입증해 보여야 하는 ‘고착된 능력(고착 마인드 세트: Fixed mindset)’과 학습을 통해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는 ‘변화 가능한 능력(성장 마인드 세트: growth mindset)’이 있다고 말했는데 여기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인다.
‘성장 마인드 세트’를 가져라!
캐롤 드웩의 연구에 의하면 과제를 실패한 후에 보이는 아이들의 반응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 집단은 과제에 실패하면 자신도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능력이 없으니까 문제를 회피하고 더는 노력하지 않았다. 과제를 할 때마다 지루해하거나 불안해하고 이후 과제 결과도 좋지 않았다.
두 번째 집단은 과제에서 실수하는 것은 일시적인 것이고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했다. 이 집단의 아이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했고, 과제를 할 때마다 차츰 결과가 좋아졌다.
김진구 소장은 “이렇게 집단이 나뉜 이유는 서로 다른 목표를 추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첫 번째 집단은 공부한다는 것은 나의 능력을 드러내거나 완성하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다. 반면 두 번째 집단은 공부의 목표를 내 능력을 개발하거나 개선하는 것으로 여겼다.
공부를 거부하는 아이는 위의 첫 번째 집단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다. 즉 공부를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확인 받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한 번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실수나 실패 자체를 두려워해서 도전을 하지 않는다. 이 아이들에게 열심히 해도 성적이 안 나오는 것은 자신의 무능력과 머리가 나쁘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셈이다. 도전을 하지 않으면 성적에 대한 핑계거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공부를 꺼려 할 수 있다.
공부 좋아하는 아이로~ 현명한 교육법
부모라면 자신의 아이가 공부를 두려워하고 싫어하길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부모의 잘못된 교육방식 때문에 아이의 공부 거부감이 시작됐다면 즉시 고쳐 나가야 한다.
1. 필요한 칭찬을 해라!
“정말 똑똑하구나!”, “학원에 안 가도 이렇게 잘하다니 정말 머리가 좋구나!”, “넌 천재인가 봐!” 같은 말들은 순간적으로 기쁨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실수를 하거나 성적이 떨어지면 그런 말들은 사실이 아닌 것이 된다. 성공이 똑똑함을 의미한다면 실수나 낮은 점수는 자신의 무능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김진구 소장은 “어떤 결과에 대해서만 자꾸 칭찬하게 되면 아이는 앞으로 부모를 지금처럼 기쁘게 하지 못했을 때 자신이 어떤 대우를 받게 될 것인지 두려워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쯤 되면 대부분의 부모는 도대체 어떻게 칭찬을 해야 잘하는 것인지 궁금해질 것이다. 아이가 공부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는 것이 싫다면 칭찬도 현명하게 해야 한다. 김진구 소장은 ‘묘사-반응-인정’으로 이어지는 칭찬의 법칙을 추천한다.
묘사하기-반응하기-인정하기 법칙을 기억하라!
칭찬은 첫 번째로 상황을 묘사하고, 그 상황에 대해서 좋은 반응을 보인 다음 아이의 노력을 인정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아이가 그림을 잘 그렸을 때 “그림을 아주 잘 그렸구나!”라고 한다면 아이는 구체적으로 부모가 어떤 점을 칭찬했는지 알 수가 없다. 자신이 뭘 잘해서 칭찬을 받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대신 “멋진 풍경 그림이구나. 예쁜 꽃과 나무를 그렸네(묘사).”, “꽃잎과 잎사귀를 진짜처럼 잘 그려서 근사하다(반응).”, “몇 시간 동안 정성껏 그렸구나. 나중에 할머니 댁에 가서 보여 드리자(인정).”라고 하는 식이다.
나를 유심히 지켜본 부모에게서 상황에 맞는 칭찬이 나올 때 아이는 공부든 뭐든 열심히 하고 싶어진다.
현재를 칭찬하라!
항상 다른 과목에 비해 수학성적이 나쁜 아이가 갑자기 수학 성적이 올랐을 때를 예로 들어보자. “예전에는 수학을 못하더니 이번에는 성적이 아주 잘 나왔네.”와 같은 반응은 칭찬과 모욕이 합쳐진 말이나 다름없다. 김진구 소장은 “현재 중심의 간단한 인정이 아이에게는 더 좋은 칭찬이 된다.”고 말한다.
2. 노력의 중요성을 일깨워줘라
세상에서 많은 업적을 남긴 인물들은 대부분 남보다 노력을 많이 했던 사람이지 천재는 아니었다. 그래서 공부에 거부감이 있는 아이들에게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줘야 한다.
김진구 소장은 “열심히 하는 것은 결코 능력이 부족하거나 지능이 낮은 아이들이 하는 것이 아니고, 실수하거나 실패해도 자신이 갖춘 능력이나 가치와 상관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고 설명한다.
3. 잘못된 행동 교정에 올인 하지 마라
유독 아이의 문제 행동에만 지나치게 반응하는 부모가 있다. 약속을 잘 지키는 좋은 습관은 당연한 듯 관심도 없고 숙제를 안 하는 것은 세상에서 제일 못난 일처럼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아이가 공부를 싫어하는 것 자체를 너무 나무라지 말자. 대신 왜 공부를 싫어하게 됐는지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알아보는 것이 좋다.
“왜 공부가 하기 싫으니?”라고 물으면 아이도 정확한 이유를 모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엄마가 하는 말 중에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이 뭐니?”, “공부 말고 무엇을 하고 싶니?”, “공부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뭐니?” 등 구체적인 질문을 통해서 그 이유를 알아보는 것이 좋다.
김진구 소장은 노량진 행정고시학원 교원임용 전임강사다. 서울특별시 학습컨설팅 과정 자문위원, 아트앤아트 학습상담 자문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는 <1등 공부법(부모가 꼭 알아야할 학습클리닉 프로젝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