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은혜 기자】
“매일매일 마음수련으로 마음을 풀어주세요”
지치고 힘들 때는 걷고 달리는 사람!
외롭고 그리울 때는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
우리나라 정신의학의 초석을 다져 온 한 노 교수가 자신의 치유법으로 소개한 방법들이어서 이채롭다. 연세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35년을 살아온 이홍식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금은 명예퇴직을 하고 명예교수로 있지만 그는 우리나라 정신의학계를 견인해온 주역이다. 부정적 편견이 심했던 정신과를 지금의 정신건강의학과로 바꾸는 데 단초를 제공한 사람도 바로 그다. 지금도 여전히 치유의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멘토가 되어주고 있는데 그 저력은 뭘까?
홀대 받는 병이어서…
환자도 숨기고, 가족들도 쉬쉬하고….
‘똑같은 병인데 왜 그래야 하나?’
이홍식 교수가 1980년대 정신의학을 전공한 이유다. 세상 사람들의 편견을 바꾸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시작된 행보는 우리나라 정신의학계의 의료 지형을 바꾸어놓는 데 일조를 담당했다. 우리나라 정신의학계를 이끈 1세대 주역으로서 그가 남긴 족적은 기념비적이다. 1990년 당시 기적의 정신질환 치료제로 불리던 클로자핀을 국내 최초로 도입해 난치성 정신분열증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에 크게 기여한 사람도 바로 그다.
지금은 대중적인 진단명이 됐지만 1990년대 초만 해도 그 개념조차 생소했던 ‘워커홀릭’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해 독자로부터 “배부른 소리 한다.”며 냉소적인 항의를 받기도 한 사람이 바로 그다.
특히 그는 정신과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깨는 데 실질적인 포문을 연 주역이기도 하다. 2001년 3월, 세브란스정신병원장으로 취임한 이홍식 교수는 뜻밖의 문제에 직면했다.
“조현병이라 부르는 정신분열증뿐만 아니라 우울증, 공황장애 등 모든 정신건강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특수병원으로 문을 열었는데 사람들이 병원에 오기를 꺼려하는 거예요.”
정신병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 때문이었다. 속상했다. 그래서였다. 병원 이름을 바꿀 결심을 했다. 정신과병원을 정신건강병원으로 바꾸면서 지금의 정신건강의학과 태동도 가능케 했다.
35년 임상 화두로 삼았던 것은 ‘마음 수련’
조울증이나 정신병에 걸려도 적어도 품위와 존중은 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35년간 한 길을 걸어온 이홍식 교수!
그 여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수많은 오해와 편견과 맞서 싸워야 했고, 날로 다변화되는 질병의 양상과도 끊임없이 대적해야 했다.
1980년대 이홍식 교수가 처음 임상을 시작했을 때는 두꺼운 교과서 2권이면 족했다고 한다. “실제로 진료를 해보면 한두 챕터만 보면 되었어요. 정신병이나 심한 우울증, 불면증 위주의 환자가 대부분이었으니까요.”
그랬던 정신의학은 1990년대 들어서면서 불안장애가 끼어들었고, 2000년대 들어서는 스트레스가 가세하면서 질병의 양상도 그만큼 복잡해졌다.
그 과정에서 이홍식 교수는 수많은 환자들과 만났다. 재발과 악화를 반복하는 정신분열증 환자도 만났고, 다양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호전되지 않는 불면증 환자도 만났다. 정신분열증에서 우울증, 불면증, 공황장애까지 크고 작은 정신질환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새 희망을 찾아주기 위해 노심초사해온 35년이었다.
그 긴 세월 동안 이홍식 교수가 언제나 의학적 신념으로 삼았던 화두는 하나였다. 그것은 바로 ‘마음수련’이었다. 매일 아침마다 건강체조를 해서 몸을 풀어주듯 마음도 매일매일 풀어주는 수련을 해야 한다는 거였다. 이홍식 교수는 “매일매일 마음을 풀어주는 것은 정신을 건강하게 하는 바로미터가 된다.”고 말한다.
매일매일 마음 풀기는 이렇게~
산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다. 때로는 외롭고 고통스럽기도 하다. 불안하고 우울한 날도 많다. 또 살다 보면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려운 일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정신의학계의 대부 이홍식 교수는 “그래서 매일매일 마음을 풀어주는 마음수련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불안하고 우울할 때 견딜 수 있는 정신적 맷집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이홍식 교수가 마음풀기 수련법으로 추천하는 방법은 3가지다.
1. 아침에 일어나면 마음체조를 하자
아침에 일어나면 피로도 풀리고 머리도 맑다. 눈을 뜨자마자 손을 깜빡깜빡, 다리를 까닥까닥 하면서 ‘아, 오늘 내가 살아 있구나.’를 생각해보자.
인디언 나바우족 속담에 아침에 일어나면 아들을 데리고 나가 뜨는 해를 보게 하면서 “오늘 해는 오늘 산다.”고 가르치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또 저녁에 다시 데리고 나가 지는 해를 보게 하면서 “오늘 해가 죽는다.”라고 가르친다고 한다.
오늘 해는 오늘 하루만 살다 간다. 오늘 하루를 값지게 살아야 하고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알려주는 속담이다.
우리가 오늘 살아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오늘도 내가 살아서 뭔가를 느끼고, 새로운 것도 볼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면 전날 부부싸움을 했더라도, 미운 사람이 있더라도 별일 아니게 된다.
‘내가 한 발 양보하련다. 내가 더 행복하기 위해서. 내가 살기 위해서.’ 이렇게 생각하면 사는 것이 훨씬 행복해진다.
2. 아침에 일어나면 3분간 호흡하자
이부자리에 앉아서 허리를 펴고 3분이라도 들이쉬고 내쉬면서 깊은 호흡을 한다. 그러면서 내 마음을 가지런히 해보자. 손으로 얼굴을 비비고 마사지도 하자. 가슴도 쓸어주고 스트레칭도 하자. 그렇게 하면 마음에 여유의 공간이 생긴다.
3. 몰입하는 일을 갖자
우리는 끊임없이 생각을 한다. 정보가 너무 많아서 생각도 많다. 음식도 너무 많이 먹어서 문제이듯 마음도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느껴서 비만에 빠져 있다.
마음의 비만은 마음을 상하게 한다. 따라서 마음도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그러자면 생각부터 줄여야 한다. 몰입은 생각을 빼내는 데 효과적이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게 되면 그 생각이 단절되기 때문이다.
평소 한 가지 일에 몰입하고 몰두하는 취미를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하면 몸이 홀가분해지고 맑아진다. 그 보상으로 마음도 풍요로워지고 넓어진다. 마음수련을 위해서도 꼭 몰입할 수 있는 취미를 갖도록 하자.
이홍식 교수에게도 “매일매일 마음 풀기는 언제나 삶의 좌우명이 되고 있다.”며 “그래서 트래킹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도 부른다.”고 말한다.
트래킹을 하고, 그림도 그리는 정신의학 대가
● 유화 개인전 3회! 그림 기법은 잘 모른다. 느낌 가는 대로 그린다.
● 제주 올레길,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 프로방스 언덕길, 이탈리아 아말피 해안 트레일, 뉴질랜드 밀포드트랙까지… 세계 각지의 이름난 트레킹 코스를 걷고 또 걸었다.
● 마라톤대회 10회 완주!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것을 최고의 영광으로 생각한다.
이홍식 교수가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들이다. 매일매일 크고 작은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수많은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로 살았던 그도 때로는 외롭고, 때로는 우울하고, 때로는 지칠 때도 있었다. 그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도 다른 사람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그림을 그리며 위로를 받았다. 트레킹을 하면서 일상의 찌꺼기를 씻어냈다. 극한의 한계에 도전하는 마라톤을 뛰면서 어떤 어려움도 어떤 아픔도 반드시 끝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홍식 교수는 “그림, 트래킹, 마라톤은 삶의 행간행간에서 다친 마음을 치유하는 나만의 마음수련법이었다.”며 “삶의 찌꺼기를 정화시키는 데 중요한 툴이 되어 주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오늘도 이홍식 교수는 시간 날 때마다 걷는다. 오로지 걷는 행위에만 집중한다. 동적명상이라고 부르며 걷는다. 그런 시간을 반드시 갖는다.
그림도 그린다. 그림을 그리면서 자기를 잊고 자기를 비운다. 몰입하는 정적 명상을 즐긴다.
때로는 동적 명상, 때로는 정적 명상을 일상에서 호흡하듯 행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그 힘으로 세상도 위로한다.
그런 그는 지금 하나원에 적을 두고 탈북민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치유사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가치 있는 일을 해보자며 시작한 일이다. 그에게 “힘든 시절 큰 힘이 되어주었다.”며 고마워하는 탈북자의 감사편지는 큰 위로가 된다.
이 소소한 일상에 행복해하고, 그것이 인생이라고 여기는 이홍식 교수! 오늘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가장 감사한 일이라고 여기는 그는 그래서 오늘도 후회 없는 하루를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