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양미경 기자】
“꾸준한 식이요법 실천으로 새생명 얻었어요”
건설 일을 하면서 구릿빛 피부를 태우던 윤국동(53) 씨는 바쁜 일을 핑계로 밤낮 없이 밖으로 나돌았다. 정신 없이 흘러가는 삶 속에서 그가 가족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게 된 것은 3년 전 간암 판정을 받으면서부터라고 한다. 의지에서 비롯된 건 아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건강을 돌보며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 행복하다는 그에게서 삶의 내밀한 비밀을 엿들어본다.
윤국동 씨의 삶의 방향이 180도 바뀌게 된 것은 2004년 2월이었다. 상체에 손을 대기가 무서울 정도로 심한 고열이 지속됐지만 처음에는 단순한 감기로만 여기고 하루를 지냈다. 열이 식을 줄 모르자 가까운 스님의 소개로 한의사를 만나 오이를 먹으라는 충고를 듣고 그대로 해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몸은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안 좋은 예감으로 양평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찾은 한의사로부터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믿기 힘들었다. 다시 종합병원에서 간에 있는 암세포 크기가 8cm라는 검사결과를 듣게 되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숨 돌릴 새도 없이 이어지는 죽음에 대한 경고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던 윤국동 씨는 그 말들이 모두 거짓이라고만 생각했다.
수술하면 6개월, 안 하면 3개월
그러나 현실은 윤국동 씨에게 더욱 가혹했다. “수술을 하면 6개월, 안 하면 3개월”이라는 의사의 말에 그는 도대체 수술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어차피 죽을 목숨 답답한 병원에서 몸부림치느니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하며 마지막 가는 길이나 정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안쓰러웠던 담당의는 “죽을 때 죽더라도 수술이나 한 번 하고 죽으라.”며 간곡한 설득을 했고 마침내 수술대에 올랐지만 간 중앙부분에 떡하니 자리를 잡은 암세포를 떼어내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수술 대신 색전술을 시행하고 병원에 1주일 정도 입원했는데 정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더라구요. 동생의 친구 소개로 숯가루 요법이란 걸 알게 되었고 대체요법으로 암을 치료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실로암 요양원이라는 곳을 찾게 되었습니다.”
반신반의하며 1주일 정도만 머무르려고 했던 그곳에는 때마침 폭설이 내렸다. 다시 허리까지 쌓인 눈이 녹을 때까지만 머무르려던 결심은 하루, 이틀 미뤄지면서 5개월 남짓을 생활하게 되었다.
“요양원에 있으면서 화식은 절대 금하고 아침에는 곡물가루와 뿌리채소, 점심에는 곡물가루와 야채 그리고 저녁에는 과일을 먹는 생활을 반복했는데 한 3일 정도 지나니까 몸에서 거부반응이 오더라구요. 그래도 어차피 몇 개월 살지도 못한다는데 속는 셈치고 한 번 믿어보자는 마음으로 철저히 식습관을 관리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요양원에 들어간 지 한 달 후에 다시 색전술 때문에 병원을 찾은 윤국동 씨는 암세포 수치가 줄어들었으며 위치도 중앙에서 가장자리로 이동했다는 희소식을 듣게 되었다.
생활 자체를 바꿔야만 성공할 수 있는 식이요법
5개월 동안의 요양원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윤국동 씨는 양평 시내에 있던 세간을 정리해 산자락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생활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결코 식이요법에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이성으로는 투병생활의 원칙들이 잡혀 있지만 사람들과 다시 어울리면서 밥 한 끼, 차 한 잔 하다가 결국 유혹에 넘어가게 마련이거든요. 만약 투병생활 초기에 요양원에서 머무르지 않았더라면 저 역시 식이요법에 실패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3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지켜온 식습관이지만 지금도 익힌 음식 냄새를 맡으면 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는 윤국동 씨는 화식의 유혹이 가장 무서운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아직 한창 일할 나이에 산으로 들어와서 건강에만 전념하면서 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나 없이 살아가야 할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하니 일단 살고보자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군요. 그런데 막상 번잡하고 바쁘기만 했던 삶에서 한 발 물러나서 보니 왜 이제까지는 이렇게 여유롭고 평온한 삶을 몰랐을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행복합니다.”
만 3년을 꼬박 새벽 5시에 일어나 숯가루 한 스푼과 물 2컵을 먹고 체조와 등산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정해진 식사 이외에는 어떤 음식도 입에 대지 않는 철저한 생활을 한 윤국동 씨는 투병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라고 강조한다.
“5년 동안 꼬박 식이요법을 하고서 몸이 좀 나았다 싶으면 다시 술, 담배를 하는 친구들을 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꼭 다시 암이 재발하거든요. 식이요법이 어려운 것은 꾸준히 죽을 때까지 실행해야 한다는 거예요. 하다가 안 하면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걸 지금 투병생활을 하시는 모든 분들께 강조하고 싶어요.”
몇 년 전부터 5cm로 크기가 줄어들어 전이되지 않은 채 정체된 암세포는 그런 윤국동 씨에게 더욱 삶에 대한 희망을 자극한다고 한다. “암이 걸리기 전과 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가족들의 소중함에 대해 인식하게 되었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돈 벌어다준다는 핑계로 내 위주로만 생활하면서도 언제나 몸과 마음이 팍팍하기만 했거든요. 그런데 암에 걸리고 나서야 가족들과 얼굴 맞대고 있는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된 거죠. 아프기 전에 조금 더 건강을 챙기고 조금 더 가족과 함께 하는 생활을 했더라면 좋았겠지만 지금 이 순간 후회는 없어요.”
산이 너른 품을 내어준 곳에서 화초를 키우고 고양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윤국동 씨는 암이 가져다 준 삶의 평화로움이라는 역설에 너털웃음을 짓는다.
윤국동 씨의 건강을 찾아준 하루 일과표
· 5시 기상 ? 숯가루 한 스푼, 물 두 컵.
· 기상 후 1시간 반 가량 선 체조.
· 7시 ? 뿌리채소(고구마, 감자, 도라지, 더덕 등)와 곡물가루(현미, 참깨, 들깨, 쌀을 간 가루)로 아침 식사.
· 아침 식사 후 2시간 가량 등산.
· 12시 ? 상추, 케일, 신선초, 쑥갓과 곡물가루, 묵, 매실 장아찌(매실과 마늘을 소금, 꿀과 함께 1년 정도 숙성시킨 것)로 점심식사.
· 간식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아침이나 점심을 먹고 소화될 쯤에 무조건 물만 마신다.
· 18시 ? 고구마, 단 호박, 감자 등을 구워서 과일과 함께 섭취.
· 21시 ? 취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