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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특집] 헬조선 사회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

2016년 12월 건강다이제스트 감사호

【건강다이제스트 | 문지영 기자】

【도움말 | 고려대 의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고영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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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사는 게 힘들면 자기가 살고 있는 나라를 ‘지옥’이라 말하겠는가?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면서 행복지수 바닥을 기록하고 있는 나라!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인구 대국도, 자원 부국도 아닌 나라에서 세계가 공인하는 놀라운 경제적 발전을 이룩해낸 배경에는 그만큼 국민들의 노력과 고통이 컸음을 반증하는 결과다.

OECD 국가 중 최고의 자살률, 극도의 청년실업, 엄청난 노동 강도, 각종 성범죄 및 존속 살인 등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지옥에 비유한 ‘헬조선’은 철저한 신분사회였던 과거의 조선 사회처럼 우리 사회가 자본과 소득에 따라 고착화된 신분과 그에 따른 각종 문제들로 무너져 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우리 사회를 좀 더 지옥 같지 않게, 우리 자신을 좀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 과연 헬조선 사회에 비상구는 없을까? 2016년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그 해법을 찾아본다.

흙수저, 금수저 논란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

자산 20억에서 자산 5000만 원까지

소고기 좋아하시는가? 기가 막히게 맛있는 육질과 마블링을 자랑하는 으뜸 소고기 한우는 육질에 따라 등급이 매겨진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는 소고기가 아닌 사람도 등급이 매겨지고 있다. 소위 수저계급론!

사실 과거 유럽에서는 유모가 자신이 돌보는 귀족의 자녀에게 은수저로 젖을 먹이던 풍습이 있었다. 수저계급론은 이러한 상황을 빗대어 ‘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 (은수저를 물고 태어남)’에서 유래된 것이다. 어쨌거나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본인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맥락이다.

일명 금수저와 흙수저로 대변되는 이러한 수저계급론에서 금수저는 ‘재력과 능력이 매우 뛰어난 부모를 가진 덕에 살아가려고 힘들게 고생하지 않아도 되는 자식’들을 뜻한다. 반면, 흙수저는 ‘부모가 가진 능력과 형편이 열악해서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자식’을 말하며 사회에 대한 불신과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깊은 반감을 투영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부모의 자산이 20억 원, 혹은 가구 연 수입이 2억 원 이상일 경우는 ‘금수저’, 자산 10억 원 혹은 가구 연 수입 1억 원 이상일 경우는 ‘은수저’, 자산 5억 원 혹은 가구 연 수입 5500만 원 이상일 경우는 ‘동수저’ 등으로 나뉘며, 흙수저는 이들 중 어느 것에도 속하지 못하는, 자산 5000만 원 미만 혹은 가구 연 수입 2000만 원 미만인 가정 출신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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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 Vs 흙수저, 정말 그렇게 다를까?

금수저 J 씨(29세) : “돈도 실력이에요”

얼마 전 대기업에 취직한 J 씨는 입사 축하 명목으로 아버지에게 포르쉐를 선물로 받았다. 대형로펌 대표인 아버지 덕에 평생 돈 걱정을 해본 적이 없는 J 씨. 하지만 아버지처럼 변호사가 될 머리도 노력도 없었던 것이 아버지와 불화의 원인이 되곤 했는데, 지난해 미국에 있는 아버지 친구의 IT 중소기업에서 인턴 근무를 하고 돌아온 경험이 큰 이점으로 작용하며 국내 굴지의 대기업 입사에 성공하게 된 것이다. J 씨는 그날 밤, 아스팔트를 리드미컬하게 달리는 포르쉐를 타고서 2천만 원 상당의 약혼반지를 여자 친구에게 전하며 핫한 데이트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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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P 씨(29세) : “아버지에게 효도하는 게 꿈인데…”

경비원을 하는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는 P 씨는 아버지가 그토록 원하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 3년째 공부 중이다. 중학교 때 어머니가 암에 걸려 돌아가시면서 치료비로 그동안 아버지와 어머니가 식당 일로 모은 저축이 동이 났고 식당마저 넘어가버렸다.

그 뒤로 아버지가 경비일로 벌어오는 2천만 원이 안 되는 연소득으로 생활비와 학비를 간신히 메워왔고, 대학 졸업 뒤 공무원 공부를 하면서는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출받은 대학등록금을 갚고 있지만 시험에 한 번 떨어질 때마다 땅이 무너지는 것만 같다. 얼마 전 아버지가 간경화 진단을 받고부터는 부쩍 더 마음이 초조해진 P 씨는 생산직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내년을 마지막 공무원 도전으로 생각하고 있다.

서른을 앞둔 두 동갑내기의 오늘은 천지 차이다. 금수저인 J 씨가 아버지 덕에 장밋빛 인생을 살고 있다면 흙수저인 P 씨는 아버지에게 효도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부모의 아무런 경제적 도움 없이 자신의 생계와 아버지의 생계를 책임져야만 한다. 흙수저인 P 씨에게 J 씨가 누리는 사치와 달콤한 연애는 꿈에 불과하며, P 씨 앞에 펼쳐진 인생 역시 암울할 뿐이다.

전형적인 ‘N포세대‘, 즉, 열악한 사회적, 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기존의 3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와 5포세대(3포세대+내 집 마련, 인간관계 포기)에서 다시 7포세대(5포세대+꿈, 희망 포기)로 나아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포기해야 할 특정 숫자를 정할 수 없을 만큼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세대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실제로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의 논문에 의하면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의 교육 수준이 높으며, 이는 보다 질 좋은 취업으로 연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기준으로 할 때, 소득 1분위(월 가구소득 212만 2600원 이하) 가구의 학생이 대학을 졸업하는 비율(15.32%)에 비해 소득 5분위(월 가구소득 292만 6900원 이하) 학생의 대졸 비율(63.08%)이 약 4배가량 높았으며, 해외 연수 비율 역시 1분위 학생 (3.63%)보다 5분위 학생 (13.85%)이 4배 정도 높았다.

현실적으로 요즘엔 공부만 열심히 한다고 취업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해외연수, 인턴, 면접 등 취업을 위해 거쳐야 하는 단계가 너무 많고 그 과정에서 자연히 부모의 재력이 뒷받침될수록 유리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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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 흙수저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려대 의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고영훈 교수는 “이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선적으로 꼭 필요한 것은 개인의 적극적인 노력이며, 그렇게 개인이 노력한 만큼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고영훈 교수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로 “금수저와 흙수저를 가르는 타고난 경제적 혜택과 기준은 변화시킬 수 없다고 하더라도 금수저와 흙수저의 유전적 지능과 개인이 사회에서 필요한 능력들에 있어서의 근본적인 차별은 크게 유의미하지 않다.”고 말한다.

따라서 부모의 능력과 재력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될 것이라는 결정론적 사고는 합리적이지 않으며, 개인의 노력과 그를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금수저, 흙수저의 악순환에서 충분히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영훈 교수는 “타고난 경제적 환경이 유전적 요인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인간은 그것에 플러스해서 환경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치며, 그것은 꼭 경제적 환경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각 개인이 처한 환경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우는 일일 것이다. 또 그것이 가능할 수 있다고 믿을 때 상대적 박탈감과 우울감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주눅 대신 패기 있게 살아보자. 내가 살아내야 할 인생,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보자. 그것이면 족하다.

고영훈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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