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건강칼럼니스트 문종환】
미국의 심장학회, 일본의 의학계에서 숲이 가진 치유효과가 발표되면서 숲이 암 환자들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각종 언론매체에서는 숲의 치유력에 대해서 집중적인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숲의 치유력을 활용한 암 극복 사례를 찾고 있다. 과연 숲의 치유력은 어느 정도일까?
K씨(폐암)는 생명 숲을 연구하는 일을 하면서 암을 이겨내고 있다. Y씨(말기 신장부신암) 씨는 산에 대한 예찬을 멈추지 않는다.
“숲은 제게 희망이었습니다. 암 진단 이전에는 산에 오를 일이 거의 없었지요. 그러나 어느 날 산에 올라 지난날을 돌아보니 많은 것들이 정리되었습니다. 죽음을 앞둔 말기 암환자라는 사실에 눈물이 절로 났지만 그래도 희망은 버릴 수 없었지요. 산이 친구가 되어 주었고 새로운 삶을 안겨주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시간만 있으면 산에 오르는 일을 멈추지 않습니다.”
J씨(말기 간암) 씨도 마찬가지다. “죽음에서 삶으로 다리를 놓아준 것이 숲이었습니다. 편백나무 숲에서의 산림욕은 마음을 정화시키고 몸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담도ㆍ담낭암을 이겨낸 K씨의 숲에 대한 믿음도 남달랐다.
이처럼 산, 숲에 대한 믿음이 커져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숲의 놀라운 치유력 4가지
숲이 가진 치유력은 실로 놀랍다. 과학적으로 접근해 보면 숲은 세로토닌 정상화와 피톤치드, 음이온, 산소의 치유효과에 주목할 수 있다. 이들 작용에 대해 알아보자.
1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한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세로토닌은 정서적 안정상태에 있을 때 정상적으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로 행복호르몬이라 부르기도 한다. 세로토닌은 부족해도, 과잉돼도 문제가 발생한다. 부족하면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게 되면서 자살 충동을 느끼기도 하고, 과잉되면 초조ㆍ불안ㆍ우울증ㆍ공포를 느끼게 된다.
이러한 심리적인 변화가 암 치유에 결정적으로 작용하므로 정서적 안정을 찾아 세로토닌의 정상적인 분비를 유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숲은 피톤치드를 포함한 여러 가지 화학물질을 생성해 환자의 정서적 안정에 기여하게 되므로 궁극적으로 암 치유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2 암을 자연 퇴축시키는 피톤치드를 뿜어낸다
숲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물질이 피톤치드(phytoncide=phyton:식물 + cide:살균)이다. 피톤치드에 대한 연구는 숲의 치유효과를 입증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는데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은 몇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항균ㆍ살균효과다. 식물은 움직일 수 없으므로 외부의 적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러 가지 화학물질을 만들어낸다. 특히 방향성 물질은 해충이나 각종 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뿜어내는데 이것이 피톤치드라 보면 된다.
둘째, NK세포(자연살해세포)를 활성화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NK세포의 활성화는 암세포의 활성을 억제하거나 축소시켜 암의 자연퇴축에 영향을 미친다.
피톤치드를 많이 만들어내는 나무는 편백나무(5.5)>구상나무(4.8)>삼나무(4)>잣나무(2.1)>소나무(1.3) 순이지만 피톤치드라는 물질만으로 식물의 가치를 결정짓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모든 식물들은 나름대로의 유익한 점이 있고 이러한 식물들이 가진 다양성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좋다. 활엽수는 활엽수 나름대로, 침엽수는 침엽수 나름대로 우리에게 주는 혜택이 다르기 때문이다.
3 세포의 활성화를 돕는 음이온을 방출한다
계곡의 물과 숲이 만들어내는 음이온은 혈액을 건강하게 하고 정상세포의 활성화를 도와 암세포의 상대적 활성저하, 피로회복, 스트레스 해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4 암세포의 기를 죽이는 산소가 풍부하다
“암은 산소에 약하다.”는 원리를 최대한 활용하려면 숲으로 가야 한다. 식물의 광합성 작용으로 만들어지는 숲속의 산소는 도심의 산소와는 비교를 할 수 없다. 오랫동안 숲속을 걸어도 피로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질 좋은 산소가 풍부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기관지나 폐에 이상이 있는 환자는 숲속으로의 산책이 필수다.
숲속에서 햇빛을 즐기자!
자외선이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자외선을 차단하려는 노력은 각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자외선이 피부암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짐에 따라 자외선에 대한 일반인들의 걱정이 증가하였고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여 자외선 차단제는 필수적인 소지품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우리 인체에 유해한 자외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오존층에 완전히 흡수되는 것, 흡수되지 않는 것, 일부만 흡수되는 것이 그것이다.
염색체 변이를 일으키거나 눈의 각막을 손상시키는 자외선은 오존층에 의해 완전히 흡수되지만 피부를 손상시키거나 피부 면역계를 약하게 하여 피부암을 유발시키는 자외선은 오존층에서 전혀 흡수하지 못한 채 지표에까지 도달한다고 한다.
반면 오존층에서 일부는 흡수되고 나머지 일부는 지표면에 도달하는데 이것을 쬐었을 때 필수요소인 비타민 D를 생성시키는 긍정적인 작용도 한다. 과연 사람에게 해로운 자외선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면서 비타민 D를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숲속에서 햇빛을 즐기는 것이다. 식물에서 내뿜는 각종 화학물질들이 자외선을 효과적으로 차단시켜 줄 뿐만 아니라 햇빛을 통해서 비타민 D 생성의 효과도 얻을 수 있으므로 일석이조가 된다.
숲을 즐기는 방법은 숲속에 들어가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창을 통해 숲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치유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은 우리들의 심적 안정을 가져다주고 걱정거리를 덜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숲속에서 맞는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는 오감을 열어주어 우리 몸속의 생명력을 일깨운다. 기계적인 삶의 삭막한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잠시 숲에 몸을 맡겨보자. 건강한 삶을 위한 휴식처가 될 것이다.
숲길은 오르막과 내리막길로 적절하게 이루어져 있다. 최근 미국 심장학회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숲의 오르막과 내리막길 모두 각기 다른 효과로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실험 결과 내리막길을 걷는 경우 참가자들의 혈당이 낮아지고 포도당에 대한 내성이 증가되었다. 오르막길을 걷는 경우엔 ‘트리글리세리드’라는 혈중 지방이 없어졌다. 또한 내리막과 오르막길 산책은 모두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효과적임이 밝혀졌다.
꼭 숲속에서 살지 않는다 해도 숲이 있는 곳 근처로 이사를 해서 매일 1시간 정도를 나무들과 이야기하며 산책을 하는 것은 하루 일과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그곳이 들과 밭을 지나는 야산이고 오염이 안 된 곳이라면 지천에 널린 약풀(민들레, 질경이, 엉겅퀴, 쑥 등)들을 뜯을 수도 있다. 이풀들은 흔하고 하찮은 것들로 여기지만 당신의 암을 치유해줄 수 있는 고마운 자연의 산물이라 생각해야 한다. 또 좁은 오솔길을 걷다보면 뜻하지 않던 자연의 먹을거리인 산딸기, 머루, 다래, 개암 등을 얻을 수도 있는데 이러한 것들이 당신의 몸에서 암을 격리시키는 데 일조할 수도 있음을 명심하자.
솔바람소리, 물소리, 산새소리, 그리고 풀과 나무들의 약성, 유익한 먹을거리 등을 활용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겨울 숲은 삭막하기는 하지만 새생명을 잉태하기 위한 에너지를 준비하고 있으니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봄 숲은 새 생명이 탄생하는 경이로움을 맛볼 수 있어 좋다. 여름 숲은 피톤치드 등 방향물질이 절정에 달해 좋으며, 가을 숲은 운치가 있어서 좋다.
이처럼 사계절 나름대로 숲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남다르니 계절에 맞는 숲을 즐길 수 있어야 하겠다. 죽음에서 삶으로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줄 숲. 숲을 활용한 지혜로운 투병은 당신에게 희망과 행복을 선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