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관동대 제일병원 산부인과 양광문 교수】
40대 여성 L씨는 젊었을 때부터 생리통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보통 수준의 생리통이 아니라 참을 수 없을 만큼 극심한 통증이 느껴져 병원을 찾았다. L씨의 병명은 자궁내막증. 자궁 안에 있어야 할 내막 조직이 자궁 바깥쪽인 난소나 자궁 바깥, 나팔관, 복막 등에 생기면서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그녀는 약물치료를 받고 호전됐지만 5년 내 재발률이 40%에 이를 정도로 높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기운이 쪽 빠진다며 작은 목소리로 묻는 그녀, “자궁을 튼튼하게 만드는 방법 없나요?”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이 있다. 자궁도 마찬가지다. 아프기 전부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여성들은 임신 전후에 산부인과를 처음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미혼여성은 산부인과 검진을 기피해 정기적 자궁 검진이 어려운 실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자궁경부암, 자궁근종 등 자궁 관련 질환의 치료를 위해 자궁을 들어낸 여성이 7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자궁은 모성의 상징이기 때문에 자궁을 적출한 여성이 받는 심리적 충격은 상당히 크다. 심지어 출산을 마쳤거나 폐경기를 지난 여성도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높다. 심리적 문제뿐 아니라 신체적 후유증으로도 고생한다. 자궁은 출산 이외에도 여성의 건강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자궁 적출 후에는 골다공증, 안구건조증, 심장질환, 안면홍조, 소화장애 등의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갱년기와 노화가 빨리 진행될 수 있다.
관동대 제일병원 산부인과 양광문 교수는 “자궁은 여성의 몸에서 호르몬 분비 이상 현상을 가장 빨리 반영하고 표현하는 기관”이라며 “자궁 건강 유지는 호르몬 균형 유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달라진 식생활로 비만 증가가 주원인…
최근 자궁 관련 질환이 크게 늘었다. 서울성모병원의 자궁경부암 조사에 따르면, 1990년 6%에 불과하던 35세 미만 환자가 2006년 11.3%로 늘었다. 또 서울아산병원에서 밝힌 자궁내막증 환자 수는 2002년 1700여 명에서 2008년에는 4000명을 넘어 2배 이상 급증했다. 자궁내막은 임신을 위해 수정란이 착상하는 장소다. 수정란이 착상해야 하는 공간인 자궁내막이 위협을 받을수록 임신 확률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자궁내막암은 1997년 이후 부인암 중 가장 현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자궁근종도 문제다. 2010년 10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자궁근종 환자는 5년간 21% 증가한 수치여서 놀라움을 더한다. 자궁근종은 흔히 “자궁에 물혹이 생겼다.”고 이야기하는 질환이다. 정말 물이 들어 있는 혹이 생긴 것은 아니고, 자궁근층의 섬유세포가 증식해 커진 것인데 하얗고 딱딱한 살로 이루어져 있다. 자궁근종은 자궁 적출 수술을 해야 하는 원인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자궁근종이 심해지면 불임을 유발하고 자연분만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처럼 자궁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까닭은 무엇일까?
물론 점점 확대되는 정기 검진 기회와 발전하는 의료진단의 정확성 등 의료 시스템의 발전이 질환 발견의 주요인이긴 하다. 그러나 양광문 교수는 “자궁근종ㆍ자궁선근증ㆍ자궁내막암 등은 육류 위주의 식습관과 패스트푸드 섭취의 증가로 인한 비만과 체지방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호주 퀸즐랜드대에서 조사한 결과 10살 무렵에 과체중이었던 여학생들은 자궁내막증에 걸릴 위험이 2배 높았다. 이탈리아에서도 적색육을 많이 먹은 여성들이 자궁내막암에 잘 걸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만은 그뿐 아니라 불임을 유발하는 것으로도 악명 높다.
또 생리 기간은 자궁 질환과도 관련이 있다. 과거에는 자궁내막증이 별로 생기지 않았다. 대부분의 여성이 아이를 많이 낳다보니 생리 기간이 지금보다 짧았다. 그러나 요즘은 결혼 시기가 늦어지고, 아이를 적게 낳다보니 생리를 하는 기간이 길어져 자궁내막증에 걸리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달라진 성문화도 각종 자궁질환을 유발하는 데 한 몫 한다. 자궁경부암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과거보다 성생활을 일찍 시작하기 때문이다. 성 파트너가 여럿인 경우도 많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궁경부암의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자궁을 건강하게~ 7계명
한국의 가임기 여성 10명 가운데 1명은 불임 여성이다. 불임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 전에 미리미리 자궁 건강을 챙기는 것이 필수다. 관리는 피부나 몸매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여성의 자궁 역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양광문 교수가 추천하는 자궁을 튼튼하게 유지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 정기적인 진찰은 필수! 성인 여성이라면 아무 이상이 없더라도 연 1회는 산부인과를 찾아 진찰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 생리주기가 25~35일을 벗어나기를 반복하면 자궁질환을 의심해 본다. 또 생리통이 갑자기 심해지면 참지 말고 산부인과에 가 봐야 한다.
? 비만을 예방한다. 기름진 음식이나 육류, 패스트푸드 등을 지나치게 섭취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싱싱한 채소와 과일을 포함해 골고루 균형 잡힌 식사를 한다. 육류와 어류를 먹을 때 지방을 제거하고 먹는 것이 좋다.
? 과도한 다이어트는 금물이다. 영양이 불균형해짐은 물론 호르몬 이상을 초래해 건강을 해치게 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량의 조절에 도움을 주는 브로콜리, 양배추, 순무 등 십자화과에 속하는 채소와 칼슘이 풍부한 톳과 미역 등 해산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좋다.
? 환경호르몬과 멀어진다. 환경호르몬은 여성호르몬과 유사해서 체내에서 여성호르몬처럼 작용한다. 몸에 두루두루 안 좋지만 특히 여성호르몬과 긴밀한 부인과 질환에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이옥신을 함유한 것으로 거론되는 플라스틱 용기를 자주 사용하거나 컵라면 같은 1회용 음식 용기를 쓰는 것을 피한다.
?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한다. 속보, 가벼운 등산, 자전거 타기와 같은 유산소운동으로 자궁 건강뿐 아니라 온 몸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 현명한 생리대 사용을 권한다. 요즘은 예전보다 기술이 발달해 유해물질을 많이 줄인 상품이 나와 있긴 하지만 종이와 합성제품으로 만든 상품용 생리대보다는 친환경 면생리대를 쓰는 것도 좋다. 그밖에 자궁경부에 삽입하는 삽입형 생리대를 할 때는 주의사항이 있다. 필요한 시기에 잠깐만 사용한다. 자궁경부는 내부와 외부의 통로 역할을 한다. 혈액순환이 좋아 균이 쉽게 퍼지게 되므로 자주, 장시간 삽입하면 염증이 생길 수 있다.
?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맞는다. 자궁경부암의 유력한 유발인자인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을 백신을 통해 막을 수 있다. 인유두종바이러스는 정상적인 성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염위험이 있다. 여성 10명 중 8명이 일생에 한 번은 걸린다. 자궁경부암은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최초이자 유일한 암인 만큼 적극적인 백신 활용이 필요하다.
양광문 교수는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산부인과내시경학회, 미국불임학회, 유럽불임학회에서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환태평양불임학회를 연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