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국민 모두 힘들었던 IMF 외환위기 시절, 우울한 분위기 속에 활짝 웃으며 등장한 신바람 박사 황수관. SBS ‘호기심천국’에서 어렵고 멀게만 보이는 과학과 생활 건강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며 우리와 친숙해졌다. 박사이자 교수라는 신분을 내려 둔 채 옆집 아저씨처럼 편하게 건강 정보를 전해주고, 신바람 나게 국민들을 웃겨주며 훈훈하게 브라운관을 달군 그의 활약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하얗고 가지런한 치아를 함빡 드러내며 웃는 모습이 여전하다. 그 웃음비결을 알아본다.
지독히 가난했지만 가슴 속엔 희망을
만나자마자 활짝 “반갑습니다. 하하하.”하며 손을 내미는 황수관 박사. 특유의 높은 톤의 호쾌한 웃음소리가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그는 요즘도 강연과 연구, 저술활동으로 바쁘다. 그런데도 여유로운 웃음이 넘쳐흘렀다. 웃을 일보다 힘든 일이 더 많은 이 세상에서 도대체 어떻게 살아왔기에 이렇게 끝없이 웃을 수 있는 것일까?
“지금 이렇게 웃지만, 저도 평탄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온 것만은 아닙니다. 저뿐만 아니라 잘 웃고 유머 있는 사람들을 보면 다들 어려운 과거가 있지요. 남모르는 눈물도 있고요. 고생도 해보고, 고생 끝에 무언가 이루면 더 기쁘잖아요. 기뻐서 웃고, 못 이뤘다면 도전했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대견해서 웃지요.”
황수관 박사의 출생지는 일본이다. 부모님이 일제시대 때 중국을 거쳐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그를 낳았다. 그가 태어나기 보름전인 1945년 8월 15일에 우리나라는 해방을 맞았다. 그러자 그의 가족은 일본에서의 일을 접고 고향인 경주 안강에 빈손으로 돌아왔다.
어린 시절 내내 지독히도 가난했다. 가마니를 짜서 내다 팔아 생계를 잇던 아버지 곁에 앉아 종일 새끼를 꽜다. 중학교에 갈 나이가 됐을 때는 돈이 없어 혼자 산에 가 울었다. 그러다 포항의 영일중학교에서 당시 국회의원이기도 한 김익로 교장이 어려운 학생들이 돈 없이도 다닐 수 있게 했다는 말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가 입학했다.
매일 35리 길을 걸어 다녔다. 등하교 시간을 합치면 하루 8시간이 걸리는 곳이었다. 어렵게 공부해 장학생으로 대학까지 졸업했다.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만학도로 의대 조교 생활을 하며 가족들 고생도 많이 시켰다는 황수관 박사. 단칸방에서 뒤엉켜 살면서도 싫은 내색 않고 화목하게 산 가족들이 고마울 뿐이다.
“어려울수록 기쁜 일을 떠올리고, 사랑과 배려를 베풀어 주는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마음에 무엇을 품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집니다. 긍정적이고 밝은 생각을 하면 웃음이 저절로 나지요. 웃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몸도 가볍고 건강해집니다.”
신나게 웃는 것은 우리의 본성
웃음 건강법의 대부인 황수관 박사도 원래부터 지금처럼 늘 웃으며 살았던 것은 아니다. 어느 날 거울을 마주 봤더니 자신의 얼굴이 웃음기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우락부락한 산도둑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는 입술 양끝을 볼 쪽으로 잡아당겨 억지로 웃음을 지어봤다. 그랬더니 얼굴이 뻣뻣해졌다. 차라리 웃지 않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시 눈을 거의 찡그리다시피 하며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역시 어색했다. 그런 심각한 몰골이 우스꽝스러워서 히죽 웃었다. 그때 이를 하얗게 드러내고 웃고 있는 자신을 봤다. 아이처럼 웃는 모습, 바로 그 모습이 신바람 나는 웃음이었다.
“우리 민족은 원래 흥이 많아요. 밭에서 일하면서도 노래 부르고, 각설이들이 동냥하면서도 공연을 하고, 신나는 꽹과리ㆍ장구ㆍ북 같은 악기를 치면서 흥겹게 놀았잖아요. 선천적으로 낙천성을 가진 민족이지요. 신바람 건강의 핵심은 웃음입니다. 신나게 웃는 것은 우리의 본성을 되찾는 길입니다.”
아무리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비관보다는 낙관이, 슬픔보다는 즐거움이 우리 민족 정서의 본류라는 말이다. 나라경제며 가정경제며 할 것 없이 어려운 시기다. 황수관 박사는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낙천성을 발휘하라고 조언한다. 행복한 생각을 해야 행복해지고, 즐거워야 건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 자신을 ‘산적 같다’거나 ‘검문에 잘 걸리는 범죄형’이라고 우스갯소리를 자주 한다. 그러나 웃음이 마르지 않는 그의 얼굴은 친근하고 편하다. 그는 명성이 있는 박사지만 딱딱하고 권위적이지 않다. 그래서인지 어린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처음 보는 사람도 반기며 쉽게 다가와 손을 잡고 말을 건넨다. 이렇게 동네아저씨처럼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잘 어울릴 수 있는 비결 또한 웃음이라고 말한다.
웃는 데도 준비가 필요하다
황수관 박사는 65세지만 지금껏 이렇다 할 큰 병 걸린 적이 없이 건강하다. 이게 다 웃음 덕분이라며 독자들에게 마음껏 웃으라고 강조한다. 건강장수를 원하는 현대인이라면 무엇보다 웃음 건강법을 실천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사람은 웃을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다. 크게 웃으면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폐가 깨끗해진다. 우리 몸은 이러한 자극을 받아 활기를 되찾는다. 특히 면역계와 신경내분비계에 큰 영향을 준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에피네프린의 양을 줄여주고 T세포와 NK세포 등 각종 항체를 분비해 우리 몸이 더 튼튼한 면역력을 갖게 해준다.
웃음 건강법은 훈련이 필요하다. 먼저 자신이 하루에 몇 번 웃는지, 유머 있는 대화를 얼마나 하는지 돌아본다. 그 후 주변에서 웃음을 주는 여러 소재를 찾는다. 방송, 신문, 잡지, 책, 영화 등 마음만 먹으면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은 얼마든지 있다.
웃음의 위력은 혼자만 웃는 게 아니라 전염된다는 데 있다. 내가 웃으면 내 가족이 웃고, 우리 주변도 함께 웃게 된다. 많은 관계 중에서도 가족 간의 대화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가족 간에 웃음이 끊이지 않게 노력한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기억해 두었다가 저녁 식탁에 온 가족이 모여 앉았을 때 하나씩 풀어 놓는다. 온 가족이 건강해질 수 있다. 가까운 사람들끼리 나누는 칭찬이나 웃음은 그 어떤 보약보다 효과 있다.
“현대인들은 약을 달고 사는데 약만 많이 먹는 게 좋은 게 아닙니다. 웃음은 공짜 보약이지요. 아낌없이 웃으세요. 건강과 행복이 찾아옵니다.”
TIP. 황수관 박사의 신바람 일주일 웃음법
월요일은 원래부터 웃고
화요일은 화사하게 웃고
수요일은 수수하게 웃고
목요일은 목숨 걸고 웃고
금요일은 금방 웃고 또 웃고
토요일은 토실토실하게 웃고
일요일은 일어나자마자 웃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