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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피플] 이 시대 ‘희망’의 증거 서진규 박사가 사는 법

2010년 07월 건강다이제스트 푸름호

【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희망을 꺼뜨리지 않으면 살 길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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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엿장수의 딸로 태어나 공장과 식당을 전전하다 맨손으로 미국에 건너가 예순이 다 된 나이에 당당히 하버드대 박사학위를 딴 서진규 박사.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의 저자 잭 캔필드는 서진규 박사를 두고 “당신의 삶 속에는 책이 몇 권이 있고, 영화 여러 편이 숨어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녀는 가난과 매질, 차별로 얼룩진 밑바닥에서 ‘희망’하나로 인생을 멋지게 역전시켰다. 남들은 다 은퇴하고도 남았을 나이에 아직도 팔팔한 인생 현역으로 활동하는 그녀의 건강비결을 알아본다.?

밑바닥에서 하버드대 박사가 되기까지~

경남 동래군의 한 시골에서 가난한 엿장수의 딸로 태어난 서진규 박사. 어머니는 살림에 쪼들려 술장사를 시작했고, 그녀는 고사리 손으로 밥 짓고 손빨래하며 집안일을 도맡아했다. 학창시절에도 공부를 잘했고 박사가 되는 게 꿈이었다. 공부를 미치도록 하고 싶었지만, 가난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스무 살 초입 푸르른 나이에 가발 공장 직공과 골프장 식당 종업원으로 일해야 했다. 고된 삶에 잠시 행복을 안겨 준 첫사랑은 그녀를 버렸다. 절망의 구덩이에서 그녀는 미국에서 가정부를 구한다는 정보를 듣고 무작정 미국으로 떠난다.

고생스런 미국 생활 속에서 결혼했고 행복을 꿈꿨으나 그것도 잠시 뿐. 키 180cm에 100kg인 거구의 남편은 합기도 7단이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툭하면 욕설과 가혹한 폭력을 휘둘렀다. 남편의 말에 무조건 복종하지 않는다는 죄였다. 매일 남편을 죽이는 상상을 하다 살인자가 되기 싫어 결국 이혼을 했다. 그 후 미국 육군에 자원입대 했고 1996년 소령으로 예편했다.

그 가운데 하버드대 박사 학위를 받기까지 지독하리만치 억척스럽게 공부했다. 그녀의 딸도 어머니와 함께 하버드대를 다녔다. ‘하버드 최초의 모녀 재학생’으로 미국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녀는 “죽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희망을 꺼뜨리지 않으면 살 길이 열린다.”고 말한다.

C형 간염에 우울증까지 겹쳐 고생

자신의 삶의 원동력은 ‘희망’이라고 말하는 서진규 박사. 예순이 다 된 나이에 전 세계 수재들이 다 모인다는 하버드대 박사학위를 받는 일은 그녀의 인생 굴곡만큼이나 순탄치 않았다. 독하게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C형 간염에 걸려 어려움을 겪었다.

C형 간염은 바이러스에 감염돼 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B형 간염과 달리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고, 면역글로불린도 없다. 우리 몸에서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경우는 연간 1% 미만으로 매우 드물다. 한 번 감염되면 대부분 만성 C형 간염으로 진행된다. 이렇게 되면 간경변증이나 간암이 생겨 사망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녀는 논문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어느 날 도저히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기운이 없어 병원에 갔다. 간수치가 상당히 위험한 수준으로 나왔다. 공부하느라 무리한 탓에 체력도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이러다 내가 죽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는 그녀. 보통 1년 정도 치료 받으면 낫는데 일반인보다 체력이 떨어져 있던 그녀는 1년 4개월간 치료 받고도 회복하는 데 몇 달이 더 걸렸다.

특히 치료 중에 힘들었던 것은 인터페론 약물이 불러온 우울증이었다. 우울증은 밝고 활발한 그녀의 성격을 정반대로 돌려놓았다. 인터페론이 가져오는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이해가 갈 정도로 마음이 피폐해졌다.

“한동안 다른 사람을 만나기가 싫었어요. 사람들 목소리조차 듣기 싫을 정도였죠. 우울한 기분이 심해지면 온몸에 소름이 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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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마음도 쇠약해진 상태에서 그녀 삶에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것은 역시 희망이었다. 지금껏 수없이 많은 죽을 고비를 넘겨왔다. 빈털터리 동양인이, 그것도 여자인 몸으로 홀홀 단신 밑바닥에서 시작해 대학에 가고 박사과정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 없었다.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었다.

그녀의 인생역전 이야기를 듣고 희망을 얻었다던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군 생활이 너무 힘들어 자살을 결심했는데 그녀의 강연을 듣고 희망을 찾았다던 병사, 그녀처럼 남편의 모진 구타에 시달리며 인생을 포기할 생각만 했지만 다시 삶을 살기로 했다던 주부도 생각났다. 그 주부는 하염없이 울기만 했었다.

불량배였지만 세상에 빛이 되는 사람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서 교사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늦깎이 남학생도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을 새로 태어나게 해 준 어머니와 같다고 큰 절을 올렸다. 그녀의 희망 바이러스에 전염된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니 다시 힘이 샘솟았다. 건강을 잃으면 삶도 없다는 생각으로 성실히 치료받고 C형 간염을 이겨냈다.

“C형 간염에 걸렸을 때는 너무 힘들어서 병에 걸린 것이 싫기만 했어요. 다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지쳤으니까요. 지금 돌아보면 오히려 잘 된 일이에요. 병에 안 걸렸다면 제대로 밥을 챙겨먹기는커녕 운동도 안 하고 잠도 부족한 생활을 계속했을 테고, 더 나쁜 병에 걸렸을 거예요.” 그렇게 건강 잃은 게 계기가 돼 몸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서진규 박사의 건강비결 3가지

지금은 한 달 간격으로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훌쩍 지구 반 바퀴씩 날아다니는 그녀. 젊은 사람도 지구 반 바퀴를 돌면 시차 적응에 한참 걸린다. 그녀는 시차 고생도 별로 하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다. 그런 그녀의 건강비결은 따로 있을까?

▣?체계적인 운동이다. 스스로 ‘천성이 게을러’ 운동을 별로 안 좋아한다며 웃는다. 그러나 아직 육십 대밖에 안됐고 할 일이 많기 때문에 건강을 지키려고 꾸준히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한다. 헬스클럽에서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전문 트레이너와 함께 하니 더 효과 있다고 말한다. 트레이너가 초보인 자신의 운동 수위를 조절해 주고, 부족한 부위를 체크해 근력을 향상시킨다. 또 트레이너와 만남을 약속하기 때문에 운동하러 가기 귀찮아도 약속을 어길 수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고 귀띔한다.

▣?식사에 신경 쓴다. 예전에는 컵라면과 토스트를 매일 먹던 그녀지만 건강관리를 위해 멀리한 지 꽤 됐다. 밖에서 식사를 해결할 때가 많지만 외식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그녀는 되도록 도시락을 싸 간다. 밖에서 사 먹는 음식보다 안전한 재료로 덜 짜고 맵게 만든다. 거기에 건강한 마음을 담은 핸드메이드 도시락이 제일 맛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또 음식을 사 먹을 때는 배부르면 아깝다고 다 먹는 사람이 있다. 그러지 말고 남기라고 충고한다. 남는 음식보다 몸이 망가지는 것을 더 아까워하라는 말이다. “심한 말로 몸을 쓰레기통으로 치부하면 탈나게 돼 있다.”고 덧붙인다.

▣?꿈을 품는 것이다. 꿈은 바다의 등대다. 희망은 등대에 켜진 불빛과 같다. 꿈과 희망은 모든 절망을 이기는 큰 힘이 있다. ‘나는 할 수 있다’는 자기최면과 꿈을 이룬 나를 상상하면 이 세상에 못할 일이 없다. 힘들 때 스스로 말을 걸어보라. “서진규 너는 할 수 있어.”하고 말하면 힘이 난다. 기적도 만들 수 있는 힘은 모든 사람이 자기 안에 가지고 있다.

“어려운 일이 닥쳐도 절대 꿈을 포기하지 마세요. 꿈은 이루기 전까지는 꿈꾸는 사람을 가혹하게 다루기 마련이니까요. 우리 한 명 한 명이 다 희망의 증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서진규 박사의 당부가 오래오래 귓가를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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