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피옥희 기자】
“음악 들으며 스트레스 덜 받는 생활이 건강 지키는 비결이에요”
의사의 길로 접어든 이래 오직 심장병 진료 및 연구에 매진해온 이종구심장클리닉 이종구 박사. 팔순이 넘었지만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는 그는 국내 최고 심장병 권위자로서 여전히 건강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팔팔한 건강 비결은 과연 뭘까?
내 인생 최고의 의사선생님 ‘아버지’
의사이셨던 아버지를 보고 자라서인지, 의사 이외의 다른 삶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이종구 박사. 흔히 “아들은 아버지를 닮는다.”는 말처럼 그 역시 아버지의 삶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부친은 이비인후과 전문의셨죠. 당시 대구의학전문학교 조교수와 사리원도립병원 과장을 역임하는 등 활발한 의료 활동을 하셨던 분입니다. 어릴 땐 그저 막연하게나마 ‘아버지께서 참 좋은 일 하고 계시구나.’ 생각했었죠. 그러다가 저도 모르는 새 아버지 영향을 받았나 봅니다.”
열한 살에 읽었던 일본 세균학자 노구치 히데오 박사에 관한 책은 그가 의사가 되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 노구치 박사는 미국 록펠러연구소에서 황열병의 원인을 규명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연구과정 중 황열병에 감염돼 사망한 인물이기도 하다. ‘인류를 위해 살고 인류를 위해 죽음’이라는 그의 묘비처럼 이종구 박사는 노구치 박사를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다. 나중에 반드시 좋은 의사가 되어 인류를 위한 의학적 발명을 하겠다는 다짐도 그 때문이었다.
생소했던 심장 분야를 개척하다
간절한 꿈은 반드시 이뤄진다고 했던가. 의사를 꿈꾸던 열한 살 소년은 드디어 서울대의과대학에 입학, 57년 졸업과 동시에 캐나다로 향했다.
“당시 온타리오대학과 맥길대학에서 내과와 심장내과 수련의 과정을 마쳤습니다. 그 후 캐나다 내과(FRCPC)와 심장내과 전문의자격을 취득하면서 지금까지 쭉 이 분야에 몸담게 되었네요. 세월 참 빠르죠? 허허.”
이후에도 이종구 박사는 스웨덴 카로린스카대학 연구원을 역임하고, 65년부터 89년까지 캐나다 에드먼턴 앨버타대학 내과교수를 지냈다. 또한 로열 알렉산드리아병원 순환기내과 과장 및 북앨버타주 심장재활원 원장을 지내고, 85년부터 미국 인디애나대학 교환교수로 활동하며 심장병 진료와 연구에 매진했다.
“89년 귀국해 서울아산병원 심장센터 소장을 맡았습니다. 그때까지도 한국은 심장병 분야의 연구와 진료가 그리 활발하지 못했던 때죠. 당시 제가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스텐트 시술을 했습니다.”
이종구 박사가 국내 최고의 심장병 권위자로 불리는 이유는 비단 ‘최초의 스텐트(금속망을 이용하여 동맥을 확장시키는 시술방법)’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그는 유명 외국 의학지에 82편, 국내 의학지에 41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하며 진료뿐 아니라 심장병 연구에도 한 평생을 바쳐왔다. 기자와의 인터뷰가 끝나고 학회 참가 차 미국으로 출국하던 그는 “아직도 팔팔하니 하던 일을 계속해야 하지 않겠냐?”며 여전히 식지 않은 연구 열정을 드러냈다. 역시 심장병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답다.
누구나 질병은 있지만 이겨낼 수 있다!
환자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에게도 건강 적신호는 예외일 수 없다. 이종구 박사 역시 고혈압으로 인해 20년 전부터 혈압약을 복용해왔고, 4년 전에는 왼쪽 팔 위쪽에 피부암이 생겨 수술을 받기도 했다.
“발병 원인을 추적해본 결과 CT검사실에서 노출된 방사선이 가장 유력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피부암 위치가 X선 튜브와 가장 가까운 부위였으니까요. 물론 지금은 괜찮습니다. <건강다이제스트> 독자여러분, 부디 제 걱정은 마세요(웃음).”
이종구 박사에겐 유독 ‘골수팬’이 많다. 아산병원 시절부터 그에게 진료를 받았던 환자들이 지금까지 그를 찾아오고 있는 것.
“20년 전 아산병원 환자들 중에는 수술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던 분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분들이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약물치료를 꾸준히 해서 지금까지 건강한 모습으로 저를 만나러 오시죠. 지금도 주기적으로 그 분들을 뵐 때면 심장 전문의로서 가장 기쁘고 흐뭇할 따름입니다.”
나만의 건강비결은 음악, NO 스트레스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은 ‘어떻게 하면 건강해질 수 있는가’다. 이종구 박사에게 동일한 질문을 던져 보았다. 예상대로 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값비싸고 몸에 좋다는 음식만 먹을 것처럼 보이죠? 제 일상도 여러분처럼 아주 평범합니다. 담배 안 피우고 고등어, 꽁치 등 저렴하면서도 영양 좋은 등푸른 생선을 자주 먹죠. 하루 1잔 가볍게 와인을 마시고 뉴스를 보며 거실에 있는 운동기구로 하루 30분 정도 운동을 합니다. 사실 저도 약간 배가 나왔는데 나이를 먹으니 어쩔 수 없더라고요. 대신 복부비만을 예방하기 위해 정상체중을 유지하고 좋은 식생활습관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정말 평범하죠?”
그는 ‘NO 스트레스’를 최고의 건강비결로 꼽았다. 또한 “음악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 스트레스를 덜 받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진료를 할 때에도 항상 음악을 틀어 놓는다며, 평소 즐겨 듣는 음악CD를 꺼내 자랑했다. 이번에는 이종구 박사의 식탁이 궁금해졌다. 마지막으로 물었다. 대체 명의는 무엇을 먹느냐고.
“저는 1일 5회 정도 야채와 과일을 먹습니다. 자주 먹죠(웃음)? 음식은 싱겁게, 그리고 소금 대신 고춧가루나 후춧가루 등 향신료를 활용합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잡곡밥이나 현미밥을 자주 먹고요. 양식을 할 때에는 흰빵 대신 검은 빵과 현미, 옥수수, 깎지 않은 밀로 만든 곡물시리얼을 먹습니다. 대신 정제된 비타민은 선호하지 않습니다. 오메가3 정도는 괜찮지만 말이죠. <건강다이제스트> 독자여러분도 꾸준히 운동하시고 저처럼 식생활을 바꾸세요. 그러면 나이보다 훨씬 더 젊어질 겁니다. 하하하.”
이종구 박사가 말하는 심장건강 10계명
1. 악성콜레스테롤(LDL)을 정상으로 유지하세요. 적절한 식이요법과 필요시 스타틴을 복용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며, 운동을 열심히 하여 정상체중을 유지하고 술을 하루에 1~2잔씩 마시면 좋아질 수 있습니다.
2. 금연은 당연히 필수입니다. 쉽진 않겠지만 필요하면 니코틴 패치와 금연껌 등을 활용해 노력해보세요.
3. 당뇨의 원인인 복부비만을 예방하세요. 복부비만을 예방하면 당뇨가 있어도 심근경색증 등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어요.
4. 고혈압일 경우 정상혈압 유지에 많은 신경을 쓰세요. 규칙적인 운동과 식생활, 필요 시 약물치료를 하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5. 칼로리 제한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심장병을 예방하세요. 복부비만은 고혈압과 당뇨의 원인 및 심장병을 초래할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6. 심근경색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피하세요. 스트레스를 잘 소화할 줄 아는 지혜를 계발하면 보다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7. 좋은 식생활은 심장병과 중풍의 특효약입니다. 패스트푸드는 피하고 싱겁게 먹되 과식을 피하는 등의 식생활이 좋습니다.
8. 하루 평균 30분, 혹은 2일에 1시간씩 운동하세요. 속보, 등산, 조깅, 수영 등도 좋으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9. 술 특히 와인은 하루에 1~2잔씩 마시면 좋아요. 술 대신 항산화제가 많은 녹차와 홍차(1일 3~5잔)를 마시는 것도 좋습니다.
10. 충분한 영양섭취로 저체중을 예방하세요. 노인층은 저체중이 심장병을 증가시키니, BMI를 22~25㎏/㎡로 유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