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32인치 청바지 입는 건강비결은 부지런히 걷는 것입니다”
‘천의 목소리’ ‘목소리의 마법사’로 불리는 성우 배한성(64세). “할아버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지”라는 말을 유행어로 만들며 최고의 인기를 누린 외화 ‘맥가이버’의 주인공 맥가이버라는 별명으로 더 익숙하다. 40년 넘게 성우로 활약하며 2만여 명의 캐릭터를 연기했다. 지금도 우리나라 대표 성우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 저력은 무엇일까?
가난한 어린 시절, 희망을 품고 버텨내다
배한성은 해방 직후 어지러운 시기에, 비교적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부족하지 않은 유년시절, 그러나 위기는 6ㆍ25때 닥쳤다. 서울대를 졸업한 인텔리인 아버지가 월북한 후 집이 극도로 가난해졌다. 온실 속의 화초 같이 자란 어머니를 대신해 그가 가장 노릇을 하게 됐다. 중학생 때부터 신문배달을 해 가며 생활비를 벌었다. 어린 나이에 생계를 책임진다는 게 너무 힘들지 않았는지 물었다.
“가난 때문에 일하면서 공부하느라 힘들었지요. 그러나 가난은 불편할 뿐, 성실하게 살면 오히려 삶이 풍부해집니다. 고생을 견딘 사람들이 더 강하고 유연해요.”
오늘날 자신을 있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은 고난이라고 말하는 배한성. 물론 어려움에 직면하는 순간은 고통스럽고 눈물겹다. 때때로 삶이 힘들어 포기하고 싶었다. 그럴 때마다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지금 힘들지만 계속 어렵고 힘든 건 아닐 것이다. 용기를 내자. 희망을 품자.’고 주문을 외웠다.
긍정적인 마음은 그대로 자신의 경쟁력이 된다.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 좋은 기회가 오는 게 인생임을 배웠다.
청바지 입는 60대, 마음은 청년
목소리가 신체 중 가장 노화가 더디다고 한다. 그는 지금도 젊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20~30대 주인공 역할을 맡는다. 온몸으로 그 인물이 돼 목소리 연기를 한 영향인지 마음가짐도 늘 젊다. 한국성우협회 이사장이란 직함을 가졌을 때도 그랬고, 대학 강단에서 강의를 하는 위치인 지금도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점잖게 정장입고, 무게 있게 앉아있는 것은 체질에 맞지 않는다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짝꿍으로 불리는 성우 송도순은 그에게 ‘영원한 피터 팬’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 호칭이 좋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상상하는 동심은 자연스러운 연기에 꼭 필요한 덕목이다. 아직도 아름다운 시 한 구절을 읽거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을 볼 때면 눈물이 먼저 흐른다. 가보지 못한 세계를 접할 때면 호기심에 가슴이 뛴다. 마음가짐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이마에 주름살은 늘었지만 마음의 주름살은 아직 생기지 않은 청년이다.
부지런 떨기와 걷기는 몸에 특효약
누구보다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그는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는 데도 지금까지 큰 병 한번 걸려 본 일이 없다. 주변 사람들은 아침저녁으로 생방송을 하고 하루 종일 뛰어다니면서도 그렇게 건강할 수 있냐고 의아해한다. 집에 숨겨둔 산삼이나 해구신이라도 있으면 혼자 먹지 말고 나눠먹자는 농담도 한다. 그럴 때면 달리 할 말이 없다. 정말 비싼 영양제나 보약을 딱히 챙겨 먹지 않기 때문이다.
“저는 유난스럽게 고급 건강검진을 받는다거나 비싼 건강보조식품을 먹지는 않아요. 기상이나 취침, 식사 등 생체리듬을 자연스럽게 맞추려 노력하는 게 다예요. 바빠도 배고프면 참지 않고 되도록 밥을 든든히 챙겨 먹고, 배가 부르면 몸을 움직이죠. 너무 피곤하면 쉬고, 늦게까지 회식하지 않아요. 틈틈이 산에 가 재충전도 하며 자연 속에서 몸을 챙기기도 합니다.”
자연스러운 생체리듬을 강조하는 배한성. 자연스럽게 사는 인생에 관해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그러자 부지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늘 부지런을 떤다는 그는 어릴 때부터 새벽에 신문배달을 했다. 성우가 돼서는 새벽 생방송 스케줄이 많았다. 그 덕분인지 지금도 아침잠이 없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하루 종일 이 방송국에서 저 방송국으로 부지런히 뛰어다닌다. 후배들은 그에게 ‘배돌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배한성은 돌돌거리며 다니는 이’라는 뜻이다. 가만히 앉아 있는 법이 없는 그에게 딱 어울리는 별명이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은 집에서도 그대로다. 물건 정리뿐 아니라 식사 후 빈 그릇이 있으면 스스로 설거지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 쓰레기도 바로바로 내다버리는 처리 당번이다.
그는 “일상적으로 부지런하게 살면 몸이 자연스럽게 운동 효과를 보는 것은 물론 스트레스 해소도 된다.”며 부지런하게 살기를 강조한다.
부지런함과 함께 강조하는 것은 걷기다. 걷기는 돈도, 기술도 필요 없다. 몇 년 전, 어느 날부턴가 배가 점점 나오기 시작했다. 별로 잘하는 운동도 없던 그가 생각해낸 운동이 걷기다. 일부러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고, 많이 걸었더니 나왔던 배가 다시 들어갔다. 아직도 허리 사이즈가 젊었을 때와 똑같은 32인치다.
걷기 실력은 특히 계단 오르내리기에서 빛을 발한다. 집이 아파트 12층인데 웬만하면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걸어 다닌다. 늦둥이 아들과 경쟁도 종종 했다. 아들이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그는 걸어 올라간다. 그가 더 빨리 도착해 아들을 이긴 적도 수차례다.
마지막으로 목소리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을 물어봤다.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 관리 비결을 물어보는데, 저는 일단 기관지에 직접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담배를 피우지 않습니다. 일이 늘 일찍 시작되니까 술도 자제하게 되죠. 평소에 물을 충분히 마시고 목을 혹사시키지 않으려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건강입니다. 아프면 아름답고 맑은 소리가 나올 리 없어요. 건강한 몸과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좋은 목소리가 나옵니다. 목소리를 관리하려면 건강을 관리하세요. 너무 평범한가요?”
부지런함과 끈기, 열정을 가지고 한길을 걸어 온 성우 배한성. 성실하게 일하고, 생체 리듬에 맞춰 자연스럽게 건강을 지키면, 누구나 바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며 밝게 웃는다. 이, 육십 대 만년 청년의 활력 인생에 박수를 보낸다.
만년 청년 배한성의 건강비결
● 기상, 취침, 식사 등 기본적인 신체리듬을 지킨다.
●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고, 최대한 많이 걸어 다닌다.
● 틈틈이 산행으로 맑은 공기를 마신다.
● 금연하고 절주한다.
● 약속을 잘 지키고, 부지런하게 산다. 그러면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 정리정돈과 청소를 미루지 않고 그때그때 한다. 해당 장소뿐 아니라 마음도 깨끗해진다.
● 순간순간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한다. 열정을 다하면 몸과 마음이 젊어진다.